새벽에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모란역에서 내려 지하철호 환승하기 전에 잘 가는 김밥집에 오랜만에 들렀다. 3천 원짜리 야채김밥이다. 작년 봄까지는 2,500원이었는데 500원이 오른 가격이다. 그래도 직접 싸서 주는 즉석 김밥을 맛이 너무 좋다. 주문을 하면 참기름을 한번 발라주고 깨소금을 쭈욱 뿌려준다. 따끈한 어묵 국물을 컵에 국자로 떠 한잔 마신뒤 김밥을 먹는다. 아 깜빡 잊은 게 있다. 어묵에 찍어 먹는 간장 양념장에서 고추와 양파를 조금 덜어 김밥 접시에 놓은 거다. 싱겁지는 않지만 김밥 하나 떼서 간장에 있는 청양고추나 양파를 떡 올려놓고 먹으면 더욱 맛있는 김밥이 된다. 참고로 어묵은 3개 2,000원. 이른 아침 출근을 재촉하는 시민들은 어묵과 포장을 해가기도 한다. 김밥 한 줄을 먹을 때 어묵 국물 3컵을 먹어줘야 뱃속이 든든하다.
을의 하루는 갑의 아침보다 보통 일찍 시작된다. 대부분 남이 잘 알아주지 않는 일이다. 표시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중요한 일이다. 을의 일이란 남들이 꺼리는 일이 많다. 육체노동도 기본이다. 그러나 그만큼 정직한 사람들이다. 있으면 소중한 줄을 모르다가 없으면 바로 표시가 나는 일이다. 경비나 청소 용역 일들은 대표적인 을의 일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주종목이 있는 건축 인부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래서 을은 사실 밥심을 살아간다. 그렇다고 매일 이렇게 먹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마저도 나는 소심해서 아끼려고 하는 편이기도 하다. 집에서 요즘 가끔 도시락을 싸가지고 출근을 하기도 한다. 주로 마른반찬인 멸치 볶음이나 김, 김치다. 여기에 컵라면을 끓여 같이 먹어도 좋다. 일회용 김도 좋은 반찬이다.
아침을 먹고 지하철을 타니 속이 든든한 게 기분이 좋아진다. 을이 짜증이 나는 경우는 배가 고파서일 때가 많다. 먹으려고 사는 건데 먹으려고 일하는데 먹지 못하니까 일하는 게 힘들고 짜증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고 나면 졸음이 쏟아진다. 먹었다고 피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닉 허기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들로 천천히 채워지는 아침 지하철의 풍경은 을이 주도한다. 지하철 승객의 반 정도는 핸드폰을 들고 있다. 또 게임을 하거나 그 작은 글씨로 카톡을 한다. 그리고 몸을 기울여 자는 사람이 또 있다. 나도 잠이 쏟아지려고 했다. 무거운 백팩은 책과 구형 노트북이 차지한다. 손잡이를 잡은 채로 자리를 스캔한다. 전철 안은 빈자리가 없고 점점 북적북적 거린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떴다. 피곤하다.
을이 하는 일은 큰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일은 또 아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면서도 칭찬을 받는 일은 드물다. 힘든 일을 했는데 좋은 피드백이 없다. 그럼 다시 피곤해진다. 노력의 결과는 을들의 노력을 모아 제출한 갑이란 사람에게 종종 가기도 한다. 그러면 실망해서 종종 우울해지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럴 때 스스로를 귀하고 높이는 생각과 말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고생했어, 너무 걱정하지 마 최선을 다했잖아. 그러면 됐어. 또 기회가 올 거야" "힘들어도 그제처럼 오늘도 잘 버티고 있어. 정말 잘 이겨나가고 있어. 수고했어 잘했어" 그렇다, 나부터 나 스스로 감싸고 위로하고 토닥거려 주자.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또 하루를 살아낼 수 있도록. "석아 오늘도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마 지금처럼 알지? 파이팅!, 잘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