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받았지만 사랑은 많이 주지 못했던 개의 마지막
해가 질 무렵에는 나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집이라고 해봐야 부러진 나무로 지붕을 벽을 만들고 부서진 시멘트 덩어리가 지붕인 작은 구멍이었다. 양재천 자전거 도로 옆 경사진 풀밭의 작은 구멍. 이제 어두워지면 앞도 잘 안보였다. 집을 나선 지 1년 정도... 내 몸은 갈수록 앙상한 뼈만 남았다. 먹는 게 없어서였다. 하지만 들판의 생활을 견뎌냈다. 처음엔 무서웠다. 푹신하고 따뜻한 잠자리가 있었고 물도 깨끗했고 충분히 맛있는 식사도 가능했다. 그러나 길에서의 생활은 노숙견으로서의 생활은 하나부터 모든 것을 내가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 선택한 일이었다. 개로 태어난 이유도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 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 죄를 씻으려고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게 길에서 살아가면서 마지막을 먼지처럼 누구의 폐도 끼치지 않고 먼지가 되어 아니면 흙 속의 거름이 되려고 노력을 했다. 텃세를 부린 길고양이들과도 이제 먹이를 나누어 먹었다. 난 앙상한 가죽 같은 몸으로 해가 지기 전에이나 이른 아침에 움직였고 많은 시간을 그저 죽음을 기다리듯이 잠을 자곤 했다.
내가 원래 태어난 곳의 생활이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거기는 정글과도 같은 곳이었다. 뜬장에서의 생활. 하루에 몇 마리씩 어디론가 트럭에 실려갔다. 죽지 못해서 사는 삶이었다. 엄마는 번식을 위해 약을 먹어야만 했다. 호르몬 주사를 맞은 엄마의 얼굴은 누렇게 떠 보였다. 엄마의 젖을 사흘이나 먹었을까 그나마 털이 예쁘다고 해서 난 고기가 되지 않은 것이었다.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난 엄마의 곁을 떠나야 했다. 잠이 들었다가 엄마를 다른 개가 덮치는 것을 보았다. 다른 새끼를 배기 위해 농장의 주인이 만든 것이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엄마, 엄마 개는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죽어가는 사체의 냄새와 비명소리에 누군가의 신고가 들어갔다. 그리고 경찰과 동물 보호단체의 구조로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엄마는 구조단체의 사람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눈을 뜨고 죽었다. 주인은 엄마를 치우지도 않았다. 엄마는 과연 하늘나라에 제대로 올라갔을까.
그날 장맛비가 그친 작년 어느 여름날 새벽에 집을 나왔다. 아직은 몸에 암세포가 넓게 퍼지기 전이었다. 어디로 갈지 막막했다. 그렇다고 집에 남아있기는 그랬다. 엄마와 아빠는 좋은 사람이었다. 누구도 날 버리지 않을 거라 말했고 당연히 나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언제부터인가 소화가 되지 않았고 속이 더부룩했다. 아빠 엄마와 24시 동물 병원에 갔다.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위암이 크게 진행이 된 상태였다. 선생님으로부터 검진 결과를 들을 때 엄마, 아빠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엄마는 화들짝 놀라서 말도 잇지 못했다. 아빠는 아빠대로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엄마는 집에 와서 나를 밤새 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나는 그냥 당시에는 별로 아픈 줄도 몰랐다. 그냥 음식을 토하는 날이 늘어났다.
그렇게 난 들개가 되었다. 내가 집을 나간 이유는 온전히 죽기 전까지 내 의지대로 내 마지막 삶을 마감하다가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나기 위해서였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1년이나 버티고 살아가는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어젯밤 꿈에는 엄마가 나타났다. 엄마는 나를 못 알아봤다. 엄마, 나야 나 기억 안 나. 글쎄 하도 많이 새끼를 나서 잘 모르겠어. 아냐 난 엄마 냄새를 기억하는데. 엄마가 맞아 내가 엄마 아들이야. 근데 너 얼굴이 이게 뭐니 어디 아프니? 응 좀 아파 그런데 괜찮아. 많이 좋아졌어. 얘야. 새엄마 새아빠를 만나서 잘 살지 이게 무슨 꼴이니. 걱정 마 충분히 잘 살았어. 그런데 이제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집을 나왔어 곧 엄마를 만나러 갈 거야. 콰르릉! 작년에 물이 넘쳐서 산책로가 물에 잠겼는데 중장비가 들어와서 공사를 시작하는 거 같았다. 이제 또 자리를 옮겨야 했다. 며칠 전에는 동물 구호단체가 수색을 하기도 했다. 누군가 들개가 있다고 신고를 했나 보다. 이제 낮에도 숨어있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며칠간 그냥 물만 먹어도 난 살 수 있으니까.
제일 믿음이 가는 집을 같이 쓰는 길냥이 동생 레오가 나에게 말했다. 형! 저기 파출소 앞 전봇대에 형 얼굴 비슷한 사진이 붙어있더라. 형 젊었을 때 얼굴 같아. 뭐라고 날 찾는다고? 응 분명히 형인 거 같아 한번 가봐. 다음날 이른 아침 나는 파출소 쪽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낮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 담벼락에 붙은 사진을 보았다. "닉스, 10살, 백구 진돗개 수컷. 몸이 많이 아파요. 발견하시는 분에게 신고 보상금 100만 원. 전화 010-7577-6874 내 얼굴이 맞았다. 새 이불을 사 와서 그 위에 웃고 있는 모습이 내 얼굴이 맞다. 새엄마와 아빠는 나를 잊지 않았구나. 난 다시 산책로로 주변을 경 게하며 뛰어갔다. 숨이 찼다. 이제 난 하얀 털의 귀여운 모습도 아니다. 아이들도 보면 무서워 도망가는 추한 얼굴이다. 이제 나도 안다 더 이상 숨을 내가 이달을 넘기지 못하리란 것을 난 이제 완전한 들개가 되었다. 그렇게 인적이 끊긴 곳에 다다라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때 누군가 날 불렀다. "닉스!" 누구지 고개를 돌렸다. 전기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남자가 내 이름을 불렀다. "너 닉스지 닉스야 아빠다" 진짜 아빠였다. 짧은 머리에 두꺼운 다리, 입과 눈이 튀어나온 모습 그대로였다. 그도 나이가 들어 보였다.
하마터면 난 새아빠에게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자석처럼 다가갈 뻔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꼬리를 흔들었다가 아차하고 다시 난 고개를 돌렸다. 이미 충분히 사랑을 받았고 더 이상 인간의 도움을 받는 것은 내 자손심이 허락지 않았다. 난 이제 나 그대로 살아가기로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내 원죄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내 원죄를 씻기 위해서는 그냥 들개로 살다가 길에서 목숨을 다하는 일만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빠의 애타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빠져나와 숨었다. 냥이 레오가 맛있는 음식을 가져와서 가이 먹었다. 레오가 말했다. 형님 그래 이제 그만 들어가시죠. 아니다, 나 그냥 여기서 살래. 너랑 같이 자유롭게.
다음날 탄천이 흐르는 자전거 도로에서 날 찾은 아빠가 엄마까지 데려와 나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난 한참을 멀리서 희미하게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아빠와 엄마의 얼굴에서 짧은 희망의 빛을 보았다. 그들은 일주일 내내 내가 사는 곳 주위를 둘러보고 찾아다녔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한참 동안 한 곳을 바라보기도 했다.
억수로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이미 난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레오가 옆에서 날 걱정스레 지켜보았다. 형... 레오, 고맙다 내 마지막을 지켜줘서. 형 먼저 가면 전 어떡해요. 넌 아직 젊잖아... 이제 사람들에게 나가봐 누군가 널 사랑하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날 거야. 내일이면 난 여기서 그냥 죽을 거 같아. 여기서 썩어가겠지. 이제 여한이 없어. 엄마, 아빠 얼굴도 보았으니까.... 형.... 괜찮아. 누구나 한번 가는 생이니까.... 다음 생에서 너도 좋은 부모 만나고 행복하길 바란다. 고마웠다. 형..... 나도 친엄마 만나러 가는 거니까.... 괜.찮.아. 울.지.마. 그렇게 나 들개 한 마리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원 없이 살다 갔다. 사랑을 받았으니까. 단지 사랑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이 견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