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헌혈일기 - 46회부터 63회까지

헌혈광 이전에 영화광이었던 1년 18회 헌혈의 기록

by 황규석

무엇이 저를 헌혈을 끊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1996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보았습니다. 보관하고 있는 헌혈 등록증을 보니까 1996년 1년 동안 18번의 헌혈을 했습니다. 거의 30년 전 너무 오래된 기록이라 이렇게 찾아보지 않으면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그 당시 1993년 8월에 만든 '영화세상'이란 모임을 하고 있었고 회원들의 도움으로 대전 서구 갈마동 지하에 사무실도 만들었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수입은 없고 조금씩 갈등도 생겨서 사무실을 나와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안돼 가을부터 한 영화광이 만든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 사장님이 일이 생겨서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그곳을 또 제가 운영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막 취업을 준비하려던 때였는데 다시 또 영화가 좋아서... 저에게 있어서 '헌혈'과 '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입니다.


헌혈광이자 영화광이었으니까요. 아니 '헌혈'이전에 저에겐 '영화'가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저렇게 돈도 안 되는 일에 바쁜 와중에 헌혈을 빼놓지 않고 한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다시 옛 일기장을 들쳐보며 다시 질풍노도의 20대 후반기의 숨 가쁜 일상 속에서 놓지 않았던 헌혈에 대한 열정을 찾아봅니다.


나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나름 부족한 것이 있었습니다.그래서 놓지 않았던 것이 '헌혈'입니다. 내가 아닌 이웃을 위해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지 않나 싶습니다.


[1996년 1년 동안의 헌혈일기

(46회~63회까지 총 18회)]


46회 혈장 헌혈 (1996. 1. 17. 수. 맑음)

헌혈하고 와서 몸에 기운이 싹 빠지고 힘들었음. 집에 와서 이불 덮고 깊은 잠에 빠져듬. 깨어나서 TV를 보다. 차지철 역의 이대근의 연기가 보고 싶어서 스포츠 뉴스 후 제4공화국을 봄. 배가 고팠지만 맥주 안주용 아몬드와 멸치가 든 캔을 먹었다.


47회 혈장 헌혈 (1996. 2. 1. 목. 눈)

눈발이 날리는 쌀쌀한 날씨. 닉스를 묶는 개줄을 바꾸다. 47번째 헌혈을 완료. 목표했던 50회 헌혈 돌파도 멀지 않았다. 갈마동 영화세상 사무실에 집에 있는 팩스전화기를 가져와 설치. 어머니 안계서 아버지가 내일 먹을 어묵국 끓여놓으심.


48회 혈장 헌혈 (1996 .2. 22. 목. 맑음)

작년 대전 KBS 촬영에 이어 대전 MBC에서 영화세상 갈마동 지하 사무실 촬영 오다. 최미숙, 최정호, 김진욱, 김윤정, 그리고 나 6명. "영상문화의 수준이 한 단계 상상해야..." 백두대간에서 팩스 오고 경향신문 매거진 X팀에 프로그램 팩스를 보내니 금방 취재문의차 연락이 오다.


49회 혈장 헌혈(1996. 3. 10. 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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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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