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때 어깨를 툭치며 서로 응원할 수 있도록
지난주 일산 킨텍스 근처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벌써 17회째를 맞는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였습니다. 제가 극영화도 좋아하지만 또 다큐멘터리도 좋아라 합니다. 거기 상영작중에 한 편을 옛날 우리 영화세상 모임을 같이 한동안 했던 친구가 연출했거든요. 이야기는 종종 들었는데 이날 시간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그 친구의 설수안 감독의 연출작 <마당이 두 개인 집> 집을 보고 왔습니다.
저도 나름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시골마을에서 다 떠나고 허리가 굽은 채 홀로 농사를 짓는 할머니의 모습을 담았고 서울 창살이 많은 작은 다가구 주택에 홀로 사는 연출자의 삶이 자연스럽게 교차되고 비교한 작품이었습니다. 그 감독을 영화상영 후 만났는데 정확히 30년 만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말 그대로 유학을 떠났고 그동안 각자의 인생을 살았던 것이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는 지금의 자리에서 마주했습니다. 그런데 어쩜 그렇게 목소리도 똑같고 딱 봐도 알겠더라고요. 단지 우리는 주름이 지고 흰머리가 났을 뿐이었죠.
시대와 환경이 다르지만 그걸 넘어서 소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황혼 정확히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할머니 삶과 이제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가는 젊은 여성 감독의 이야기가 중첩되어 지금 급격히 변하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돌아보는 순간이었습니다. 악수를 하고 행운을 빌며 헤어졌습니다. 며칠 전 그 작품이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습니다. 처음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답장이 늦게 와서 좀 섭섭했어요. 근데 제가 가져간 저의 책 <나의 강변 붕어빵>, 사진 에세이집 <잘 되는 이유가 있었네> 이 소소하게 재미있었다고 답장이 왔네요.
우리는 20대 중후반에 만났고 다시 30년을 거슬러 50대 중반 후반이 되어서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그렇게 노력을 했기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간 그녀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으로 보이고 싶네요. 그래야 다시 만나도 그 순간이 아주 잠깐이라도 웃으며 악수할 수 있는 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려면 일단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프면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야 꿈을 향해 앞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 지금의 내 모습에 당당하려면 어느 위치에 있건 열심히 추구하는 무엇이 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상처를 줄수도 있기에 겸손해야겠습니다. 늘 한번 생각하고 거른 다음에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또 상처를 받아도 툴툴 털고 웃으며 일어나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서 반갑게 다시 만날 때 어깨를 툭치며 서로 응원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게 또 삶은 오늘도 어디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P.S 저 사진은 영화를 보고 돌아올 때 지하철을 타고 오다가 수색역인가 지날 때였어요. 북한산 자락이 보이는 장면 같은데 흐르는 물과 산과 낮은 아파트가 잘 어울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