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유열)

by 황규석

제5화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 유열 -

1988년 6월 10일 논산 훈련소로 자원 입대를 하였다. 그런데 어찌어찌하여 전방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 27사단 이기자 부대까지 가게 되었다. 시쳇말로 돈 없고 빽도 없어서 그랬다. 79 연대 신교대 훈련 때의 일이다. 신병 훈련을 시작하자 한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사격장까지 뺑뺑이를 돌면서 갔다. 사격장 군기는 생명과 직결되기에 아직 사제물(민간인 기운)이 덜 빠진 군복만 걸친 오합지졸에겐 긴장의 연속이었다.

멀. 가. 중! 멀. 중. 가. 중! 즉 멀리 250m, 가까이 100m, 중간 200m 거리 이 순서대로 사격을 했다. 그리고 피가 나고 알이 배기고 이가 갈린다는 피알아이(PRI) 훈련 영점 사격 후 표적지로 가보니 웬걸 구멍이 하나도 안 보이는 훈련병도 많았다. 다행히 난 사격은 그럭저럭 잘했다. 자대에 가서 저격수로 뽑혀 사격대회도 나가고 그랬다.


여하튼 그때 암울했던 신교대 사격훈련에서 기억나는 일이 있다. 잔뜩 찌푸린 오후 어느 날.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떨어질 것 같았던 1988년 6월 말쯤이었을까. 담배 1발 장전! 모두가 땀에 절어 퀭하고 햇볕에 탄 구릿빛 훈련병들의 얼굴에 일순간 미소가 퍼졌다.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황규석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작가.

13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5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4화골목길(이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