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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없는 이별(녹색지대)

봉제공장 직원의 마음을 울린 남자 듀엣의 애절한 하모니

by 황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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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준비 없는 이별

- 녹색지대 -


“하루만 오늘 더 하루만~” 작은 트럭 캠핑카를 몰고 주말 저녁 퇴근 후 캠핑을 종종 떠난다. 출발하자마자 500곡이 들어있는 USB 음악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나도 좋아하고 역시 외국에서 온 아내도 좋아하는 노래가 바로 이 노래 남자 듀오의 개성 있는 목소리의 합이 좋은 녹색지대의 '준비 없는 이별“이다. 타이틀곡 ‘사랑을 할 거야’도 물론 너무 좋아하는 노래방 애창곡이다. 이 노래의 애절한 감성과 비련미도 느껴져서 너무 좋아하는 노래다. 비교적 쉬운 멜로디의 이 노래가 나오면 함께 따라 부르곤 한다.


이 노래가 인기를 끌 무렵 나는 신탄진의 봉제 공장에서 일을 한참을 하고 있었다. 원단을 방지공장에서 실어오고 우리 재봉공장에서 재단 후 라벨을 달고 각 도매점으로 가거나 2차 가공 봉제공장으로 나르곤 했다. 그때 현대 그레이스 12인승 승합차를 운전했다. 신탄진 부근에 사시는 미싱사 아주머니들의 출, 퇴근도 내 업무였다.


어느 날 원단을 가득 실었다. 즉 일거리를 싣고 공장이 있는 승합차로 오르막을 오르려고 작은 골목 사거리를 올라가는데 갑자기 오토바이 한 대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내가 운전하는 차의 측면과 갑자기 튀어나온 오토바이랑 충돌을 했다. “쾅!” 하고 차 정면 유리와 부딪혀 저 멀리 오토바이 나가떨어졌다.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난 녹색지대의 테이프를 듣고 있었다. 미끄러진 오토바이에서 기름이 샜다. 그리고 오토바이 안장에서 떨어진 청년이 곧 일어났는데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모습이라 깜짝 놀랐다. 어찌할 줄을 몰랐다. 병원에서 그 젊은이는 얼굴은 수십 바늘을 꿰매었다. 헬멧도 안 쓰고 과속한 게 원인이었다.


나도 작은 사거리에서 일단 무조건 일단정지를 안 한 잘못이었다. 보험처리를 하려 보니 우리 공장의 자동차 보험도 막 갱신 마감이 넘었고 보험금을 내지 않았던 상태였다. 납부를 안 하면 사고 보상 비용을 못 받아서 깜짝 놀란 사장님이 급히 납부를 했다. 머리나 뼈가 부서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보험처리는 하였지만 난 병원에 자주 가서 사과하고 안부를 물었다. 다행히 그 청년도 착한 사람이었다. 자신도 잘못이 있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노래에는 다급한 구급차의 출동하는 효과음도 들어있다. 여하튼 사랑하는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별을 맞이하는 절절한 아픔이 담긴 노래. 사별의 아픔이 애절해서 그래서 더욱 기억이 난다. 남자 듀엣의 목소리는 절규하듯 울려 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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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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