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그림같은 사랑(이상우)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 군바리의 서글픈 애창곡

by 황규석

28화 슬픈 그림 같은 사랑

- 이상우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무 생각 없이 대학에 좀 다니다가 또 깊은 생각 없이 대전 지방 병무청에 가서 육군 일반병 자원입대 신청서를 써냈다. 막 제대하는 형님이 복학해야 했다. 음대를 다니던 누나도 있어서 내 딴에는 내가 잠시 없어져야지만 부모님 부담이 덜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1988년 6월 10일 입대 날. 날씨는 참 청명하고 좋았다. 그날 논산훈련소로 자원입대하는 날에도 고3 때부터 시작해 대학을 다니면서도 계속했던 새벽 신문 배달을 마치고 들어갔다. 집의 가족들에게는 “할머니, 군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인사말을 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일을 나가시라고 했다. 나오실 필요 없다고 하고 어머니의 도축장 현장에서 일하는 아저씨의 트럭을 얻어 타고 논산 연무대로 향했다.

다른 입대 장정들은 가족들 눈물의 배웅을 받았다. 군복을 지급받아 갈아입고 사제복과 신발은 소포로 대전 집으로 보냈다. 며칠을 대기하다가 연무대인가 강경에서 야간열차에 올라탔다.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알았다. 용산역을 지나 새벽에 춘천역에서 군용 열차에서 내렸다. 60 트럭을 타고 간 곳이 102 보충대 자대를 배정받고 거기에서 다시 화천 27사단 신교대로 갔다. 그것도 나중에 알았다.


미리 어디 어디 간다고 이야기하면 어디가 덧나나 싶었다. 하여간 군대는 가봐야 알고 가보니 그렇다 하는 곳이었다. 신교대에서는 무더운 7, 8월에 군인의 기본기 훈련을 했다. 군가도 거기서 많이 배워서 불렀다. 사단가, 연대가는 기본이었는데 거기서도 교가처럼 무슨 산 이름이 제일 먼저 나왔다. 우리는 사단가에는 화천 화악산이 나왔다.


최후의 5분, 멸공의 횃불, 팔도사나이 등등 그리고 춘천이니까 ‘소양강 처녀’를 참 많이 불렀다. 처음 그리고 앞으로 3년간 줄기차게 부른 노래였다. 작업줄, 식사 줄 서기, 교육 훈련 등 모두 열을 맞춰 갈 때마다 군가를 불렀다. 신교대에서 또 이런 군가를 들었다. 처음엔 이게 무슨 노래지 싶었다 군가가 아닌 것 같았다.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시절에 들었노라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나중에 그 노래가 송골매의 <세상모르고 살았구나>라는 노래란 걸 알았다. 군대에서 부르면 가요도 군가가 되는 거였다. 왠지 남자다운 기백도 느껴졌고 일반 군가와 다르게 신선한 느낌이 있었다. 신교대 조교가 가르쳐주어서 즐겨 부르던 유행 군가(!)였다.


생각해 보니 이건 뭐 사재와의 연을 끊기 위한 사전 작업 같기도 하고 하여간 군가를 그렇게 목이 쉬어라 불어 제쳤다. 하지만 20살, 사회물을 먹은 처지에서 그것이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그때 내가 좋아했던 그러니까 붙잡고 있었던 노래가 바로 당시 유명한 강변가요제를 통해 알게 된 이상우의 ‘슬픈 그림 같은 사랑’ 난 지금도 이상우의 노래가 좋다.


그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가지는 뚜렷한 의미와 감정의 전달력이 좋다. 하긴 당시 안경 쓴 내 모습도 가수의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다. 대학에 입학해서 짝사랑하던 소피 마르소 닮은 란이를 생각하며 이 노래를 불렀더랬다. 야간 초소 근무를 나가서도 집합을 당해서 열라 졸라 오지게 얻어터져도 잠깐 짬이 나면 이 노래를 생각하고 나직하게 불러보았다.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탄 노래인데 물론 소대 회식 때는 이상은의 <담다디>로 막춤을 추기도 했지만 혼자 힘들고 또 외로움을 느낄 때는 정말 이 노랠 즐겨 불렀다. 내가 짝사랑하던 친구는 역시나 어리바리한 모습에 안경을 낀 수줍음 많은 날 쳐다도 안 보았다. 내가 봐도 무슨 매력이 있겠나. 어쭙잖은 모습이었다. 남자가 여자가 바라보는 눈과 여자가 남자를 바라보는 눈은 다른데 아무런 준비도 안되었으니...


여하튼 가을에 자대 배치를 받고 교육 훈련이다 뭐다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짬밥을 먹고 똥국이 불리는 된장국을 돌아서면 바로 배가 꺼지는 그 시절, 아 그때도 난 튀김을 좋아했다. 그 정어리인가 꽁치 튀김 반찬이 참 맛있었다. 잔가시가 많았지만 누런 튀김가루도 조금 묻어있었고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났으니까 그런 것 같다.

가을에 주변 산을 싸돌아 다니며 그리 많은 싸리나무를 낫으로 꺾어서 말리고 비를 만들었는데 그 작업을 나간 이유도 곧 알게 되었다. 하얀 눈이 정말 거기 화천 강원도에는 장난이 아니게 많이 왔다. 그리고 겨울에는 하루가 멀다 눈이 정말로 많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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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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