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 해변, 비자림숲, 산방산, 용머리 해안
일정이 짧은 둘째를 공항에 아침 일찍 데려다줬다.
워낙 짧은 일정이라 너무 아쉽다.
하지만 우린 큰애를 위해 비가 와도 싸돌아다녔다.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 월정 해수욕장이다.
휴일이지만 비 때문인지 한산하다.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며 비 오는 바다 구경도 좋다.
비자림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우산을 쓰거나 비옷 차림이다.
여행에 비가 대순가!
비가 오니 숲 내음이 더욱 진하다.
물기를 먹은 싱그런 나뭇잎은 더욱 초록 초록하다.
우거진 숲에서 타잔과 원숭이가 튀여 나올 것만 같다.
비자림에는 500년 이상 된 비자나무가 2,800여 그루나 된다.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와 테르팬 물질 때문에 기분이 더욱 상쾌해진다.
거대한 비자나무다.
이것도 한 800살은 넘지 않을까!
100년도 못 사는 우리네 인생
비자림에서는 정말 나이 자랑해선 안 될 것 같다.
비자림 최고를 자랑하는 970살 비자나무
위로 뻗은 가지가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진다.
수놈끼리 붙은 연리목
뭐가 그리 좋아서 서로 붙었을까ㅎ
비자림에서 화순까지 내달렸다.
남쪽으로 내려가니 한여름처럼 장대비가 쏟아진다.
호우주의보까지 내렸다는 안내판도 보인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물안개가 오름과 숲 도로를 넘나들며 꿈을 꾸듯 몽환적이다.
멋진 풍경이다.
제주는 맑으면 맑은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멋지다.
눈 오는 겨울에 제주 도피도 멋질 것 같다.
또 다른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펜이는 먹방 블로거가 아니다.
그래서 좀채로 먹거리를 소개하지 않는다.
늦은 점심으로 큰딸의 폭풍 검색으로 맛집을 찾았다.
화순 금모래 해변 못 가서 '산방산 초가집' 식당이다.
막 꿈틀거리는 게 싱싱한 전복이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맛있게 끓는 비주얼이 장난이 아니다.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얼큰한 국물 맛에 계속 흡입이다.
전복, 낚지, 홍합, 조개, 딱새우, 미더덕 등 해물과 콩나물, 어린 배추가 어우러져 국물 맛이 정말 시원하다.
끓이면 끓일수록 그 맛이 진하게 우러나왔다.
전라도 입맛을 가진 펜이
제주에서 이런 맛집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다.
오늘은 비 오는 날 맛집을 제대로 찾았다.
요리 이름은 '전복해물전골'이다.
셋이 '중'짜리로 배불리 먹었다.
가격은 1인분 15,000발!
화순에서 가까운 산방산을 찾았다.
며칠 전 봤던 맑고 고운 자태보다 구름에 드리워진 모습이 더 운치 있다.
보슬비에 아랑곳 없이 놀이기구가 하늘을 찌른다.
"꺅~ 캭~~ 야호~~~"
비 오는 관계로 용머리 해안 출입은 금지ㅜㅜ
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ㅜㅜ 아쉽다.
대신 좌판에서 해물 한 접시!
해삼, 소라, 멍게, 문어 해물 종합세트!
해물을 좋아하는 딸내미와 바다 내음
제대로 만끽했다.
비가 하루 종일 오락가락했다.
한여름처럼 장대비도 쏟아졌다.
여기저기 싸돌아다녔다.
비록 둘째가 빠져 아쉬웠지만, 큰딸과 함께여서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