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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Dec 21. 2018

제주올레 완주 5일째 7코스 절반 걷기

돌고래를 만나다(제주올레여행자쉼터~법환 포구, 9.6km)

여행자쉼터에서 산나물 보말죽으로 부드럽게 아침을 시작합니다.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죽입니다. 가격은 숙박객은 3,000원, 일반인은 6,000원입니다.




최근 2개월 전 코스가 변경되었습니다. 예전의 패스포트나 지도는 올레여행자센터에 가면 무료로 변경된 부분의 지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코스가 변경된 곳은 다섯 군데입니다.


*5코스 종점 스탬프 찍는 곳 : 쇠소깍 휴게소-->쇠소깍 다리(5코스 종점과 6코스 시작점이 당연히 쇠소깍 다리로 변경되었겠죠~)

*7코스 시작점 : 외돌개-->제주올레여행자센터(6코스 종점 당연히 여행자센터로 변경)

*7-1코스 종점 변경 : 외돌개-->제주올레여행자센터




  외돌개 못 가서 선녀탕 입구 황우지 해안의 전적비 내용이 격세지감을 줍니다. 벌써 50년 전의 일입니다. 선녀를 만나볼 요량으로 85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잔잔하고 에메랄드빛에 바닥이 투영된 선녀탕은 아무도 없습니다. 새벽에 살포시 내려와 이슬만 먹고 갔나 봅니다. 하다못해 옷가지도 없습니다. 여름에는 지역민이나 관광객이 선녀가 되어 수영도 하나 봅니다. 남자 선녀를 뭐라 부르죠? 선녀탕에서 수영할 날을 기원하며 찍었습니다. 캠카만 완성되면 실현 가능한 꿈입니다.




  외돌개는 화산 분출된 용암지대에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생긴 나 홀로 돌기둥입니다. 높이 20m, 폭 7~10m입니다.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원나라 목호를 물리칠 때 범섬으로 달아난 세력을 토벌하기 위해 외돌개를 장군 모습으로 변장시켰다고 해서 '장군 바위'라고도 합니다. 외돌개를 거의 180도 돌면서 조망할 수 있도록 올레길이 연결됩니다. 오늘 주말이라 그간 못 봤던 관광객과 올레꾼들이 집합했습니다. 뷰포인트는 관광객이 점령했습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똑 끊겼다고 하는데 이곳 외돌개에서는 간간이 중국인이 보입니다. 시끄러우면 중국인이라는 사실! 중국어의 4성조 높낮이 때문이죠. 외돌개를 보면서 아기코끼리가 생각난 건 왜일까요?




  외돌개의 위상에 눌려 오금이 저렸는지 측간이 급했습니다. 열심히 걸어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동행한 형님이 빨리 오라고 외치며 손짓 발짓까지 합니다. '무슨 일이 났나?' 하며 달렸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꼽발을 딛고 바다를 바라보며 탄성을 지릅니다. 그렇습니다. 모두에게 지름신이 내려 한껏 도취한 겁니다. 펜이도 핸드폰 카메라 들이대며 찍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낼 시간이 없습니다. 순간을 놓치면 평생을 후회합니다. 클로즈업해서 결국 담았습니다. 바로 돌고개의 깜짝 등장이었습니다. 무리를 지어 숨을 쉬기 위해 등지느러미를 보이며 타원형으로 유선을 그리며 유영하는 모습이 환상적입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로또 맞은 기분으로 돌고래 동영상을 편집하며 지금까지도 그 흥분이 가라앉질 않습니다. 오늘은 신께서 귀인이 아닌 귀돌고래(?)를 예비해 주셨습니다.




제주 자생목으로 돈(?)이 된다는 돈나무

  돌고래의 여운을 뒤로하고 또 올레를 걸었습니다. 자연스레 고개를 돌리면 지천에 깔린 난대성 식물이나 야생화가 신비하게 다가옵니다. 잠시 펜이의 눈을 홀립니다. 제주에서 제일 먼저 이국적인 모습을 드러낸 야자수입니다. 간간이 맛보기로 보여주는 모습에 갈증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주올레의 모든 코스를 완주하다 보면 질리게 보게 되겠지요.




속골과 느림보 우체통
몽돌 해안

  조그마한 냇가 '속골'이 나타납니다. 수량이 풍부하고 골짜기가 깊은 계곡이 바다까지 이어집니다. 현지인의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제주스럽지 않게 몽돌이 많습니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해안입니다. 영겁의 세월에 닿아진 몽돌. 그래서 '몽돌 해안'이라고 이름 지어줬습니다.




공물(깍)과 망다리

 바닥에서 물이 솟는 곳으로 평소에는 솟지 않다가 천둥 벼락이 치면 솟았다고 하는 '공물(깍)'으로 이어집니다. 물이 나고 나지 않음이 하늘에 달렸다고 하여 글자 그대로 '공물'이라고 합니다. '깍'은 마지막 부분을 가리키는 제주어입니다. 옛날 망다리 동산에서 달을 바라보는 정취가 일품이라 하여 망(望)달(月)이라고 합니다. 다른 유래로는 원나라 목호 세력을 감시하기 위해 망대를 세웠던 곳이라 해서 '망다리'라 했습니다. 바다의 현무암의 생김새에 따라 갖가지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법환포구
막숙과 남자 노천탕

  오늘의 목표는 7코스 절반입니다. 제주여행자쉼터에서 법환 포구까지는 약 9km로 2시간 1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법환 포구 앞 '동가름물/서가름물'은 동쪽이나 서쪽에서 나는 동네 물이라는 뜻으로 빨래터입니다. 포구 옆 자연 용천수로 '가름'은 동네의 제주어입니다. 원나라가 망하고 명나라가 들어선 이후에도 목호들은 천성이 난폭하고 호전적이었습니다. 제주도를 점령하고 난동을 부렸는데 이를 '목호의 난'이라고 합니다. 최영 장군이 법환 포구에 막을 치고 군사를 독려하여 목호의 잔당을 전멸한 데서 유래하여 '막숙'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법환 포구에는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 없는 노천탕이 있습니다. 그것도 마을 바로 앞 포구에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의심할 만한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여자 노천탕은 어디에 숨겨 놓았을까요? 한 번 찾아봄 직하지 않습니까?




 
 법환 포구에 도착하니 점심때입니다. 포구라 식당이 몇 개 있어서 안심입니다. 포구 바로 앞 '포구식당'에 손님이 시끌벅적합니다. 그래서 식당은 손님 많은 데가 진리라는 생각으로 들어갔습니다. 제주도는 자리물회가 유명합니다. 자리돔 물회 1인분에 12,000발. 양푼에 푸짐하게 나와서 맛있게 땀 흘리며 먹었습니다. 식초를 덧칠하면 더욱 감칠맛이 납니다. 작은 자리돔을 뼈째 썰어서 마치 세꼬시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함께한 형님은 치아가 안 좋아 먹기가 옹색한가 봅니다. 펜이가 추천한 메뉴라서 먹으면서도 미안했습니다. 다음에는 형님 위주로 메뉴를 선택해야겠습니다.

자리돔 물회와 자리돔찜

  이걸로 7코스 절반 걷기를 마무리합니다. 버스를 타고 어제 묵은 올레여행자센터로 가기 전에 또 한 번 서귀포올레시장 구경을 했습니다. 시장은 언제 가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좋습니다. 주말이라 북적이는 이중섭거리도 활기차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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