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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Jan 07. 2019

제주올레 완주 14일째 13코스(14.8km)

지루한듯한 올레 저지오름 한방에 보상되다(용수포구~저지예술마을)

<제주올레에 대한 단상>


올레길에서 만나는 풍경

  제주올레 26개 코스 중 11개 코스를 돌아보니 나름의 평가가 나온다. 코스마다 특색이 있다. 바닷길은 바닷길대로, 중산간 지역은 그 지역대로 맛이 달라 참 멋지다. 같은 바닷길도 조망하는 풍경이 다르니 새로운 맛이요, 숲은 숲대로, 마을은 마을대로 그 맛이 판이하다. 같은 김치라도 지역에 따라 다르지 않던가! 오늘 걸은 13코스는 바닷가에서 중산간 지역으로 오르는 코스다. 말이 중산간 지역이지 육지것이 보면 그냥 평야 지대다.

  용수 포구를 나와 이어지는 농경지의 푸르름에 생명의 활력을 느낄 수 있다. 농업인의 땀방울이 있기에 우리가 신선한 채소와 식량을 공급받지 않는가! 식탁에서 대하는 음식을 보면서 한 번쯤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마음의 건강에 이로우리라.




<용수저수지에서 드는 생각>


용수저수지 오리 가족

  광활한 용수저수지에서 노는 오리 식구들이 반갑다. 한쪽에는 강태공은 보이지 않고 낚싯대만 여러 개 드리워져 있다. 조류독감 때문에 제방을 거니는 것은 통제되어 있다.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가축이 죽어가는데 AI의 원인 제공자가 철새들이라니 누명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순전히 펜이 만의 근거 없는 생각이다.

  "오리야~ 미안해..."




<특전사길에서 만난 올레지킴이, 고사리길에서 만난 고사리 쉼팡, 뒷동산 아리랑길에서 만난 새들의 사랑>


올챙이와 산림청 헬리콥터

  13코스는 아주 특별한 길을 만났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걷다 '특전사길'이 나온다. 제주 주둔 제13공수특전여단 장병들의 구슬땀으로 사라진 옛길을 복원했다. 숲에 드리워진 돌길과 흙길을 걸으며 새의 향연에 빠져 휘파람으로 새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좋다. 숲속에서 만난 올챙이와 놀다 산림청 헬기에 들켰다. 갑자기 굉음을 내며 펜이 머리 위에서 선회한다. 손 한 번 흔들어주니 꼬리를 흔들며 사라진다. 괜히 새가슴 됐네ㅎㅎ




13코스 올레지킴이 김대중 씨와 함께, 이듬해 봄 제주 한 달 살기 때 비양도에서 우연히 재회한 인연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작은 숲길을 걷는데 선글라스에 모자를 쓰고 손에는 전지가위로 작은 나뭇가지를 자르면서 오는 사람이 있다. 일부러 인사를 했다. 13코스 올레지킴이다. 올레객이 걷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나뭇가지를 자르거나 길도 보수한다고 한다. 광주분으로 화순 사평이 고향이고 서울 살다 제주로 이주했단다. 광주에 살면서 선산이 화순 사평 근처인 펜이와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어 한참 얘기를 나눴다.

  서울서 직장생활 하다 나 홀로 이주했는데 마나님과 아이들은 한 달꼴로 내려온단다. 펜이도 제주 이주를 제안했을 때 마눌님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제주올레를 걷고 있는 거다. 걸으면서 이분과 몇 번 마주쳤다. 고사리 쉼팡에서 셀프 커피를 마시고 나오는데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커피가 떨어졌는지 체크한다. 차를 타고 가다 차도 가장자리까지 나온 큰 풀들을 낫으로 금세 정리하고 붕~ 떠나간다. 양봉단지 앞에 당도하니 그곳에서 또 만나 벌 옆을 지날 때는 천천히 걸어야 안전하다고 안내까지 해주니 너무나 감사하다. 올레지킴이의 진면목을 본 셈이다. 이 글을 빌려 13코스 올레지킴이님께 감사드린다. 12코스에서 해설도 한다고 한다. 참! 성함을 못 물어봐 죄송하다. 후일에 우연히 펜이 블로그를 방문해 성함을 밝혀 주셨다. 제주 한 달 살기를 운영 중인 김대중 씨다.




고사리 쉼팡

  한참 아스팔트를 걷다 좌회전하니 '고사리길'이 나타난다. 고사리가 많아서일까? 그런데 고사리 캥이는 솔잎혹파리 예방 때문인지 기계톱의 굉음 소리와 벌목한 나무를 옮기는 트럭 소리만 요란스럽다. 어서 이 길을 벗어났으면 했는데 아주 조그마한 패널 건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름하여 '고사리 쉼팡'이다. 지나가는 올레객이 커피나 녹차 등을 먹고 쉬어가라는 무인 쉼터다. 조수리 청년회에서 운영한다. 정말 고마운 젊은이들이다. 천 원으로 그 고마움을 대신했다. 감사의 글도 남겼다.




아리랑길

  이제는 뒷동산 '아리랑길'로 접어든다. 올레의 무아지경에 빠져 걷는데 갑자기 숲속에서 푸드덕 소리가 나서 깜놀했다. 꿩이다. 펜이의 발소리에 새가 새가슴 되어 날갯짓 한 것이다. '나도 너 때문에 새가슴 돼씨야~ㅎㅎ' 제주 숲에서 가장 흔한 게 새다. 오늘 사랑을 나누다 펜이에게 들킨 새들도 부지기수다. 펜이 인기척에 놀라 날갯짓하는 새들이 꼭 한 쌍씩 있다.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다. 새 생명을 준비하는 짝짓기철인가보다. 괜히 미안한 생각에 발소리를 줄여보지만 그게 내 맘대로 안된다.




<저지 오름의 탁월한 선택>


저저오름 정상(좌)과 오름에서 바라본 한라산

  조금 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길에 다소 지루한 올레가 저지 오름(239.3m) 한 방에 막혔던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린 기분이다. 오르는데 조금 급경사가 있지만 등산해본 사람이라면 식은 죽 먹기다. 제주의 오름이 모두 이런 난이도다. 계단을 올라 저지 오름 전망대에 들어서는 순간 '제주에 이런 곳이 있어?' 하며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정면의 한라산을 비롯해 아직 가보지 않은 당 오름, 이시돌 오름이 한눈에 확 들어온다. 시야를 남쪽으로 파노라마를 그리면 다녀왔던 산방산과 송악산, 모슬봉과 수월봉 그리고 당산봉이 등장한다. 서북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아직 못 본 느즈리 오름, 금 오름이 한라산과 함께 조망된다. 제주에는 크고 작은 오름이 360개라니 오름을 테마로 걸어도 좋겠다. 모처럼 360도 회전 조망을 하는데 그제와 어제 만났던 올레객을 또 만났다. 사람이 귀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저지오름 분화구와 13코스 종점

  기원전 25~20만 년 전 생긴 분화구는 둘레 800m, 지름 255m, 깊이 62m이다. 분화구를 보려고 나무 계단을 한참 내려갔다가 올라오는데 심장 펌핑 소리가 귀까지 들리는 듯하다. 저지 오름 중턱을 한 바퀴 돌아 저지예술정보화마을에 도착해 스탬프로 마무리한다. 약 16km 5시간 10분이 소요됐다.


<오늘의 경제활동>

모슬포 하모3리~용수리 버스비 1,300

아홉굿마을 카페 월욜 휴무로 점심 청수편의점 사발면+카스테라 3,200

저지리~한경면사무소 버스비 1,300

저녁 백일식당 제육볶음 10,000

바람의정원 게스트하우스 30,000

계 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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