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펜이 Jan 10. 2019

제주올레 완주 21일째 18코스 절반 걷기(10.1km

한 폭의 산수화 그리고 첫 손님?

<제주 친구와 오랜만의 재회>


  추자도의 여운을 뒤로하고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해묵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10여 년 만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학교 졸업 후 30년이 넘었지요. 그때 그 감격만큼이나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면서 그동안 살아온 인생 얘기부터 학창시절 짓궂은 얘기까지 끊어질 줄 모릅니다. 점심을 무려 세 시간 넘게 먹었습니다.

  희끗희끗 많아져 가는 머리카락에 쏜살같이 지나간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올레 걸으며 혼밥하다 보니 소홀하기 쉬운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영양을 보충해 줍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요. 그래서 캠핑카 나오면 곧 찾아보겠다며 아쉬운 발걸음을 올레로 옮깁니다.




<도시와 바다 완벽한 조화>


사라봉

  18-1코스 추자도 계획이 있어 그제 간세라운지에서 제주연안여객터미널까지 2km를 미리 걸었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오후 3:30분이 넘어 목표를 조금만 잡고 걷습니다. 중간 스탬프가 있는 삼양검은모래 해변까지 약 8km입니다. 시내를 빠져나와 사라봉 입구에서 연결된 올레를 올라탑니다. 사라봉을 오르내리거나 운동하는 시민이 많습니다. 시민에게 사랑받는 사라봉(148.2m)입니다. 시내와 가까워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파놓은 사라봉의 진지

  여기에도 역시 일본군이 파놓은 동굴 진지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그들의 발악을 보는 것 같아 치가 떨립니다. 비록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어도 배움을 통해서 현장을 통해서 전율합니다. 유전자에라도 후손에게 남겨야겠습니다. 더는 치욕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사라봉(148.2m)을 내려와 별도봉(136m) 사잇길로 접어들 때 제주항 쪽에서 하얀 해무가 밀어닥칩니다. 녹음이 짙어가는 산자락 능선 너머로 넘어가는 신기루입니다. 육지에서 등산을 여러 차례 했어도 제주올레를 20일 걸었어도 이런 황홀한 연출은 또 처음 봅니다. 자연이 만든 예술 작품입니다. 찍은 영상을 보니 하나님이 창조하신 제 눈보다 인간이 만든 카메라는 따라올 수 없습니다. 글로서 제대로 보여 드리지 못해 너무 아쉽습니다.




애기 업은 돌에 마삭줄 등 풀이 나 있다.

  해무에 도취해 눈을 뜨니 앞에 떡하고 버티는 녀석이 있습니다. 큰 몸집에 마삭줄을 잔뜩 뒤집어쓴 채 말입니다. '애기 업은 돌'입니다. 정면에서는 몰랐는데 옆에서 보니 딱 그 자세입니다. 고기 잡으러 간 남편이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않자 애기 업고 기다리다 망부석이 됐다는 전설입니다. 가슴이 아련해집니다. 왼쪽은 바다요, 오른쪽은 산자락이라 해무로 곁들인 컬러판 동양화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제주 4.3 사건 때 마을이 불타 흔적만 남은 곤을동 마을 터

  별도봉 산자락을 빠져나가자마자 또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제주 4.3 사건의 현장 곤을동 마을 터입니다. 우리의 가슴 아픈 질곡의 현대사입니다. 3개 마을 67가구를 모두 불태우고 주민 모두 집단학살한 현장입니다. 우리의 국방경비대가 이승만의 하수인이 되어 빨갱이를 잡는다며 1949. 1. 4. ~ 1. 5일에 저지른 만행입니다. 집 빈터의 돌담만이 그때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 같아 숙연해집니다.




삼양검은모래 해변

  곤을동 4.3 유적지를 지나 화북 포구에서 낚시꾼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숙소가 있는 삼양검은모래 해변에 도착합니다. 진짜 모래 색깔이 검습니다. 희고 노란 모래는 봤어도 검은 건 처음 봅니다. 여름철이면 검은 모래찜질이 신경통에 좋다고 합니다. 때마침 석양을 먹은 바다는 물비늘로 가득 찹니다. 눈부신 바다와 검은 모래가 어우러져 작품이 됩니다. 줄기차게 폰카를 누릅니다. 펜이만 보기에 아쉬워 가족에게 카톡으로 자랑질합니다. 물론 매일 작성한 글을 톡으로 공유하지만 말입니다. 석양의 해변에서 50대 후반이 소년처럼 즐거워합니다.




어느덧 6시에 해변 끝 지점 정자에서 중간 스탬프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오늘 오전은 추자도에서 배 타고 나오고, 오후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아주 조금 걸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에녹 게스트하우스'의 첫 손님이 되다>


게스트하우스 에녹

  삼양동 검은모래 해변은 제주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 따로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후 6시가 넘어 스마트폰으로 주변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합니다. 여러 곳이 뜹니다. 제일 가까운 곳부터 네이버 예약 버튼이나 전화를 합니다. 만석이라 어렵다는 부질없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연휴지만 이럴 줄 몰랐거든요ㅜㅜ 세 번째 거절당하고 걸어가다 눈에 띈 게하가 있어 직접 들어가 문의하니 도미토리는 없다는 겁니다.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제주소년 게스트하우스'에 전화합니다. 만실이라 죄송하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래서 혹시 아시는 게하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정중히 부탁드렸습니다.




  "저희 집 밑에 이번에 새로 개업한 게하인데 인터넷 검색도 됩니다"라는 답변입니다. 그 게하로 곧바로 전화했더니 사장님께서 친절하시게도 도미토리가 있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가 절로 나옵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연휴라 숙소 잡기 참 어렵습니다. 소개받은 '게스트하우스 에녹'에 찾아갑니다. 건물을 보니 새로 지었는지 깔끔합니다. 1층에 교회, 2층은 게하. 이름이 특이하다 했거든요. 크리스천께서 운영하는 곳입니다. 주일을 빼먹고 여행만 다니니 하나님께서 그의 목자를 만나게 해주신 거라 생각됩니다.




게스트하우스의 첫 손님이 되다.

  쥔장이 마침 지인을 저녁 자리에 초대했는데 함께 할 건지 묻기에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목사님과 지인을 초대한 자리였습니다. 올레 걸으며 이렇게 푸짐한 음식을 융숭하게 대접받긴 또 처음입니다. 낮에도 친구 덕에 잘 먹었는데 오늘은 대접받는 날인가 봅니다. 음식을 대접받으며 알게 된 사실입니다. 건물을 리모델링해 게하를 오픈했는데 지인이 두 번 자고 펜이가 첫 손님이라는 것입니다.

  시설은 새것이라 깨끗하고 정리정돈도 잘 되어 있습니다. 6인 도미토리 방 2개, 4인 도미토리 1개, 요금은 1인당 20,000냥입니다. 침대도 철재로 튼튼하게 만들어 씨름 선수가 올라가도 버틸 수 있을 정도입니다. 화장실 겸 샤워실이 남녀 별도로 있고 주방과 휴게실이 열린 공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침은 간단하게 토스트를 제공합니다. 또한, 스텝 방이 한 공간에 있어 궁금하거나 긴급할 때 언제든지 도움 요청이 편합니다. 처음 시작하시는 분이라 그간 게하를 이용하면서 느낀 것을 얘기해드리니 연방 감사하다 하시네요.

  '게스트하우스 에녹'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게 소개하는 건 첫 손님이라는 의미에서 이제 시작하시는 분께 도와드리고 싶고 동일하신 하나님 자녀라는 것입니다. 아직은 서툴지만, 여름 시즌이 되기 전에 익숙해지리라 생각됩니다. 하룻밤 이용 소감은 내 집처럼 조용하고 아늑해서 푹 잘 잤어요. 모든 시설이 새것이고 이용하는 각종 기구도 고급형이에요. 오픈한 지 며칠 안 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설이 깨끗해서 또 이용하고 싶네요. 삼양동 검은모래 해변 뽀짝 옆에 있어요. 요즘 같은 황금연휴 숙소 잡기 힘드시죠. 새로 오픈한 잘 알려지지 않은 게하가 최고입니다. 게스트님들 많은 이용 바랍니다. 제 돈 주고 직접 경험한 겁니다~

게스트하우스 에녹(064-722-2704, 제주시 삼양1동 1580-21, http://naver.me/xBQnj0sV)


<오늘의 경제활동>

아침 하추자도 CU 편의점 몽쉘과 커피라떼 4,300

추자도~제주 뱃삯 10,450

점심 친구 꼬리탕 대접 받음

저녁 에녹 게하 초대 대접받음

에녹 게스트하우스 20,000

계 34,75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