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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Jan 11. 2019

제주올레 완주 23일째 20코스 김녕~세화 해녀박물관

풍차의 위용과 변화무쌍한 올레에 길들다(17.4km)

<풍차의 위용에 기죽고 상사병 걸린 펜이>


  어제 다소 무리한 탓(30km 걷기는 나 태어나 처음 사건이다)에 조금 늦은 10시에 출발합니다. 어젯밤 사우나 하고 조금 일찍 잤더니 몸은 개운합니다. 올레에 완전히 적응한 것 같습니다. 출발하자마자 나타나는 김녕 성세기 해변. 투명한 바닷물이 하얀 모래와 파란 하늘을 만나 빛이 반사되는 게 제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어 너무 아쉽습니다. 이게 진정 에메랄드빛인가요...




  녹색 잔디밭에는 벌써 수많은 캠핑족이 쳐놓은 텐트가 넘실거립니다. 그중에는 펜이의 로망 캠핑카도 보입니다. 천안의 최 사장님 어서 시작하세요~ 부탁드려요~~ 작은 승합차를 캠핑카로 구조변경하는 중인데 주문이 많이 밀렸습니다. 정말 출고만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성세기 태역길과 풍차

  텐트촌을 뒤로하고 잔디가 많아 이름 붙어진 '성세기 태역길'을 걷는데 갑자기 위압감을 느낍니다. '태역'은 잔디의 제주어입니다. 오른쪽에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거인이 거대한 바람개비를 돌리며 윙~윙~~위협합니다. 풍차단지는 아직 멀었는데 여러 개의 풍력발전기의 위용에 주눅이 들 정돕니다.



 

 바닷길을 걷다가 마을 길을 걷다가 때로는 밭두렁 길을 걷다가 이어서 평지의 숲길을 거는가 싶으면 어느새 파란 바다가 나타납니다. 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엮어져 있습니다. 연출자의 지시에 따라 분장과 연기를 하는 배우 같습니다. 제주의 올레의 특징입니다.




  올레 26개 코스 중 20개를 걸었습니다. 아직 6개 코스가 남아 있지만 걸어본 결과 코스마다 특징이 있습니다. 사람도 서로 얼굴이 다르듯 바다도, 마을도, 밭길도, 숲길도 위치에 따라 생김새가 다릅니다. 그래서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올레가 좋습니다. 모두 완주하고 나면 올레 앓이가 될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나무나 전봇대 아니면 담장에 파랗거나 주황색 뭔가가 펄럭이거나 화살표 비슷한 게 보이면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려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올레 때문에 걸린 상사병입니다.




  그리고 덤으로 마지막 날 백록담과 재회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왔으니 뿌리를 뽑고 가야죠~ 그래서 다음에 가족을 데리고 가이드 역할을 해보려고요. 사랑하는 가족들 기대하시라~




<아직도 중간 스탬프 찾아 삼만 리>


  올레 첫날, 패스포트를 들고서 올레를 처음 걸어보는 펜이. 우도에서 중간 스탬프를 500m 지나쳐 되돌아가 찍었습니다. 그때는 왕복 1km를 더 걷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걷는 게 습관이 안 돼서죠. 아주 짧은 거리지만 몇 차례 더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오늘도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풍차의 위압감에 주눅이 든 게 확실합니다.




광해군 기착지 중간 스탬프

  아침을 늦게 먹어서 점심도 늦게 먹을 요량으로 식당이 많은 월정 해변과 행원 포구를 지나쳤습니다. 한참 마을 안으로 접어들어 밭과 숲을 보면서 구좌농공단지를 지납니다. 목이 말라 나무 그늘에 쉬면서 중간 스탬프를 올레책에서 찾습니다. 아... 약 2km를 지나쳤습니다. 왕복 4km입니다. 완주가 목표이기에 어떡합니까... 빠꾸토 해야지요. 좁고 표면이 불규칙한 올레 대신 농공단지의 직선 포장도로로 광해군 기착지까지 꼬닥꼬닥(느릿느릿의 제주어) 걸어갑니다.

  광해군 기착지는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제주도에 유배돼서 처음 도착한 지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분명 옆으로 스쳐 지나갔는데 못 본 겁니다.




덕분에 주변 식당에서 맛있는 물회국수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 때문에 4km를 더 걸어서 램블러 앱 지도에 동그라미 흔적이 생겼습니다. 어제 무리했기에 오늘은 20코스 15km만 걸으려고 있는데 결국 20km를 채웠습니다. 최근 코스는 20km를 오르내립니다. 예전에는 5km를 걷는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올레 걸은 뒤로는 10km도 애들 껌값입니다. 올레의 긍정적인 효과입니다.




<벌써 여름?>


  백사장이 있는 해변에는 벌써 많은 사람이 모여듭니다. 특히 젊은 연인들과 아이들 손을 잡은 젊은 부부들이 많습니다. 거의 수도권에서 온 분들일 겁니다. 올레를 걸으며 만난 올레객 9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이었거든요. 백사장이 드넓은 월정 해변은 차량과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상당히 유명한가 봅니다. 물에만 안 들어갔지 마치 피서철을 연상케 합니다. 모래사장이 적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성세기 해변, 행원 해변, 평대리 해변과 세화 해변은 인파가 조금 적습니다. 휴가철에는 이런 작은 해변에서 지내는 것이 더 실리적일 것 같습니다. 가족과 함께 캠카로 온다면 이런 곳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여정


<오늘의 경제활동>

아침 김녕 대복해장국 식당 고사리육개장 7,000

점심 민경이네어등포해녀촌 물회국수 12,000

해녀촌박물관 입장료 1,100

세화 중앙목욕탕 5,000

저녁 세화리 꽃돼지정식 식당 동태탕 8,000

탱자싸롱 게스트하우스 23,000

계 5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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