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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도피 D+2 '샬레' 게하의 인연과 고사리

by 펜이
"샬레" 게스트하우스와의 인연


20180405_132131.jpg 한라봉 꽃

제주 도피 사흘째

간밤에 비가 그렇게 내리더니 아침엔 이슬비가 오락가락한다.


비 온 날은 집에 있을 때도 집안에서 빈둥거리듯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늘은 맹탕! 하려 했으나...


하지만 멀리 제주까지 왔으니 이대로 말순 없는 노릇

해서 낮에 아점 간단히 요기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비 온 날은 고사리꺾기가 제격이기에 '야구인 마을'로 향했다.


작년 제주올레를 걸으며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게스트와 함께 고사리꺾기 체험을 했었다.

마침 가는 길에 대포동의 '게스트하우스 샬레' 사장님의 농장을 방문했다.


샬레 게하는 작년 여름에도 가족이 묵었던 곳으로 인연이 있다.

한라봉을 먹으라며 내놓기에 펜이 부부도 나주 배즙 몇 봉 드리고 하우스도 구경했다.


이제 막 한라봉 꽃망울이 맺혀지고 있다.

성질 급한 놈은 벌써 하얗게 터트렸다.


천리향과 같은 진한 향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와 퇴비 냄새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사장님의 농지를 구경하며 제주 도피가 정착으로 바뀌는 이상한 꿈도 꾸어본다.




비 오는 날 고사리꺾기 체험


20180405_160655.jpg 제주 특산품 고사리

사장님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제주 야구인의 마을'을 내비에 찍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

녹음이 날로 짙어져는 제주 중산간 지역을 구경하면서 아직 개발하지 않은 기회의 땅으로 생각되었다.


야구인 마을 못 가서 도로변 빈 땅에서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였다.

펜이 부부도 작년의 기억을 되살려 적당한 장소에서 고사리꺾기에 도전했다.


제주도 고사리는 아직 경작하지 않은 땅에 자연스럽게 난 것을 누구나 꺾어도 된다는 게하 사장님의 귀띔이 있었다.

그래서 마음 놓고 지천에 깔린 고사리를 수확(?)했다.


길가라 누군가 먼저 다녀갔는지 고사리는 듬성듬성 보였지만 한 시간이 못 돼 둘이 두세 끼 먹을 양은 충분히 꺾었다.

돌아오는 길 가장자리 유채꽃은 더욱더 샛노래서 부자 된 기분이다.


마눌님은 숙소에 도착해 집 주인에게 일부를 나눠준다.

펜이는 '옥돔 고사리 조림'을 마눌님에게 해주겠다며 떵떵 큰소리쳤다.


점수 따기 위한 나름의 계책(?)이었다.

독성을 빼기 위해 싱싱한 고사리를 직접 씻어 쌈고 찬물에 담갔다.


펜이 태어나 첫 경험이다.

피곤한 몸을 잠시 침대에 누웠는데 이미 마눌님은 어제 올레시장에서 사 온 옥돔을 고사리와 함께 양념을 넣고 요리 중이었다.


목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 판다고 배고픈 마눌님이 먼저 요리를 한 것이다.

"제주 와서 고생시키면 다담주 내려오는 딸과 함께 고홈"한다며 엄포를 놓는다.


펜이는 맛있게 먹어주는 것으로 엄포에 대응했다.

물론 설거지는 펜이 몫이었다.


마눌님과 단둘이 모처럼 시공간을 함께하며 요리를 나눠서 하고 감정을 공유하니 마치 신혼 기분이다.

비 덕분에 여유로운 제주 도피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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