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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도피 D+8 낚시터 찾아 삼만리

by 펜이

제주 도피 생활이 벌써 아흐레째다.

도피하러 왔는데 습관이 안 되다 보니 육지처럼 날마다 어딘가를 가야 직성이 풀린다.


첫날부터 어딘가를 찾아 나섰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도피처에 도착하면 이내 곯아떨어졌다.

속골의 비경

그래서 오늘은 휴식기를 갖기로 하고 근처 '속골'을 찾았다.

제주는 화산 지형이라 하천이 거의 건천이다.


'속골'은 작년 올레 완주 때 발견한 담수천이다.

올레 7코스에 있다.

속골 주변의 이국적인 야자수와 야자수 매트

바다와 접한 속골 하천을 둘러보니 물고기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그래도 미리 준비한 밥알과 된장을 비벼 뭉쳐 통발에 넣어 물에 던져놓고 올레 7코스를 걸었다.


이국적인 키 큰 워싱턴 야자수 군락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바닷길 올레를 걷는다.

우거진 나무 터널 아래 깔린 푹신한 야자수 매트를 밟으며 새들의 합창 소리에 올레의 묘미에 푹 빠졌다.

20180411_123322.jpg 자연산 미역을 걷어올린 마눌님

법환포구까지 2km를 걸으며 바닷가 돌 사이에 걸린 미역 줄기 수확은 올레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며칠 후 조우할 바다낚시가 소원인 딸내미를 위해 적당한 낚시터를 탐색 중이다.


다음 주에 두 녀석이 내려오기 때문이다.

법환포구 주변에 낚시꾼이 보여 잠시 살펴봤는데 바람 때문인지과가 없어 아쉬웠다.


바닷가를 따라 걷다 보니 작년에 자리돔 물회를 맛있게 먹었던 '포구식당'이 나타났
다.
바로 자리돔 물회를 시켰는데 마눌님 맛있다며 사발을 싹 비운다.

자리돔 물회와 자리돔 젓

포항에서 오셨다는 초로의 올레꾼 두 친구는 자리돔 물회가 처음이라며 주문을 망설였다.

그래서 펜이가 적극 권했다.


물회를 들고난 후 두 분 모두 흡족해했다.

자리돔은 제주도의 특산품으로 자리돔 물회는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다.


가격도 작년과 같은 2인분 2만4천 발이다.

포만감을 느끼며 천천히 다시 올레를 따라 속골로 돌아왔다.

속골에 던져놓은 통발과 새끼 물고기

제일 궁금한 게 속골에 던져놓은 통발이다.

얼마나 잡혔을까?


결과는 이름 모를 조그만 물고기 두 마리ㅜㅜ

그래서 다시 하천에 보내주고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낚시터를 찾아 액셀레이트를 밟았다.

2017년 올레에서 만난 현지인 낚시꾼과 함께

도착한 곳은 월평포구!

작년 올레 걸을 때 제주도 현지인 낚시꾼 할아버지 세 분을 만난 곳이다.


회와 매운탕, 제주도의 특별한 제사 음식도 얻어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육지와 사뭇 다른 제사 음식인 '산적'에 깜놀했다.

20180411_160851.jpg 바람이 거세 물고기가 아닌 세월을 낚는 강태공

당시 블로그에 올린 사진의 배경을 찾았다.

지금도 지난해처럼 여러 명의 낚시꾼이 세월을 낚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파도가 치니 낚시가 시원찮은 모습이다.

그래도 전문 꾼은 잘 잡아 올렸다.

20180411_173636.jpg 위미항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일렁여서 여건이 녹록치 않아 다시 기수를 위미항으로 옮겼다.

역시 여기에서도 낚시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낚시꾼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2년 전에 경기도 평택에서 제주로 이주했단다.

제주가 너무 좋아서란다.

20180411_180550.jpg 경기도 평택에서 이주한 낚시꾼

펜이는 도피를 위해 왔지만 제주가 좋아 한 달 살이하다가 이주하는 분이 많다고 했다.

그분들의 용기에 부러움을 느꼈다.


평택에서 오신 인상 좋은 분이 낚시법도 알려준다.

새우로 조그만 크기의 정강이 물고기를 잡고 그 고기로 오징어를 낚는다고 했다.


TV 집시맨에서 본 제주도에서 고등어가 많이 잡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구좌읍 세화 해변이란다.

그분도 150마리까지 잡아봤단다.


150에 눈까지 휘둥그레졌다.

서귀포에서 시작한 땅거미가 스물스물 올라오자 정강이와 오징어, 고등어를 한가득 잡은 부푼 꿈을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위미항 근처의 사진말 전문 갤러리 마음빛그리미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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