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하늘의 별이 된 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 2월 4일 설날 전날이 400일이다.
별이 되고 한 달 만에 맞는 설은 명절이 아니었다.
가족 모두가 슬픔에 빠져 허우적댔으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작년 처음 맞는 추석도 역시 시간이 좀 지났다지만 더욱 비참했다.
명절이 되면 모두가 고향 찾아 부모 형제 또는 친인척이 모여드는데...
우리 막내는 정녕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영원히 떠나버렸으니...
명절이라지만 차마 형제들과 조카들을 볼 수 있는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딸내미들이 부모를 생각해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었다.
이국의 하늘에서 보는 둥근 보름달이 그렇게도 서럽게 보였다.
밤하늘을 그윽하게 비추는 달에 아들의 얼굴을 그리면서 속울음으로 울었다.
아들과 함께한 공간인 집을 떠나서도 무시로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특히 명절이나 생일, 기일 등 특별한 기념일에는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설움이 복받쳐 온통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이 뒤따른다.
내 마음은 어디 둘 곳 없는데 평소처럼 밥을 먹고 티비를 보고 책을 읽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이게 과연 자식을 지키지 못하고 먼저 보낸 애비의 행동이 맞는지 죄책감이 들어 미치겠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만나 얘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가면을 쓴 광대가 돼가는 것 같다.
그렇게 살다 보니 사람들은 괜찮아지고 치유되고 잊혔나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은 400일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단장의 고통을 넘어 참척의 슬픔을 이기지 못해 정신과 약으로 낮과 밤을 버티고 있는데 말이다.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같은 고통을 갖은 사람들의 온라인 모임을 들여다볼 때마다 위안 아닌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나만 그런 슬픔에 빠진 게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이 되고 서로 같은 경험을 했기에 위로와 함께 용기를 북돋아 주는 정이 고맙기도 하다.
다음 주말에 오프라인 모임이 서울에서 있다는데 차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번 두 번째 맞는 설도 남의 눈을 피해 집을 나섰다.
딸내미 집으로 상경했다.
이런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
비록 한 달 만에 본 얼굴이지만 반갑기 그지없다.
연휴 때 슬픔을 이기기 위해 딸내미들이 짜놓은 일정대로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다.
아들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했지만, 가족 단위로 특별한 행동을 해야 하거나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중심을 잡아야 하기에 내색하지 않았다.
막내인 아들 얘기는 가능한 한 서로 하지 않는다.
우리 가족만의 불문율일까...
아들 얘기만 나오면 서로 누구랄 것도 없이 가슴 속의 응어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래서 얼른 화제를 돌리곤 한다.
롯데월드타워 카페에서는 커피 향이 스멀스멀 코를 통해 폐부 깊숙이 잠겨 허우적대듯 가족 네 명은 그렇게 현실을 부정하며 시선은 창밖을 응시하기에 바빴다.
익선동 한옥거리에서 즉석 사진을 찍는 게 있었다.
기념으로 찍는다지만 이 빠지듯 한 놈이 없으니 왠지 서글퍼졌다.
부모 생각해 딸내미들이 준비한 맛있는 요리를 먹지만 마음은 딴 데 있다.
바로 그 녀석 때문이다.
유난히 고기와 회를 좋아했던 아들이다.
물론 딸내미 앞에서 흔들리지 않으려 맛있게 먹기는 했지만...
어디 멋진 곳을 가거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는 꼭 등장하는 게 아들 생각이다.
가슴에 묻었다지만 무시로 생각나는 아들이 그립다.
언제까지 이 노릇을 할 것인가...
아마도 내 삶이 끝나야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내일은 또 아들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