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을 거닐어요 '환상숲 곶자왈'
오늘은 딸내미들과 제주에서 상봉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설렌 날이다.
비록 퇴근해서 밤 뱅기로 만나지만 말이다.
그래서 오늘 최종 목적지는 제주국제공항이다.
큰 계획 없이 서귀포에서 서북쪽 방향 제주시로 올라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어제 비자림의 상큼함을 못 잊어 또 곶자왈을 찾았다.
바로 한경면의 '환상숲 곶자왈 공원'이다.
개인 소유 곶자왈로 처음에 소박하게 시작했단다.
숲이 점차 알려지면서 숲 해설사를 고용할 정도로 관광지가 되었다.
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나무 식생에 대한 지식도 얻고 자연의 오묘한 이치도 깨닫는다.
짙은 청록색의 상록수는 햇볕이 조금 덜 받는 곳에, 봄에 새로 나는 연둣빛 활엽수는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단다.
제주의 구지뽕나무는 생존을 위해 가시를 만드는 대신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뿌리가 노란색이면 뽕나무, 가시가 있으면 구지뽕나무란다.
구지뽕나무가 가시를 낸 이유는 열매를 천적인 인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말에 급 죄송한 마음이 든다.
어린 구지뽕나무는 잎을 보호하기 위해 애벌레가 못 올라오도록 잎 아래에 가시가 땅 방향으로 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갈등(葛藤)의 어원도 설명해줬다.
「칡과 등나무」라는 뜻으로 일이나 사정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화합하지 못함의 비유한 말이다.
칡은 오른쪽으로 휘감아 가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휘감는 성질이 있어 서로 얽히고설킴을 의미한다고.
때죽나무 열매는 독성이 있어 열매를 빻아 물에 뿌리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다고.
환상숲에서 가장 오래된 소나무로 6년 전에 재선충병으로 고사했다는 설명에 아쉬운 마음 한가득이다.
설명을 들으며 곶자왈을 걷는데 계속 향기로운 냄새가 일행을 따라다닌다.
그 주인공은 바로 계피나무 향이다.
가까이 냄새를 맡으니 아주 진한 향이 코끝을 찌른다.
곶자왈은 나이 많은 나무도 있지만 예전에 땔감이 필요했던 시절 거의 베어서 70~80년이 최고란다.
오늘도 숲속을 거닐며 오감이 살아 숨 쉬는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
이런 멋진 자연을 후대에도 물려줘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리라.
딸내미들을 위한 여정 '곽지 해수욕장'과 '한담 해변' 그리고 'GD카페_몽상드애월'
다음은 내일 딸내미들과 함께할 여정을 위한 탐색이다.
사람 많은 북쪽 월정 해변보다는 멍때리기 좋고 한가한 서쪽의 곽지 해변을 찾았다.
드넓은 하얀 모래와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고즈넉함이 좋고 하얀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패들 보트도 볼 수 있어 좋다.
딸내미들이 직장을 다니느라 지친 심신을 릴랙스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갔다.
내일 딸들을 위해 애월읍에 있는 해물과 육고기의 조화 '붉은제주'식당의 삼합을 예약했다.
작년 여름휴가 때 처음 접했는데 괜찮은 곳이었다.
현장이 아닌 인터넷으로만 예약할 수 있다.
붉은제주 인근에 조그마한 한담 해변이 나온다.
잔잔한 파도에 흔들리는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내일 가족과 함께 타는 모습도 그리며 가수 빅뱅의 일원 G-DRAGON이 운영한다는 카페에 갔다.
유명세를 타서인지 주변에 다른 카페도 많이 생기고 별도 요금을 받는 주차장이 생길 정도로 핫플레이스다.
카페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180도 이상 오직 수평선만 보이는 뻥 뚫린 아름다운 바다였다.
햇볕에 반사된 물비늘은 눈이 부실 정도로 이글거렸다.
이 정도면 두 딸내미에게 아깝지 않은 아빠의 선물(ㅎ?)이 될 것이다.
우리 부부도 한참 바닷가를 거닐며 멍때리기를 했다.
공항에 갈 시간이 되어 아쉽게 일몰은 보지 못하고 제주국제공항으로 향했다.
퇴근 시간과 겹쳐 차는 밀리지만 어둠 속에 두 딸을 그리며 나아갔다.
공항에서 반갑게 해후를 했다.
비록 서울의 큰딸은 한 달 만에, 광주에서 함께 사는 둘째 딸은 18일 만이지만.
가족이 함께 다시 남으로 남으로 내달렸다.
서울 딸내미는 제주에 오니 공기부터 다르다며 호들갑이다.
차 안에서 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며 탄성을 질러댄다.
그러고 보니 제주의 별을 보는데 무관심했다.
운전하며 달리는 차에서는 볼 수 없지만 어렸을 적 별을 헤는 마음으로 다음번에 헤봐야겠다.
제주의 버킷리스트 또 하나의 바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