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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쌤 Jun 26. 2022

"대단하다."소리를 들으면 결국 말대로 되나?

난 꾸준한 인간이었어.



“대단하다” 소리를 들으면 결국 말대로 되는 건가.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 그 끝이라는 게 뭘까?

난 어쩌다가 이러한 신념을 가지게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어른이 된다는 것도 어쩌다가 어른이 된 것처럼, 시작을 했으면 뿌리를 뺀다는 생각도 어쩌다가 하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을 따지고 보면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인 거 같다. 보잘것없다는 말조차 내가 만든 단어지만 한번 표현해 봤다.

   

어렸을 때 무단히 부끄럼을 그리 많이 타는 소녀였다.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부끄럽고 떨리고 수줍은 모습으로 자랐다. 오로지 엄마 치맛자락만 붙들고 엄마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는 그런 수동적인 아이였다. 언니 오빠들은 다 자라서 객지에 나가 돈 벌고 있었고 난 바로 위에 언니와 함께 오손 도손 지내며 자랐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시험공부도 하고 돌아다니면서 놀기도 했다. 그때 자아가 형성되면서 비교 개념이 생기고 나도 뭔가를 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무언중에 기억이 떠오른다. 


"아! 난 진짜 별로 가진 게 없구나." 그렇다면 내가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구나. 엄마 아빠는 이미 늙으셨고 농사를 짓다 보니 돈은 항상 없고 그렇다고 언니 오빠들이 굉장하게 잘되어서 나를 끌어당겨주는 것도 아니니 서럽기 시작했다.   

  

'그래 결심했어. 난 내가 나를 일으켜 세울 거야.'

중2 때 악착같이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수학을 정말 잘 푸는 아이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드디어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이제 친한 친구도 생겼고 학업에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영어에도 도전했다. 영어 쪽지 시험도 달달달 외우고 시험을 쳤더니 백점이었다. 선생님이 나를 신비롭게 쳐다보았다. 그로 인하여 영어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었고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영어 과목이 기다려졌다.     


그런데 어찌 이런 우연히 있을까. 중학생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아이들한테서 그런 한 과목을 정성 들여 잘하면 자신감이 생겨 다른 과목도 잘하게 된다는 말이 나왔다. 내가 중학생 때는 어리바리 주눅 들고 할 말도 제대로 못 한 거 같은데 지금의 중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잘 끄집어내고 감정 표현도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중3이 되다 보니 많이 혼란스럽다. 이유는 계획을 잡고 뭔가를 하긴 하는데 잘 안된다.”

“그러면 이렇게 한 번 해 봐. 엄마가 가르쳐 준 방식인데 책상 주위에 폰이랑 잡다한 거 다 치우고 연필, 지우개 공책과 책 이렇게만 놔두고 다 치워 버려. 그러면 집중될 거야.”

“아 좋은 방법이네. 나도 꼭 해 봐야겠어.”

“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거 같아.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 질문에 내가 말할게. 일단 과목을 잘 살펴봐.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이고 못하는 게 무엇인지. 그다음에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과목이 있으면 그 과목만 집중적으로 해 봐. 그러면 자신감이 붙을 거야. 그때 다른 과목도 조금씩 흥미가 붙을 거야.”

“아 그런 방법도 있었네. 그런데 잘하는 과목이 하나도 없어.”

“아 그러면 어떤 과목을 지정하면 돼. 그 과목을 집중적으로 해봐.”

“그래 고마워. 오늘 꼭 바로 실천해 봐야겠아.”

이렇게 주고받는 말속에 나도 한마디 했다.


“선생님도 그런 경험이 있어. 학창 시절 때 잘하는 과목이 하나도 없었어. 그런데 어느 날 수학을 결정했어. 왜냐하면 수학은 답이 똑똑 떨어지기 때문에 이 과목을 정하고 계속 문제를 풀고 또 풀고 죽도록 풀었어. 그랬더니 내가 최고 잘하는 사람이 되었어.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겼단다. 그거 참 좋은 방법인 거 같아.”     

이렇게 하여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나니 아이들도 자신감이 빵빵하게 생겼다. 

   

“집단 상담하면서 친구들과 언니들한테 많은 도움을 받아서 좋았고 또 저도 도움을 준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집단상담을 해서 여러 친구들의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불안이나 걱정, 혼란 같은 얘기를 하니 그 부정적 감정이 조금씩 덜어지는 거 같아요.”

“여러 의견을 들어 보니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고 고민을 들어보면서 감정에 대해서도 더 많이 배운 거 같아 뿌듯했습니다. 나에 대해서도 더 알아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러한 후기들이 쏟아졌다.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고 웃어주고 했던 말을 다시 되돌려주니 자신감이 생겨 말을 더 잘하는 것이 보였다. 나도 그랬다.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한 가지를 하면 끝까지 했던 기억이 또 났다.


예전에는 체력장 검사도 했다. 그때 친구와 집을 놔두고 방을 하나 구해서 둘이서 수다도 떨고 놀았지만 체력장 검사에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온갖 연습을 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오래 매달리기도 했었는데 내가 탑을 끊었다. 친구들이 기절을 하면서 놀랐다. “와 순희는 뭐든지 마음먹으니 다하네. 대단하다.”라는 말을 하였다.

매달리기가 별거는 아니지만 그때는 친구들이 인정하는 소리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나에게 힘이 되는 말 “대단하다”는 말을 늘 듣고 자랐다. 집에서도 아버지, 오빠, 언니도 나보고 "대단하다" 소리를 했다. 난 대단한 게 아니고 내 정체성을 드러 내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대단하다고 하는구나. “이게 대단한 거 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도 난 대단한 짓을 또 했다.

상담 공부를 시작했을 때도 미미하게 자식 잘 키우려고 시작했지만 끝까지 해 냈고.

그 외 모든 방면에 동분서주 뛰어다니면 배움에 게을리하지 않았더니 몸에 병(허리 디스크)이 왔다. 

이때도 난 디스크 협착을 수술하지 않고 악착같이 음식 조절하고 10킬로의 살을 빼고 병을 고쳤다. 

요가명상 대학도 함께 한 친구는 포기했지만 난 끝까지 인내를 가지고 다 해냈고.

캘리그래피도 어쭙잖게 시작했으나 2년이 넘도록 포기하지 않고 뿌리를 빼고 있다.

감정 일기 방도 시작을 했으니 지금도 잘 이끌어 가고 있다. 시작은 미미했으니 끝까지 하고 있다.     

이렇게 나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살다 보니 난 꾸준한 인간이 되었다.


삶에는 누구나 역사가 있다. 이러한 역사를 무시하지 않고 이제는 떳떳하게 드러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난 이런 사람이야. 부족했지만 이렇게 해 냈어. 



    


지금은 아이들에게 나의 얘기를 간간이 하면서 용기를 주고 있다.

나도 눈물이 많았어. 

나도 부족했지만 조금씩 노렸도 했어. 

나도 부끄럼을 많이 탔어. 

이러한 말을 해 줌으로 아이들도 훨씬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보았다. 

인생은 돌고 도는 거야. 아이들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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