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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쌤 Jun 29. 2022

술은 잘 먹으면 비타민, 못 먹으면 비실이

술 관련 에피소드로 추억에 잠겨봅니다.



주류에 얽힌 이야기

술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네요. 아련하게 떠오르네요. 아들이 어릴 때 무궁화아파트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예요.   


제가 3층, 하님은 5층에 살았어요. 걸핏하면 남편들과 노닥거리는 시간을 가졌어요. 집안에 일어난 일들을 서로가 뻔히 알 수 있는 그런 사이요. 남편 빼고도 대화를 많이 나누었고요. 아파트 계단 청소도 위층에서 아랫집으로 총동원해서 아파트 계단청소를 했던 시절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림도 없지요. 누가 그렇게 고생하며 아파트에서 살까요. 안 살지요. 제가 연식이 좀 되다 보니 아무래도 아련한 추억들이 되었네요. 


하씨 집안과 저희 집 안은 만났다 하면 재잘재잘 거리며 짹짹이처럼 즐겁습니다. 즐겁게 노는 가운데 이런 내기를 했어요. 술을 누가 더 많이 마시다가 끝까지 버티나? 사실 그때는 제가 술을 마실 줄 몰랐을뿐더러 흥에 취해서 "그래 좋다. 내기해요."라고 하면서 주말인 토요일에 날을 잡았어요. 지금도 눈에 선하답니다. 



그때 양주, 소주, 막걸리 골고루 준비하고 안주까지 넉넉히 준비하여 마시기 시작했어요. 그 순간 너무 행복했어요. 주거니 받거니 마시다가 저희 남편이 가장 먼저 뻗어 버리고 자리를 피해 버렸어요. 그다음 하 씨 차례였지요. 나하고 하씨 남편과는 끝까지 겨루기를 하는 겁니다. 젊었을 때였으니 눈에 겁나는 게 없었어요. 까잇거 하면서 말입니다. 기분 좋게 건배를 외치며 박치기도 하고 신났어요. 


술을 먹으니 본심으로 말을 하는 겁니다. "맨날 만나서 대화하고 놀러 다니고 하는데 할 얘기가 뭐 그리 많니?" 하면서 하씨 남편이 나에게 말을 합니다. 맞아요 알 수 없는 우리 들이었지요.


이제 점점 술기가 올라오는 겁니다. 처음에는 술술 들어가던 술이 이제는 뉘엿뉘엿 지는 해처럼 아주 천천히 들어가는 겁니다, 내가 더 생생했는데 갈수록 처지는 겁니다. 진짜 취해본 적은 처음입니다. 마시고 또 마시고 술이 들어가니 눈에 뵈는 게 없는 겁니다. 


결국 나도 오심과 구역질로 시작하더니 나중에 우웩!! 끝내 제가 뻗어 버렸습니다. ㅎ제가 졌어요. 어리석은 술 내기를 그렇게 하여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되었지요. 


원래 술을 못 마시던 사람이 어리석게도 술 내기를 하다니 이상하지 않나요? 이후 병원에 실려가서 치료받고 2일간 비실비실 했어요. 누구든지 절대 술 내기는 하시면 안 됩니다. 그때는 두려울 게 없었고 너무 절친했고 좋은 게 좋다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에 무조건 고고고 였지요. 그래도 술로 인하여 이웃 간에 더 돈독한 사이가 되었기 때문에 적당한 선만 지키면 비타민이 지죠. 





또 하나의 에피소드 고등학교 친구 오빠가 양주 관련된 직업이었어요. 제가 그 친구 집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그 멋진 오빠와 함께 지냈어요. 너무 멋있고 잘 생기고 세련된 그 오빠, 제가 무엇을 부탁하면 다 들어줬던 오빠였어요. 양주 관련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부산에서 대구로 친척(언니) 집에 가야 된다고 말하면 발 벗고 나서서 차 태워주고 배려해주고 예뻐해 주었어요. 저는 착각했어요. "아! 나랑 결혼할 모양이다."라고요.  


저희 집에서는 이 오빠랑 결혼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결론은 함께 결혼하진 않았고, 그저 이쁜 동생으로만 여겼더라고요. 저는 좋아는 했지만 눈치만 보고 접근하지 못했지요. 숫기가 없어서요. 지금은 양주회사 차려서 잘 살긴 하는데 올캐언니가 말도 함부로 하고 애교스럽지 못하여 행복하지 않다고 하네요. 


 양주 술 관련 그 오빠 지금도 생각납니다. 만약에 내가 그 오빠랑 결혼했더라면 어땠을까? 제비처럼 잘 생긴 그 오빠, 입담도 좋고 친절하고 뭇 여자들이 홀딱 빠지는 스타일의 양주 오빠! 혹여나 결혼해서 바람둥이였으면 내 인생 쪽박 났을 거라 생각 들어요. 다행히 지금의 남편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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