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힐링을 위한 문학으로 글쓰기 1기
40대 초반에 **심리 상담연구소에 공부하러 갔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얘기를 스스럼없이 말하고 피드백도 잘하는데 나는 나의 얘기를 하려면 목소리가 떨리면서 울먹거린다.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분명히 할 얘기가 있는데 목이 매인다. 그런데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말은 더듬거린다. 분명히 힘든 거 같은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 지도자가 물었다.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있는데 목소리와 말의 내용은 슬픈 내용이네요.”
“네? 제가 그러고 있나요. 아닌데요.”라고 반문을 했다.
“지금 감정이 어떠셔요?”
“뭔가 답답합니다.” 목소리가 가늘어졌다.
나의 아픔이 뭔지도 모르면서 털어놓으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굉장히 슬픈 일이었다. 지도자는 나를 보고 의아해했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다. 나도 나를 모르겠다.
나의 이슈는 아버지였다. 어렸을 때 난 아버지가 무서웠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나에게 법이었다. 반대로 자상할 때는 여지없이 장난도 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는 분이었다. 그런데 왜 나에게 양가감정이 생겼을까? 알고보니 아버지는 자주 나를 놀렸다. “우리 막내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라고 태연자약하게 말씀하셨다. 놀릴 때마다 나는 가슴이 철렁했고 두려웠다. 아버지가 나를 보고 엄마 찾아 다리 밑에 가보라고 종용하신다. 어린 나는 또 순진하게 다리 밑에 가서 엄마를 찾아봤다. 진짜 내 엄마는 누구일까. 두리번두리번 찾았던 기억이 뇌리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가족들의 얼굴을 보면 나와 닮지 않았다는 것이 자꾸만 걸렸다. 난 왜 이렇게 못 생겼지? 하면서 진짜 주워 왔다는 쪽으로 기운다. 아버지 말씀이 맞는 걸까? 나의 정체성이 흔들렸다. 내가 선택해서 이 집에 온 것도 아닌데 난 아버지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나를 태어나게 했으면 환영해 줘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고 귀엽다고 하지만 아버지만은 나를 보지 않았다. 이때부터 난 떠 오르는 감정들을 계속 억압해야만 했다. 아픈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마음은 그 자리에 멈춰 버렸고, 몸은 자꾸 크고 비율이 맞지 않았다. 한쪽은 웃고, 한쪽은 울고.
나는 노력했다. 아버지를 용서하려고, 노력하면 금방 될 줄 알았다. 그런데 3년 동안 **심리 상담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치유했지만 여전히 힘들었다. 노력한다고 나의 무의식이 일사천리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 눈앞에 아버지같이 장엄하고, 기운이 넘치고, 불 호령을 치는 사람만 보면 난 쪼그라들고 두려웠다. 이건 분명히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덩어리 감정이었다. 나에게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그저 손님처럼 맞이할 뿐이었다.
내가 태어나 환영받지 못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아버지는 아들을 원했지만 난 딸이었다. 이것이 이유다. 나는 아버지한테 반항이라도 하듯이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 홍역에 걸리고 말았다. 오빠 2명과 함께 한집에 3명이 홍역을 앓다 보니 아버지도 어머니도 정신 없었다. 오빠들은 면역력이 강하다 보니 빠르게 회복되었고 나는 너무 어려서 낫지를 않았다. 결국 작은방에 격리되었고 냉대받았다. 만약에 내가 아들이었다면 이런 냉대를 받았을까. 아버지가 결국 나를 존재감 없이 키운 것이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고 챙겨 주고 받아주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세상은 냉정했다. 아무도 나를 알아봐 주질 않았다.
혹여나 결혼하면 존재감이 살아날까 싶어서 결혼도 했다. 나의 생각과 다르게 남편은 나를 봐주질 않았다. 나만 쳐다봤으면 좋으련만 일만 보고 있었다. 난 조금씩 외로워지기 시작했다. 아버지 사랑을 듬뿍 받았으면 이까짓 것 아무것도 아닐 텐데 나의 마음은 갈라진 논바닥 같았다. 아버지 사랑을 남편한테 바랬던 것이다. “아 무심하다.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 하면서 남편한테 투정도 부리고, 떼도 쓰고, 앙탈도 부려 봤지만 남편은 일에만 집착했다. 일중독의 남편은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휴일도 반납했다.
나는 어딜 가나 홀로였다. 왜 태어났을까, 왜 시집을 왔을까 하면서 후회를 했다. 베개에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아 내며 울고 또 울었다. "아~ 이것이 집착이었구나. 내가 특별한 사람 취급받으려고 애를 쓰고 살았구나. 하지만 나의 욕구에 맞춰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라는 깨달았다. 남편으로 인하여 나의 환상은 깨어졌다. 각자 또는 함께 그렇게 사는 것이다. 가슴속에서 깨닫는 순간 뭉클함이 올라왔다. 이 모든 시련이 나를 깨닫게 하기 위해 일어난 일들이구나. 나는 누구인가. 그것에 대한 대답은 나는 그냥 나 일뿐이다.
힐링을 위한
1기 문학으로 글쓰기 1주차 글입니다.
주제: 나는 악어야(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에 대해 표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