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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Jul 07. 2021

나만의 "유럽" 한상차림

여행에세이, 유럽여행, 먹방여행


 <말을 모으는 여행기>의 맨 마지막 바로 앞의 표제는 먹방에 관한 이야기다. 동남아 여행 중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3국에서 먹었던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불러 모아 한상에 차려 먹는 걸 상상하며 침을 흘렸던... 은 아니고, 아무튼 나만의 한상차림을 만들어 보았다는 이야기를 담았었다. 최근에 헝가리 에세이를 써서 그런지 문득 '굴라시'(goulasch) 수프가 생각났다.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유럽 여행 중에 김치 없는 김치찌개의 느낌이지만 그나마 칼칼한 맛이 느껴져 잠시 느끼함을 덜어낼 수 있는 음식 중의 하나. 그 덕에 한국 사람 입맛에 맞다고도 여러 가이드북에 소개된 것도 본 기억이 난다.


 매운맛을 떠올리니 이탈리아 파스타 중 마늘을 팍팍 넣어 매콤한 맛을 가미한 '펜네 아마트리치아나(penne amatriciana)'가 떠올랐다. 파리에 살 때 집 근처에 이 메뉴를 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어 매운맛이 당길 때마다 자주 찾아가 먹었었다. 동시에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에서 먹었던, 외형만 다를 뿐 떡갈비와 99% 일치했다고도 할 수 있는 체바피(cevapi/ћевапи)도 떠올랐다. 의식의 흐름이 도대체 어떻게 이어진 건가... 싶지만... 수프의 매운맛이 펜네 아마트리치아나를, 건더기에 들어있던 두툼한 고기가 체바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다.


 하나, 둘 유럽에서 먹었던 음식을 모으다 보니 동남아 한상차림을 유럽 버전으로 만들어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져 이 글을 쓰게 됐다. 굴라시는 뭐 수프니까 국 혹은 찌개 정도로 두고, 메인을 육류 요리인 체바피로 두자. 한눈에 보기에도 '떡'갈비 같은 비주얼의 음식, 사진 한 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게 바로 체바피다. 체바피 오른쪽 위, 펜네 아마트리치아나가 보이는데... 스스로 소식가라곤 할 수 없지만, 아니 정확히는 365일 아가리 다이어터의 삶을 사는 인간이니... 한 끼에 메뉴 두 개를 먹는다고 할 수도 있겠다만!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는 'primo', 그러니까 제 1코스로 먹고 요리는 그 다음에 또 먹으니까 대충 합리화하고 넘어가자.


 근데 참... 체바피 왼쪽 위에 러시아식 팬케이크 블린(Блины)을 달아놓은 걸 보면 식탐 많은 걸 숨길 수가 없다. 파스타를 전채요리로 먹자니 조금 애매하니 입맛을 돋우어줄 전채요리 느낌으로 블린을 쓱- 상 위에 올려둔다. 근데 팬케이크라고 하니 뭔가 디저트 같지만 늘 우리가 이야기하듯 '디저트 배는 따로 있으니까' 깨알같이 체바피 아래에 파리에서 먹었던 레몬 타르트도 하나 쓱- 껴 두었다. 굴라시가 매콤한 맛으로 느끼함을 잡아주지만 상큼한 무언가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이어져서 디저트는 레몬 타르트로, 아 그리고 맥주도 과일 향이 들어간 벨기에(에서 마셨던) 맥주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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