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22)
최근 들어 너무 자주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백팩을 뒤로 메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점. 백팩은 이름에 '백(Back)'이 들어가지 않는가. 신체 구조도, 가방 모양도, 모든 면에서 뒤로 메는 게 당연한 게 백팩인데 뭐가 이상하다고 푸념하는 건지. 이미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백팩 앞에 '버스나 지하철에서'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게 힌트라면 힌트다.
대중교통을 탈 때 백팩을 앞으로 메라는 공익 광고 같은 걸 예전엔 꽤 자주 봤던 것 같은데... 광고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다녀서인지 그런 광고나 문구마저 요즘은 싹 사라진 듯했다. 요즘에 부쩍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백팩을 '뒤로' 멘 채 묵묵히 버티고 서 있는 광경을 목격해서인지 평소엔 관심도 잘 두지 않던 공익 광고의 효과를 이렇게 실감하고 있다.
며칠 전에도 퇴근 시간 만원 버스에 오르는데, 안 그래도 사람이 붐벼 좁아진 통로는 거북이 등딱지마냥 대롱대롱 붙어있는 이놈의 백팩 때문에 훨씬 더 좁아졌다. 내 뒤에도 탈 사람은 한참 남았으니 최대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장애물처럼 불쑥 솟아 있는 백팩이 날 가로막으니 갑자기 짜증이 훅 솟구쳤다. (그래서 난 이 글을 쓰는 것이고.) 어깨가 별로 넓지도 않은 주제에 괜히 내 어깨가 넓어서 통로를 헤집고 지나가기 어렵다는 착각이나 하고 앉았다. 양옆에서 밀고 들어온 백팩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탓을 해야 할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세 번의 우연이 참 애달프게도 교차했다. 하필 한 버스에 백팩을 멘 사람이 많이 탔고, 하필 그들 모두가 한 마음 한뜻으로 백팩을 뒤로 멨고, 또 하필 퇴근 시간이라 버스는 꾸역꾸역 사람을 태워야 했다는 우연.
아무튼, 또 버스를 타고 내 갈 길을 조용히 가고 있던 어제(다행히 널널한 버스였다), 정류장 안내를 해 주는 전광판에 믿을 수 없는 문구가 스쳤다.
백팩은 앞으로 메세요.
아직 이런 문구나 광고가 어딘가에 존재하긴 하는구나, 라고 안도했다가 그런데도 현실은 백팩으로 꽉 막혀 있다는 생각에 답답함이 뒤이어 몰려 왔다. 요즘 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백팩을 뒤로 메는 사람이 많았다는 핑계로 나도 멋대로 뒤로 메고 다닐 수 없는 노릇이니 일단 나라도 계속 앞으로 메고 다니는 걸로... 공식적으로 백팩 이름을 '앞'팩으로 바꾸는 것도 어쩌면 신박한 해결책이 되진 않을까 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마무리짓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