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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Oct 29. 2021

백팩은 앞으로 메세요

단상(22) 


최근 들어 너무 자주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백팩을 뒤로 메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점. 백팩은 이름에 '백(Back)'이 들어가지 않는가. 신체 구조도, 가방 모양도, 모든 면에서 뒤로 메는 게 당연한 게 백팩인데 뭐가 이상하다고 푸념하는 건지. 이미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백팩 앞에 '버스나 지하철에서'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게 힌트라면 힌트다.


대중교통을 탈 때 백팩을 앞으로 메라는 공익 광고 같은 걸 예전엔 꽤 자주 봤던 것 같은데... 광고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다녀서인지 그런 광고나 문구마저 요즘은 싹 사라진 듯했다. 요즘에 부쩍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백팩을 '뒤로' 멘 채 묵묵히 버티고 서 있는 광경을 목격해서인지 평소엔 관심도 잘 두지 않던 공익 광고의 효과를 이렇게 실감하고 있다.


며칠 전에도 퇴근 시간 만원 버스에 오르는데, 안 그래도 사람이 붐벼 좁아진 통로는 거북이 등딱지마냥 대롱대롱 붙어있는 이놈의 백팩 때문에 훨씬 더 좁아졌다. 내 뒤에도 탈 사람은 한참 남았으니 최대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장애물처럼 불쑥 솟아 있는 백팩이 날 가로막으니 갑자기 짜증이 훅 솟구쳤다. (그래서 난 이 글을 쓰는 것이고.) 어깨가 별로 넓지도 않은 주제에 괜히 내 어깨가 넓어서 통로를 헤집고 지나가기 어렵다는 착각이나 하고 앉았다. 양옆에서 밀고 들어온 백팩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탓을 해야 할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세 번의 우연이 참 애달프게도 교차했다. 하필 한 버스에 백팩을 멘 사람이 많이 탔고, 하필 그들 모두가 한 마음 한뜻으로 백팩을 뒤로 멨고, 또 하필 퇴근 시간이라 버스는 꾸역꾸역 사람을 태워야 했다는 우연. 


아무튼, 또 버스를 타고 내 갈 길을 조용히 가고 있던 어제(다행히 널널한 버스였다), 정류장 안내를 해 주는 전광판에 믿을 수 없는 문구가 스쳤다. 


백팩은 앞으로 메세요.

아직 이런 문구나 광고가 어딘가에 존재하긴 하는구나, 라고 안도했다가 그런데도 현실은 백팩으로 꽉 막혀 있다는 생각에 답답함이 뒤이어 몰려 왔다. 요즘 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백팩을 뒤로 메는 사람이 많았다는 핑계로 나도 멋대로 뒤로 메고 다닐 수 없는 노릇이니 일단 나라도 계속 앞으로 메고 다니는 걸로... 공식적으로 백팩 이름을 '앞'팩으로 바꾸는 것도 어쩌면 신박한 해결책이 되진 않을까 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마무리짓는 글.


BACK PACK HUGS 라는 광고도 있었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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