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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Feb 11. 2022

띄우느냐 붙이느냐

단상 (31) 그것이 문제로다

 지난주에 '밀리의서재'에서 출간한 <분란서, 불란서>도 그렇고 다다음주에 열릴 '커넥티드북페어' 때 들고나가려고 준비하는 책도 그렇고(첫 줄부터 두 이벤트를 깨알같이 홍보...), 프랑스어를 활용해서 소제목을 만들고 본문에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프랑스어 문장이 들어갔다. 의도했다기보다는 특기라곤 안 그래도 몇 안 되는데 글을 쓸 때 살릴 만한 게 저것뿐이라 자꾸만 활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데에서 갈팡질팡해야 하는 부분을 마주치게 됐는데, 다름 아닌 물음표와 느낌표다. '물음표를 다른 형태로 쓰는 게 아닐 텐데 왜 그걸로 고민하는 거지?', 머릿속에 물음표가 둥실 떠오르신 분들이 있는가. 끝까지 글을 읽어 내려가면 '아, 이런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겠구나!', 느낌표가 짜잔 등장할 만한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그러니 끝까지 읽어주소서...)


 웬만하면 구두점을 최소화하자는 주의다. 윗 문단에 '있는가'에도 물음표를 붙일 수 있지만 굳이 붙이지 않았듯이. 그런데 물음표와 느낌표를 없애면 드러내려는 느낌이 제대로 담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 빈정대거나 조롱하는 투로 구두점을 붙이려던 문장을 평서문으로 쓰면 그 뉘앙스가 제대로 담기지 않아 꾸역꾸역 물음표나 느낌표를 붙였더랬다. <분란서, 불란서>의 소제목도 마침표도 다 빼고 썼다가 부득이하게 정확한 뉘앙스를 드러내려 두 번 물음표를 넣었다. 편집자에게 전달받은 1차 교정지에 두 개의 물음표는 마지막 단어와 찰떡같이 붙어 있었다.


 '응?', 방금 읽은 말은 당연한 말이 아닌가 싶어 갸우뚱하고 계실 분들이 떠올린 이 말처럼 물음표는 붙여 쓴다. 한국어 글에서는 말이다. 프랑스어 구두점 표기법에선 물음표와 느낌표를 띄어 쓰도록 되어 있다. 받아 든 교정지 첫 페이지엔 단순 오타, 맞춤법 오류는 편집자가 따로 표시해 두지 않고 수정했다는 코멘트가 적혀 있었다. 물음표도 그저 띄어쓰기 오타쯤으로 받아들였으리라. 찰떡처럼 붙어 있던 물음표를 떼어 한 칸 옆으로 띄우고는 '프랑스어 구두점 원칙에 따라 띄웠음'을 밝혔다.


 그런데 정작 독자는 한국인이다. 내 딴에는 원칙을 지킨 건데 보는 이의 대다수는 원칙을 어긴 걸로 여길 터. 에잇, 붙여버리지 뭐, 라며 백스페이스를 누르려다 멈칫한다. 프랑스를 소재로 삼았다 보니 프랑스에 관심이 많고, 개중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독자가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많을 거란 생각이 들어 함부로 붙여 버릴 수도 없었다. 그들에게선 더한 질책이 날아올 것이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는 작자가 물음표 띄워 쓰는 것 정도도 모르고 한국어처럼 붙여 썼다고 말이다. 


 띄우느냐 붙이느냐, 이게 뭐라고 '이것이 문제로다' 따위의 거창한 부제를 달았다. 어떤 식으로 편집하든 왜 띄웠냐고, 왜 붙였냐고 반문하는 독자가 결국 존재한다면 그에 걸맞은 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프랑스어 구두점 표기 원칙을 지키기 위해 띄웠다거나 상정한 독자가 한국인이라서 우리말 문장처럼 붙여 썼다거나 하는 대응 말이다. 변명처럼 들리지 않기만을 바라며 <분란서, 불란서> 소제목에 달린 물음표가 과연 붙어 있는지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밀리의서재' 앱을 켜고 <분란서, 불란서>를 검색하면... (마지막까지 한 번 더 홍보하는 나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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