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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Jun 09. 2022

내 입에 캔디(   )

단상 (49)


내 귀에 캔디, 꿀처럼 달콤해 니, 목소리로 부드럽게, 날 녹여 줘.


- 라고 백지영과 옥택연이 부르짖었건만, 내 귀에 캔디는 온데간데없고 내 입에 캔디'바'만 맴돌고 있는 요즘이다. 꿀처럼 달달하게 귀를 녹이는 상대가 없는 서글픔을 애꿎게 캔디바만 살살 녹이며 달래고 싶기라도 한 걸까. 


그런 애달픔 감정 따윈 없다. 그저 캔디바를 하도 자주 먹는 요즘이라 캔디바, 캔디, 내 귀에 캔디가 자연스레 떠올라서 후킹한 제목을 짓고 그에 걸맞은 포문을 열어본답시고 몇 글자 적어봤을 뿐이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두루두루 좋아하진 않는다. 하나에 꽂히면 몇 날 며칠 같은 메뉴를 먹기도 하는 다소 극단적이고 편협한 음식 취향이 디저트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어 한 아이스크림에 꽂히면 그것만 주야장천 먹어댄다. 대학생 땐 스크류바였는데, 요즘은 캔디바다. 공통점을 굳이 꼽아 보자면 '바' 형태의 살살 녹여 먹는 재미가 있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점 정도다. 콘 종류의 아이스크림이나 붕어 싸만코라든지 찰떡 아이스라든지 하는 '빙과류' 보다는 스낵에 가까운 형태의 아이스크림에는 그다지 손이 가지 않는다. 


집 옆에 있는 편의점을 지나다가 5개 이상을 사면 개당 500원으로 할인을 해준다는 문구에 혹해 버렸다. 할인이 적용되는 아이스크림 종류는 엄청 많았는데, 이날은 왠지 캔디바가 구미를 당겼다. 여러 종류를 맛보고 싶었다면 이것저것 골라 담았을 텐데 그냥 캔디바 여섯 개만 한 움큼 집어 들고는 계산을 했다. 직원도 교차 할인이 돼서 다른 종류로 골라와도 된다는 제 나름의 친절을 발휘했으나 이는 내 편협한 취향을 몰라서 한 소리였을 뿐이다. 다섯 개는 가방에 넣고 하나는 바로 뜯어서 집에 가는 동안 먹어 치운다. 


예전에 그리 즐겨 먹지 않던 아이스크림이었는데도 저날 갑자기 캔디바를 집어 든 건 캔디바를 먹을 때의 아삭하고 고소한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캔디바를 먹을 때면 와작 와작 입 속에 들어가는 대로 씹어 먹지 않았다. 하늘하늘하게 겉을 에워싼, 이 녀석 때문에 '캔디'바라는 이름이 붙었을 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겉 부분만 조심스레 깨물고는 한 겹 한 겹 벗겨 먹는다. 가끔 씹는 힘이 너무 들어가서 안의 하얀 속살까지 딸려 들어올 때면 김새는 마음마저 든다. 남들이 보기에 별종이라 생각하려나. 아무튼 아삭아삭 거리며 겉 부분을 싹 도려 낸 후에 하얀 우유 아이스크림의 달달하고 고소한 풍미를 천천히 즐긴다. 


아삭함 다음에 고소함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별미라는 생각이 든 건지, 캔디바에 꽂히고 말았다. 여섯 개를 사놔도 하루에 하나 먹으니(사실 두 개 먹은 날도 있다...) 일주일도 채 안 돼서 냉동실에 캔디바는 동이 난다. 두어 번 편의점에서 또 한 움큼을 집어 와서는 매일 같이 내 입에 캔디바를 집어넣고 있다. 한 번은 편의점에 캔디바가 품절된 적이 있었는데, 내 귀의 캔디를 꿀처럼 귀에 발라가며 부드럽게 녹이려고 한들 그때의 아쉬움을 달래기 힘들 것이다.


또 갑자기 어느 순간 캔디바에 질려서 한동안 거들떠도 안 볼 테지만, 그러는 동안에 아이스크림이든 뭐든 다른 별미에 꽂히면 그것만 먹어 댈 테지만, 지금은 질릴 때까지 내 입에 캔디바로 하루의 끝을 아삭하고 고소하게 달래야겠다. 


요즘 같은 마음이면 캔디바 만든 사람한테 상이라도 주고 싶을 지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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