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93)
의도치 않게 지난 글의 연장선에서 기록하는 이번 글.
https://brunch.co.kr/@ksh4545/279
어제는 떡 타령하더니 이번에는 콘, 그러니까 아이스크림 콘 타령을 해보겠다. 늘 다이어트 앞에 '부질없' 세 글자를 붙이고 마는, 삼백육십오일 중에 삼백일 이상은 다이어트를 입에 담는 아가리 다이어트인 나는 최근에 또 다이어트의 굴레에 빠져들고 말았다. 새해가 되었으니 다이어트를 해 본다는 새해 다짐 치고는 삼 개월 하고도 반이 지나서 그 다짐을 시작했으니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극악의 의지박약은 또 아닌 게 한 번 등록해 놓으면 꾸역꾸역 매일 헬스장을 나가긴 하기 때문.
안 하던 운동을 하려니 운동을 끝내고 나올 때면 기운은 기운대로 없고 입에선 단내가 났다. 체력을 증진시키고 입맛도 돋우면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하는 게 운동 아닐까마는... 간헐적 운동러인 터라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시점이면 없던 체력을 끄집어내기 급급해 아직 활력을 불어넣는 단계까지 건너뛰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집으로 가는 내내 단내 나는 입에 단 걸 집어넣어 당을 충전하겠다는 마음이 컸다. (라임 보소) 그래도 뭐 운동하긴 했다고 배도 헛헛한 게, 바 형태로 된 달달한 아이스크림보다는 씹을 거리가 같이 있는 콘 종류가 좋을 듯해 브라보콘을 하나 집어 카운터로 향했다. '삑', 바코드를 찍는 알림음이 나오는 동시에 포스 화면에 이벤트 가격 알림이 떴다. 그 화면이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걸 놓치지 않은 직원은 지금 이거 5개 이상 사면 개당 천 백 원에 살 수 있다고, 하나만 사면 이천 원이니 다섯 개 사면 이득이라며 이벤트가를 상기해 주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긴 하지만, 브라보콘을 먹는 건 운동 후의 헛헛함을 달래기 위함이었을 뿐이지 굳이 다섯 개를 바리바리 사들고 집에 가져갈 생각은 없어 괜찮다고 했다. 친절을 한 차례 더 발휘한 건지,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점장이라 매상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지, 직원은 포기하지 않고 매장에 '킵'해 두는 방법이 있음을 알려왔다. 헬스장과 집 사이에 편의점이 위치해 있으니 분명 몇 번은 더 운동 후의 헛헛함을 구실 삼아 아이스크림을 살 것이 눈에 훤해 팔랑거리는 귀를 애써 숨기며 태연한 톤으로 다섯 개를 사기로 합의했다. 직원은 네 개 미증정이라고 적은 영수증을 주며 편의점에 와서 해당 제품을 살 때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지난 글이 OO 주면 안 잡아먹지로 제목을 지어서인지 앞으로 편의점에 들를 때 '(브라보) 콘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고 외쳐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속으로 말이다.
그건 그렇고 졸지에 집 근처 편의점에 아이스크림 콘 네 개를 쟁여 두고 온 나란 녀석은... 호기롭게 다시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헬스장에 나선 지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하나의 235kcal인 아이스크림을 네 개씩이나 킵해두고 온 나란 인간은... 괜히 제 입으로 나서서 아가리 다이어터라고 하는 게 아니다. (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