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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Oct 31. 2020

우리 모두 다 같이 손뼉을

내일 우리 박수치던데? 승무원이 손뼉 친다는 말에 대해

말을 모으는 여행기, 말.모.여. 외전  <승무원의 비밀스런 말> #2. 박수치기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했을 때 승객들이 박수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승무원으로 일할 때 그런 광경은 잘 없었다. 악천후를 뚫고 힘겹게 착륙했을 때 몇몇 승객이 박수쳤던 것 같기도 하지만. 아주 정확히 기억에 남지 않아 ‘~고 한다’라고 글을 시작한다.



* 항공사별로 쓰는 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제가 일한 항공사의 말을 다룹니다.


 위의 경우가 아니고, 그것도 승객 아닌 승무원이 박수친다는 건 무슨 말일까. 바퀴가 활주로에 툭(어쩔 땐 쾅) 닿는 순간, 속으로는 백번 천번 박수를 치긴 쳤다. 곧 퇴근하니까. 이렇게 마음에서 우러나온 박수 말고, 말로 하는 ‘박수치기’란 비행기를 다음 팀에게 넘겨준다는 뜻이다. 항공편 연결 시 승무원들이 경기 시작 전 축구 선수들처럼 일렬로 서서 차례차례 ‘실제로’ 손뼉 치며 교차한다는 건 아니다. 우리는 퇴근인데 다음 팀은 출근이니 퇴근의 기쁨을 공유하는 박수치기는 더더욱 아니다. (누굴 약 올릴 것도 아니고)


 승무원의 박수치기란 ‘바통 터치’의 개념이다. 서로 속으로 손뼉을 짝- 치는 대신 무형의 바통을 주고받는 것. 물론 동기, 친한 크루가 다음 편에 있다면 유형의 손뼉 치기가 오가기도 한다. 박수치기란 표현이 어떻게 쓰이는지 예를 들자면,


① 서비스 용품이 다 떨어져 갈 때 

“박수치는 팀에 제 동기 있어서 (부족 물품 가져오라고) 톡 남길게요.”


② 친한 승무원과 매번 연결 편으로만 만날 때

“우리 비행 요새 왜 이렇게 안 나와?”

“그러게. 맨날 박수칠 때나 보네.”


③ 동기의 소재 파악

“괌 비행 안 나온 지 6개월째야. ○○ 괌이면 뭐 좀 (사다 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엥? 아니야. 걔 어제 나랑 박수쳤어. 지금 방콕이야.”


 연결 편을 뜻하는 말은 전편, 다음 편, 인바(inbound, 귀국편)팀, 아바(outbound, 출국편)팀 등등 무수히 많아서 박수치는 편이란 말만 쓰지 않는다. 뜻은 다 거기서 거기라 승무원끼리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그래도 ‘박수치기’가 묘하게 더 끌리는 건 비행을 마쳤을 땐 퇴근의 기쁨의 박수를, 비행을 시작할 땐 스스로 격려의 박수를 치는 느낌이 나기 때문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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