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꿔바로우를 시켰는데 식초 꿔바로우가 나왔다

중국어 蒜 n. 마늘 / 酸 a. 시다, 시큼하다

by Fernweh

말을 모으는 여행기, 말.모.여. 32)


중국어 蒜 [쑤안] n. 마늘 / 酸 [쑤안] a. 시다, 시큼하다


맵거나 시큼한 강도로만 따지면 마늘과 식초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도 메뉴 이름에 붙이기에는 식초보다 마늘이 더 낫다고

멋대로 해석해 주문을 했고, 반전을 맛보았다.


상하이 여행을 함께 네 장정 모두 중국이 처음이었다. 설렘도 있었지만 걱정도 많았다. 특히 먹거리에. 입이 짧다거나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중국에선 책상다리 빼고 다 먹는다는 풍문과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들리는 가짜 음식 뉴스가 섞여 선입견이 생겼을 뿐. 넷 중 중국어 구사자가 없어 걱정은 커졌다. 영어가 안 통해 감으로 그냥 주문했는데 곤충 튀김일지도 모른다는, 귀신보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친구의 걱정을 예로 들겠다. (3인칭으로 썼지만 나다...)


어처구니없는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상하이에서의 식사는 훌륭했다. 첫 끼 저녁식사부터 괜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생겼다. 주문한 메뉴는 8색 샤오룽바오(小笼包)와 꿔바로우(锅包肉). 와이탄 야경을 보고 들른 ifc 몰에서 우연히 본 샤오룽바오 사진에 끌려 들른 식당이었지만 이 글의 주인공은 꿔바로우다.


'1인 1샤오룽바오'에 같이 먹을 메뉴를 골랐다. 익숙한 만큼 실패할 확률이 적은 꿔바로우로 결정. 주문을 했더니 직원이 '쑤안'이란다. 무슨 소린지 모르니 메뉴판 속 꿔바로우 사진을 콕 찍어 보이니 고개를 끄덕이며 또 '쑤안'이란다. 영어로 소통이 안 되니 'suan'이려나, 하고 짐작한 병음을 사전에서 검색했다. 성조별로 달라지는 여러 뜻 중 ‘蒜’ 글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뜻은 마늘. 마늘 양념으로 조리되는 건데 괜찮겠냐는 뉘앙스를 내비친 것이다. 우리가 누구인가. 닭튀김(치킨)도 마늘 양념에 먹는 민족인데 돼지고기라고 마늘에 못 먹을까. 오히려 마늘이 들어간다니 다들 쌍수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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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판 클리어- 했던 8색 샤오룽바오.

먼저 나온 샤오룽바오를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울 즈음 꿔바로우가 나왔다. 튀김옷 위에 콕콕 찍혀 있어야 할 자잘한 마늘 조각이 보이지 않는다. 마늘 꿔바로우가 아닌가, 자세히 들여다보려 접시에 가까이 가는 순간 시큼한 냄새가 훅 들어온다. 콧속을 넘어 몸속까지 후벼 파고드는 엄청난 신 냄새. 절로 '우악'하는 소리가 난다. 더러 기침이 나올 정도. 그제야 마늘(蒜)보다 위에 등재되어 있던 한자 ‘산(酸)’자가 떠올랐다. 메뉴이름으로는 '시큼한' 꿔바로우보단 '마늘' 꿔바로우가 적절하니 의심 없이 마늘이라 생각했다. 병음은 같아도 성조가 달랐지만 (시다: suān, 마늘: suàn) 그걸 구별해 낼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나 걱정하던 먹거리 해프닝이 첫날부터 터지는 건가. 젓가락을 드는 손짓이 주춤거린다. 그래봤자 돼지고기다. 용기를 내 한 덩이를 집어 입에 물었다. 마치 짠 듯 네 명의 시선이 동시에 마주친다. 부먹이냐 찍먹이냐 고민할 시간에 그냥 '처먹'하라는 명언처럼 냄새 때문에 먹지 못해 주춤거린 찰나의 시간마저 아깝게 만드는 맛이었다. 냄새만 맡으면 소스라칠 정도였는데도 먹을 땐 과하지 않은 신 맛 정도만 난 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우리가 주문한 건 마늘 꿔바로우, 나온 건 시큼한 꿔바로우였지만 먹은 건 신기한 꿔바로우였다.


한 접시 더 주문했는데 20분이 걸린다 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했던, '신기한' 꿔바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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