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다는데 드시라 하니 막힌 말문

일본어 召し上がりますか expr. 드시겠습니까

by Fernweh

말을 모으는 여행기, 말.모.여. 33)


일본어 召し上がりますか [메시아가리마스까] expr. 드시겠습니까


여행지에서 드신다고 존대할 상황은 거의 없지만

그 말을 듣는 경우는 허다하다는 걸 간과했다


군입대 전 떠난 일본여행. 군입대 전이라 그런지 마음에 둔 도시에 최대한 오래있자는 심정이라 교토에서 15일을 머물렀다. 길다면 긴 2주의 시간. 일본어를 어느 정도 알면 편하겠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큰 그림을 그렸다. 여행 전 두 학기 동안 일본어 회화 수업을 들은 것. 한국어와 비슷해 초반에 쉽게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었고, 짬짬이 개인적으로 공부를 더 했기에 여행 중에 소통할 간단한 문장 정도는 다 익혔다고 자만했다.


간사이공항 입국 수속. 직통열차를 타고 교토에 도착. 숙소로 이동 및 체크인. 제대로 된 회화가 오고가지는 않았지만 말이 안 통해 겪은 불편은 없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배가 고파왔다. 암, 짐을 풀었으니 밥을 먹어야지.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주문하는데 주문도 일본어로 성공. 일본어 별거 아니라고 방심한 사이 예상치 못한 복병의 문장이 훅 들어왔다.


ここで召し上がりますか
(여기서 드시겠습니까?)


먹다와 드시다. 우리말에도 존재하는 경어이니 경어가 무엇인지에 따로 학습할 필요 없이 단어만 외웠으면 됐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오로지 여행 목적의 공부였기 때문. 모든 문장과 어휘는 '나' 중심이었다. 나를 높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음식 섭취에 관한 모든 단어는 먹다, '食べる'[타베루]로만 공부했다. 점원이 내게 여기서 드시겠냐가 아닌 먹겠냐는 말을 할 거라 착각한 게 화근이었다.

드시겠냐는 말을 못 알아 들었던 모스 버거.


직원은 '食べますか'[타베마스까], 단어를 바꿔도 됐을 텐데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끝까지 경어를 사용했다. 그야말로 ‘메시-아가리-마스까’에 아가리가 닫혀 버린 거다. 두 차례 같은 질문을 못 알아들으니 'eat hear?' 영어가 그제야 나왔다. 햄버거를 먹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드시다'라는 단어 '召し上がる'를 본 기억이 난다. 경어가 시험 범위에 있지도 않았거니와 여행 때 저런 말을 쓸 일이 없으니 한 번 보고 말았던 단어.

나중에서야 일본어를 공부하며 제대로 경어 체계를 접했다. 우리말보다 훨씬 복잡해 치를 떨었던 문법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높이는 말에 자신을 낮추는 말까지 있다. (한숨) '먹다' 같은 주요 동사는 어미로 말을 높이지 않고 '드시다' 같은 어휘를 따로 외워야한다. 높이는 말이 있으니 낮추는 말도 따로 있다. 외우고 외워도 자꾸 까먹는 와중에도 절대 까먹지 않은 한 단어가 있었으니, 그렇다. '드시다(召し上がる)'였다.


완벽히 외운 단어였지만 외국어다보니 들린 단어를 그대로 말하는 경우가 더러 생겼다.


“ここで召し上がりますか” (여기서 드시겠습니까?)

“はい。召し上がります。あぁ 食べます。” (네. 드실게요. 아, 먹을게요.)


황급히 먹는다는 말로 바꾸긴 했지만, 이러나저러나 여행자를 꽤 고생시키는 단어다.




여기서 드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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