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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Dec 24. 2020

라비드파리/방콕, 애니타임/그 섬에 내가 있었네

포토에세이로 떠나는 랜선여행

   올 1월이었나,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가 '퍼질 수도 있다'는 소식은 별로 긴장감이 없었다. 그전에도 에볼라, 메르스 등 몇 차례 해외 감염병이 유행하긴 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았던 터라 이번에도 그러거니, 생각했다. 1차 유행이 되기 직전(내 기억엔 확진자가 열 명 안팎이었을 때다), 친구랑 코로나 지나가면 가까운 곳이라도 짧게 여행을 다녀오자고 했는데 ... 했는데... 12월이 되었다. 


    이 글을 쓰던 날, 뉴스에 보도된 확진자 수는 무려 673명. 방역 단계를 올렸음에도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다. (덧붙이자면 '않았다'가 되어 지금은 천 명을 훌쩍 넘겨버렸다...) 매일 뉴스 보도 속을 파헤치며 오늘은 몇 명이나 확진자가 나왔는지, 확진자가 좀 줄어드는 추세인가 확인하려다 보니 안심은커녕, 갑갑함만 더 느껴진다. 여행 잡지, 여행에세이를 펼쳐도 매일 글자, 숫자를 파헤쳐대던 피로 때문인지 자꾸 집중이 흐트러진다. 책을 덮고 서재에 끼우는데, 포토에세이가 몇 권 눈에 들어왔다. 그래. 이럴 땐 문자 해독은 제쳐두고, 시각적 자극으로 답답함을 환기시키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며 차락, 차락 페이지를 넘겼다.





playlist♪ Zaz, Paris sera toujours Paris

라비 드 파리(La vie de Paris, 파리의 삶)

김진석/ 큐리어스

 애증의 도시 파리. 에세이 속 파리지앵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여유를 보고, 도시에 때 묻은 파리만의 감성이 보여 애증 중 '애'(愛) 로 마음이 기울어진다. 역시 최애 도시는 파리인가 싶다가도 문득 '증'(憎)의 단면이 떠오른다. 가장 일상적인 증의  단면은 한여름 파리 지하철이 아닐까. 여전히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그 요상한 냄새가 특히 그랬다. 그 냄새가 '증'말 싫어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닐 정도였다.  그래도 갈 수만 있으면 어디든 간다는 지금의 심정으로는 파리 메트로, 얼마든지 타고 다닐 수 있다. 암, 그렇고말고.






playlist♪ Kelis, Get along with you

Bangkok, Anytime

Dani Monfort Gil/ Serindia contemporary

 승무원 재직 시절, 다른 동기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나오지 않던 스케줄이 이곳 방콕 노선이었다.(얼마나 안 나왔으면  퇴사 전에 슬쩍 편조 팀에 방콕 비행 한 번만 넣어달라고 부탁했을까)  간절히 원했던 곳이라 그런지 비행으로 가도, 연차를 써서 휴가로 가도, 책 제목처럼 언제 가도(Anytime) 좋던 여행지, 방콕. 근데 또 혹서기나 우기의 동남아 도시가 여행자를 참 끈적끈적 옭아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역시 지금 이 심정으로는 우기의 스콜도 혹서기의 뙤약볕도 애니타임 오케이- 다.


*좀 선곡이 뜬금없는데, 방콕의 '끈적끈적함'에 이런 정통 R&B가 듣고 싶어졌다.






playlist♪ 김광석,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휴먼앤북스

  여전히 제주 여행의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남아 있다. 故 김영갑 선생님이 남긴 제주 오름의 황홀한 사진에 벅차오른 탓도 있지만, 갤러리를 어떤 상태에서 꾸몄는지 알고 난 후 스며든 감정에 압도된 탓이기도 하다. 루게릭병과 싸우며 한 땀 한 땀 갤러리를 일궈냈다는 사연에 실제 그 모습이 떠올라(작업실이 남아있기도 했다) 서서히 차오른 슬픔이 보고 있던 사진 작품에 투영되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제주는 너무 가깝고, 이젠 좀 뻔하다는 느낌인데(많이 갔다고 할 순 없지만), 지금 이 심정으로라면 오로지 김영갑 갤러리를 가기 위해서라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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