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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Feb 23. 2021

아우슈비츠에서 떠오른 단 한 단어

여행에세이, 폴란드, 오시비엥침


 오시비엥침. 크라쿠프 시내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가던 버스에 행선지에 적혀 있던 지명. 잔혹한 나치의 만행에 도시 이름까지 지워져 버린 듯한 씁쓸한 인상을 머금고 아우슈비츠에 도착했다. 하필 비가 추적추적 내린 탓에 더 을씨년스럽던 분위기 속에서 수용소에 발을 디뎠다.


 오시비엥침이란 이름을 지울 만큼의 악명 '아우슈비츠'가 고유명사처럼 자리잡았지만, 실제 아우슈비츠 수용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수용되었던(그말인즉, 죽어나갔는 뜻도 되는) 곳은 옆에 자리한 비르케나우 수용소였다. 몇 분 차이로 수용소 주차장에 도착하던 서너 대의 단체 관광 버스를 보곤, 인파를 피하기 위해 아우슈비츠 보다도 더 짙은 회색빛의 역사가 자리한 비르케나우 수용소를 먼저 찾았다.


 비르케나우 수용소에 들어선 순간부터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단어만 떠올랐다. 넓디 넓은 수용소를 다 둘러보고, 다시금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돌아가 역사관의 자료까지 둘러보고 나오는, 한 나절이 훌쩍 다 지날 정도의 관람 내내 오로지 이 단어 하나만이 연거푸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아우슈비츠 한국어 안내 리플렛을 봐도, 가이드북의 설명을 봐도, 폴란드 여행을 오기 전 봤던 강제 수용 역사에 관한 자료나 영화 <쉰들러리스트>의 내용을 떠올려 봐도, 대답 없는 질문인 '왜'가 계속 맴돌았다.


 히틀러와 나치 정권이 어떻게 독일 사람들에게 추앙받을 수 있었는지, 그 속에서 태동한 게르만 우월주의가 아무 잘못 없는 유대인에게 화살을 돌려 자행한 짓이 무엇인지... 2차 대전에 걸쳐 일어난 유대인 학살 과정을 설명을 읽고 곱씹으며 그려보아도 이 수용소에서 일어난 일이 '왜' 일어난 건지 개인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어떠한 역사적 사실로도 명쾌하게 대답해 낼 수 없는 비극에 대한 질문인 '왜'는 크라쿠프로 돌아가는 버스에서도, 아니 지금까지도 계속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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