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우슈비츠에서 떠오른 단 한 단어

여행에세이, 폴란드, 오시비엥침

by Fernweh


오시비엥침. 크라쿠프 시내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가던 버스에 행선지에 적혀 있던 지명. 잔혹한 나치의 만행에 도시 이름까지 지워져 버린 듯한 씁쓸한 인상을 머금고 아우슈비츠에 도착했다. 하필 비가 추적추적 내린 탓에 더 을씨년스럽던 분위기 속에서 수용소에 발을 디뎠다.


오시비엥침이란 이름을 지울 만큼의 악명 '아우슈비츠'가 고유명사처럼 자리잡았지만, 실제 아우슈비츠 수용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수용되었던(그말인즉, 죽어나갔는 뜻도 되는) 곳은 옆에 자리한 비르케나우 수용소였다. 몇 분 차이로 수용소 주차장에 도착하던 서너 대의 단체 관광 버스를 보곤, 인파를 피하기 위해 아우슈비츠 보다도 더 짙은 회색빛의 역사가 자리한 비르케나우 수용소를 먼저 찾았다.


비르케나우 수용소에 들어선 순간부터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단어만 떠올랐다. 넓디 넓은 수용소를 다 둘러보고, 다시금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돌아가 역사관의 자료까지 둘러보고 나오는, 한 나절이 훌쩍 다 지날 정도의 관람 내내 오로지 이 단어 하나만이 연거푸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아우슈비츠 한국어 안내 리플렛을 봐도, 가이드북의 설명을 봐도, 폴란드 여행을 오기 전 봤던 강제 수용 역사에 관한 자료나 영화 <쉰들러리스트>의 내용을 떠올려 봐도, 대답 없는 질문인 '왜'가 계속 맴돌았다.


히틀러와 나치 정권이 어떻게 독일 사람들에게 추앙받을 수 있었는지, 그 속에서 태동한 게르만 우월주의가 아무 잘못 없는 유대인에게 화살을 돌려 자행한 짓이 무엇인지... 2차 대전에 걸쳐 일어난 유대인 학살 과정을 설명을 읽고 곱씹으며 그려보아도 이 수용소에서 일어난 일이 '왜' 일어난 건지 개인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어떠한 역사적 사실로도 명쾌하게 대답해 낼 수 없는 비극에 대한 질문인 '왜'는 크라쿠프로 돌아가는 버스에서도, 아니 지금까지도 계속 머물러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