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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Mar 08. 2021

그 시절의 쌀롱

여행에세이, 프랑스, 루앙


Salon [salɔ̃, 쌀롱]

 n.m. 5) (예술가들의 정기적인) 미술전, 미술전 비평


 1900년대 파리 예술계의 한 축을 이루던 '쌀롱'. (*외래어 표기법상 '살롱'이어야 하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발음되는 대로 적음) 루앙에 가기 전, 오르세 미술관이었던가, 정확히 어느 미술관이었는지 떠오르진 않지만 살롱에 모인 많은 예술가를 그린 작품을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프랑스에서 해외 봉사를 했을 때 우리 그룹의 리더의 약혼녀는 미술관 큐레이터였다. 인상주의 그림이 참 좋다는 내게 그녀는 파리로 돌아가면 루앙에 꼭 가보라고 권했다. 루앙은 파리 근교에 위치한 도시여서 별 고민도 계획도 없이 해외 봉사를 마치고 파리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당일치기로 훅 다녀왔다.


 마침 도시 전역에 걸쳐 인상주의 회고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인상주의 사조를 이어 받은 현대미술 작품이 도시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사랑한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닌 모네의 '수련' 작품을 오마주한 작품이 어느 성당 안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녀가 이맘때쯤 회고전을 할 거라고도 말을 해줬던건가. 아무튼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따로 발품팔지 않고도 도시 곳곳에서 인상주의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사조만 인상주의었다 뿐이지 작품은 다 현대미술로 분류되는 다소 추상적인 것들이었다. 내 취향의 고전 인상주의 그대로의 작품을 만나고 싶어 점심을 먹고 부랴부랴 루앙 미술관으로 향했다. 보안 검색을 마치고 매표소를 지나 1층 로비에 들어선 순간, 그 시절의 쌀롱이 눈 앞에 펼쳐졌다.


 로비의 네 변에는 거대한 그림이 하나씩 하나씩 세워져 있었고, 관람객은 서로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동선을 그리며 자유롭게 작품을 관람했다. 그 작품의 벽 안에는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빗겨선 자리에 원형 화단이 놓여 있었고, 그 앞과 옆으로 듬성듬성 쉬어갈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한 자리씩 차지한 관람객들은 앉은 채로 마음에 든 작품을 느긋하게 감상하기도, 같이 온 일행과 감상을 나누기도 했다. 문득 오르세 미술관이었나 어느 미술관에서 봤던 쌀롱에 모인 예술가를 그린 작품이 떠올랐다. 그 작품 속의 쌀롱, 그러니까 그 시절의 쌀롱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장면과 크게 차이가 없진 않을까. 그저 내 상상으로 만들어 냈을 뿐인 이미지라 한들, 여행의 감흥을 북돋우고 싶었는지 그렇게 믿었다. 지인이 추천해 준 도시이자 첫인상부터 퍽 마음에 들었던 도시. 그 도시 한켠에 자리잡은 미술관에서 본격적으로 취향 저격의 인상주의 작품을 보고자 했던 마음이 과장을 불러일으킨 걸지도 모른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된 듯한 상상을 하며 그 시절의 쌀롱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여행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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