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행복 실천기
요즘 나의 하루는 바쁘면서도 한가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실습 나가는 언니를 배웅한다. 후엔 고양이들 밥과 간식을 챙기고 잠시 멍을 때린다. 열 시 쯤 되었을 땐 자격증 공부를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선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한다. 저녁엔 언니와 함께 밥을 먹고 두 시간 정도 운동을 한 뒤, 샤워를 하고 다이어리를 쓰며 하루를 정리한다.
나의 삶이 위와 같을 수 있는 건 휴학생이기 때문이다(휴학을 선택한 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위기감 때문이었다. 자주 흔들리고 우유부단한 나는 미래를 생각하다 그냥 죽어버릴까 생각하다, 그 불안을 해소하고 내가 정말 원하는 걸 찾고 싶었기에 휴학을 선택했다).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나름의 계획을 세워 이런저런 일을 벌이고 실천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순간도 제법 있었다. 마음이 바닥에 딱 달라붙어 동하지 않는 날이라든가 의욕을 상실한 순간, 친구와의 갑작스런 약속 등. 휴학을 하면 내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냥 그런 건 아니었다. 나름대로 세워놓은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선 정해진 시간 안에 그 계획을 해치워야 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다양한 이유로 그 시간에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할 때가 있었다. 자주 게으름을 부리면서도 마음먹은 일은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갑자기 끼어드는 상황에 어쩔 줄 몰랐다. 나는 그런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지금 해야 할 일’과 ‘갑자기 끼어든 일’ 사이에서 고민했다.
예전엔 미리 세워 둔 계획에 다른 일정이 끼어들면 하루를 포기했다. 예를 들어,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하는데 아침에 엄마가 빵을 사왔다면, 빵을 먹고 저녁에 운동을 하는 대신 ‘빵을 먹었으니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자!’ 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반면 요즘엔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엄마가 아침에 빵을 사왔다면, 그 빵을 먹고 저녁에 운동을 조금 더 하는 식의 삶을 살고 있다. ‘해야 할 일’과 ‘갑자기 끼어든 일’ 사이에서 전자를 포기했던 내가 그렇지 않게 바뀐 건, 완벽함에 대한 강박을 인지하면서부터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자주 게으르고, 자주 우유부단하며, 잡스러운 생각이 꿈으로까지 이어지는 부류의 사람이다. 그렇기에 내 머릿속은 늘 복잡하고 정신없으면, 때론 내가 나를 감당하기 힘들어 자주 놓아버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늘 ‘나는 왜 이럴까?’ 생각했다. 가만히 앉아, 또 언니와 대화하며 느낀 건 내게 완벽함에 대한 강박이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거절을 두려워하는 사람이고 내게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끝내지 않으면 병이 생기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기에 그 완벽이 깨지는 걸 두려워했고, 그걸 깨지 않기 위해 때론 도전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내 눈앞에서 나의 완벽이 깨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좀 더 정확히는 누군가에게 내가 실패한 모습을 보이거나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걸 보는 바엔 차라리 모든 걸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나았다. 하지만 언젠가 깨달았다. 평생 그렇게 살 수는 없고, 그렇게 살면 병이 난다는 걸 말이다.
완벽에 대한 강박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기에 나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만약 내일 친구와의 약속이 생겨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면, 친구를 만나기 전 내가 해야 할 일을 빠르게 끝내는 것이다. 혹은 친구를 만난 후 집으로 돌아와 미뤄뒀던 일을 그 하루가 가기 전에 끝내는 방법도 있다. 물론 원인이 외부가 아닌 내게 있을 땐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만, 그럴 때에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정말 한시가 급한 일이 아니라면 내게 시간을 준 뒤, 오후 늦게라도 해야 할 일을 끝내는 식으로 말이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완벽과 시간에 대한 강박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내가 나를 놓고 싶을 만큼 지쳤다면, 그 일을 잠시 멈추거나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는 게 어떨까 싶다. 내가 싫었던 건 어쩌면 완벽에 대한 강박 그 자체가 아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