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하는 방법

1일 1행복 실천기

by 목연





마음을 전하는 데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선물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손수 해주기도 한다. 그가 좋아하는 일을 해주는 것만큼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거나 직접적인 말을 통해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때, 나는 자주 편지를 쓴다. 말로 설명하기엔 구구절절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자니 쑥스러울 때, 전달하기 직전까지 더할 수도, 뺄 수도 있는 편지를 썼다.


어버이날을 맞아 언니와 함께 편지를 썼다. 붉은색 카네이션 대신 아이보리 빛이 도는 카네이션을 샀고, 엄마와 아빠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마사지기를 샀다. 꽃을 사고 선물을 포장하는 것까진 쉬웠다. 우리는 작은 편지지 앞에서 오래도록 고민했다. “뭘 쓰지?” 펜을 든 언니는 나를 쳐다봤다. 편지를 써야 하는 순간이 올 때면 언니는 늘 이렇게 말했다. “문창과, 이럴 때 일해야지. 뭐해.” 손바닥만 한 편지지는 A4 용지 앞에 섰을 때만큼의 막막함을 자아냈다. 도통 문장이 생각나지 않는 문창과는 “뭘 쓸까?” 고민했다.

어릴 땐 스케치북 가득 편지를 썼다. 검정색 크레파스를 꾹꾹 눌러 ‘엄마, 아빠 사랑해요!’를 가장 위에 적었다. 부모님의 안부와 건강을 묻는 것으로 시작하는 편지는 ‘어른이 되면 3층짜리 집을 사 1층엔 엄마와 아빠를 위한 공간을, 2층엔 언니만의 공간을, 3층엔 내 공간을 채울 거예요. 그리고 아주 좋은 대학에 가 돈을 많이 벌어서, 한 달에 용돈을 200만 원씩 드릴게요.’와 같은 내용을 지나 ‘엄마, 아빠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사랑해요!’로 끝이 났다. 편지를 읽은 엄마는 “우리 딸들 덕분에 엄마 아빠 호강하겠네.” 하며 엉덩이를 두드려주었고, 아빠는 소리 없이 웃었다.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고 현실성도 없는 편지이지만, 그때의 나는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엄마와 아빠가 건강하길 바랐고 다치지 않길 바랐다. 엄마와 아빠가 나를 키웠듯 어른이 된 나 역시 엄마와 아빠에게 사랑을 베풀고 싶었고, 가능하면 많은 돈도 주고 싶었다. 터무니없고 현실성도 없던 나의 편지는 진심이자 꿈이었다.

(엄마는 가끔씩 그때의 편지를 떠올리며 서랍을 열곤 했다. 다 읽은 편지를 휙 던지는 아빠와 달리 엄마는, 이때까지 우리가 쓴 편지를 서랍 가장 깊은 곳에 보관했다. 엄마와 함께 예전의 편지를 읽으면 내가 얼마나 어리고 순수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고민 끝에 언니와 나는 첫 문장을 적었다. 언제나 그렇듯 부모님의 안부를 물었고, 건강을 물었다. 우리는 가장 최근에 갔던 가족 여행을 떠올리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느라 바쁘지만 휴일이나 시간이 날 때, 가까운 곳이라도 자주 여행을 가자고 적었다. 그리고 언제나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라고, 약도 잘 챙겨 먹고 아프면 곧장 병원에 가시라고 적었다. 예전처럼 3층짜리 집을 사 함께 살자는 말이나 용돈을 200만 원씩 드리겠다는 내용은 적지 않았지만, 그때처럼 오늘의 편지 역시 진심이었다. 투닥거리며 싸워도 함께 여행가는 것이 좋았고, 혼자가 아닌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좋았다. 어릴 때에 비해 내용은 소박해졌으나 마음만은 그대로였다.



18..jpg 아이보리 빛 도는 카네이션


마음을 전하는 일은 늘 어렵다. 그렇기에 말 아닌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편지로 전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온전히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 법이다. 마음을 전하는 일에 다만 할 수 있는 건, 그것에 내 마음을 온전히 담는 것이다. 수단이 어떤 것이든 결과가 어떻든지 말이다.


우리의 편지는 예전보다 짧고 소박해졌지만 부모님을 향한 고마움과 사랑만큼은 여전하다. 우리의 마음이 부모님께 닿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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