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며 보고 배운 것들

1일 1행복 실천기

by 목연





지난 주, 2박3일 동안 부산에 다녀왔다. 휴학 후 처음 가지는 N박 여행이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역을 나왔을 때 높은 건물 사이로 빼곡하게 쌓인 집들이 가장 먼저 보였다. 건물과 건물 사이, 초록 숲이 아닌 주택 산이 보이다니. 내가 사는 곳엔 달동네가 없었기에 낯선 풍경이 신기하면서도 예쁘게 느껴졌다.


부산에 도착해 가장 먼저 간 곳은 ‘이바구길’이었다. 역에서 그리 멀지 않았기에 지도를 따라 걸었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르막길은 끝이 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모노레일이 나온다는데, 이마에선 땀이 삐질 났다. 약 이십 분을 걷고서야 168 계단과 모노레일이 보였다. 모든 게 낯선 나와 달리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는 익숙하게 버튼을 눌렀다. 나는 할아버지 옆에 서서 모노레일을 기다렸다. 최대 8인까지 탑승 가능한 모노레일은 생각보다 작았다. 모노레일에서 내려다 본 동네는 빽빽하면서도 고즈넉했다. 비슷비슷한 모습의 집과 옥상은 단조롭기보단 편안함을 느끼게 했고, 이런 곳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모노레일은 금방 가장 높은 곳에 도착했다. 많은 집이 있고 가게가 있음에도 동네는 조용했다. 조용한 그곳을 천천히 걷다 문득 무엇을 구경해야 할지 궁금해졌다. 이곳을 미리 다녀온 사람들은 블로그에 이런저런 이유로 이바구길을 추천했다. 하지만 내게 이바구길은 여행지보단 사람이 사는 동네로 느껴졌다. 그렇기에 관광보다는 그곳을 느끼기로 했다. 이바구길을 다녀온 후엔 보수동 책방 골목에 갔고, 감천 문화 마을도 갔다. 부산을 잘 몰랐던 나는 부산에 오르막길이 이렇게 많은지, 부산의 길이 이렇게나 꼬불꼬불한지를 처음 알았다.


둘째 날엔 해동용궁사와 이케아를 방문했다. 해동용궁사는 오래 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기에 기대가 컸다. 첫째 날과 달리 둘째 날엔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날씨가 좋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그곳에 갈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절은 사진으로 본 모습과 같았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파도와 거센 바람.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불상 앞에 손을 모으고 절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중년의 어른들이었다. 나는 그곳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아주 잠깐,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의 건강을 빌었다. 행복을 빌었고 모두 잘 되게 해달라고 말했다. 바다가 가까운 만큼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파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몸이 휘청거릴 만큼 바람이 거셌기에, 사진 찍는 걸 포기했다.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서서 바다를 한참 바라봤다. 먼 바다를 보다 가까운 바다를 봤고, 하얀 파도를 보다 젖어드는 바위를 봤다. 매섭게 부는 바람은 내 머릿속 잡생각을 몽땅 가져가버린 듯 했다. 간만에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절을 한 바퀴 돌고도 아쉬움이 남았다. 이 공간의 낮과 밤을 모두 보고 싶은데,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마냥 이곳에 머무를 수는 없었기에 아쉬움과 함께 이케아로 향했다.


이케아는 정말 컸다. 엄청난 수의 쇼룸은 감탄을 자아냈고 그곳에 놓인 소품은 사람들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해보였다. 쇼룸마다 정해진 컨셉이 있었는데, 각각의 쇼룸엔 사람들이 원하는 무언가가 다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각기 다른 톤의 방과 주방, 화장실. 어질러진 듯 정리된 각종 소품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소품 하나하나를 들여다봤다. 쇼룸을 구경한 후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었다. 다행히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했기에 비교적 자유롭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아래층엔 쇼룸에서 전시된 것들을 모아뒀는데, 화분을 비롯한 식물 역시 그곳에 있었다. 우리 가족은 늘 어딘가에 다녀오면 무언가를 사가곤 하는데, 대개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에서 기인된 행동이자 마음이었다. 부산에 도착한 직후부터 무엇을 사갈까, 고민했던 나는 그곳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식물과 전동드릴을 샀다. 언니는 맛있는 것을 사오라 했기에 마지막 날 언니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샀다. 둘째 날은 두 곳만 다녀왔음에도 시간이 다 가버렸기에 조금 일찍 숙소로 향했다.


셋째 날엔 계획을 세워두지 않았기에, 지난번에 방문했던 영도로 향했다. 주말인 만큼 어제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를 가득 채웠다. 그곳에서 밥을 먹고 천천히 걷다 고양이를 만나고 간식을 주고 사진을 찍었다. 원래 가고자 했던 카페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어 다른 곳엘 갔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바다가 보이는 야외 테라스에 앉아 청포도 에이드를 마시며 부산의 따뜻한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았다. 아무런 걱정도, 생각도 없이 온전히 ‘지금 하고 있는 그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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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지막 날,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2박3일 간의 여행은 내게 여유와 따스함을 줬다. 크게 하는 것이 없음에도 쫓겼던 마음에 ‘잠시 쉬어도 된다.’는 위로를 받았고, 내가 추구하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예전부터 큰 숙제였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그것에 대한 답은 매번 바뀌었고 대체로 없었다. 뚜렷하지 않았기에 불안하고 흔들렸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직업을 택할 것인가,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가. 이것에 대한 답은 매번 바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한 가지를 깨달았다. 평일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재밌게 놀기.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저녁을 보내고 산책하기. 먹고 살기 위한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건 돈 외에도 많은 것이 있다는 걸 알기. 휴학생이자 취업준비생인 내게 이번 여행은 적어도 시간 낭비는 아니었음을,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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