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엔, 그냥 쉬기

1일 1행복 실천기

by 목연





지난 주, 삼일 동안 장염을 앓았다. 평소처럼 일어나 밥을 먹고 고기를 조금 먹었을 뿐인데,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화장실을 여러 번 들락날락하며 주말에 있을 자격증 시험과 매일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생각했다. 오전과 오후에 걸쳐 자격증 공부를 한 후 글을 쓰고 운동을 해야 하는데, 하며. 먹은 것을 모조리 비운 탓에 속이 허해 물을 마시면 다시 화장실을 찾아야 했다. 빨리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내 마음과 달리 배는 마음을 등졌다.

먹는 족족 비워냈기에, 또 일 년에 몇 번 치지 않는 자격증 시험이 주말이 있었기에 요동치는 배를 얼른 진정시켜야 했다.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미지근한 물과 함께 지사제를 먹고 해야 할 일을 했다. 약을 먹었음에도 배는 여전히 꾸륵거렸다. 나는 손으로 배를 문지르며 “제발 시험 때만 아프지 말아 달라.” 했다. 시험 당일, 나는 죽과 함께 약을 먹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엔 사람이 많았다. 다행히 배는 요동치지 않았고 속 역시 아프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 번 배에 손을 얹고 “시험이 끝난 후엔 마음껏 아파도 좋으니, 시험이 끝날 때까지만 아프지 말아 달라.”고 빌었다. 시험이 시작되자 배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시간이 갔다. 나는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를 모두 풀기 위해 정신을 쏟았다. 주어진 시간의 절반 정도가 지났을 때, 나는 문제를 모두 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시험이 끝나기 십 분 전, 갑자기 배가 아팠다. 나는 속으로 “왜 지금.”이라고 외치며 배를 가볍게 문질렀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배는 곧 잠잠해졌고, 나는 무사히 시험장을 나올 수 있었다. 시험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젠 배가 아프지 않았다. 나는 “배고파.”를 외치며 집으로 향했다.


시험이 끝났다는 생각 때문인지, 몸에 긴장이 풀리며 나른해졌다. 나는 죽을 먹은 후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봤다. 나를 포함한 모든 취업준비생들이 그렇겠지만, 가족과 함께 있을 때면 휴대폰을 보는 게 불편했다. 엄마는 꼭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한 후 잠시 쉴 때 방문을 열었고, 그럼 괜히 눈치가 보였다. 방금까지 열심히 하고 잠시 쉬었을 뿐인데, 마치 온종일 휴대폰을 보고 있던 것만 같아 움츠러들었다. 방문을 닫아도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아빠는 엄마에게 “OO는 방에서 뭐 하는데? 공부하나?” 묻곤 했다. 그럼 엄마는 “공부도 하고 이것저것 하지. 애들 안 놀고 알아서 하니까 자꾸 묻지 마라.” 한다. 엄마와 아빠의 대화 속에 내 이름이 들릴 때면 또 한 번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졸업 후에도 어쩌면 지금과 비슷한 생활을 할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 아빠와 엄마를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지, 싶었다. 엄마는 침대에 누운 내게 “배는 좀 괜찮니.” 물었다. 나는 엄마에게 “빈속에 고기 먹으면 좀 그런 것 같아. 지금은 괜찮네.” 하며 배를 문질렀다. 엄마는 내게 “좀 쉬어. 요즘 계속 책상 앞에 앉아서 뭐 하느라고 더 그런 것 같은데.” 했다. 나는 엄마에게 “하는 것도 없는데, 뭐.” 라고 말하며, 책상 앞에 앉아 있긴 하지만 크게 하는 건 정말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다녀간 후, 다시 휴대폰을 보다 오늘 하루만 쉬자고 생각했다.


나의 쉼은 시험이 있던 토요일을 지나 일요일까지 이어졌다. 언니와 나는 오랜만에 집순이가 되어 하루 종일 침대를 떠나지 않았다. 언니는 티브이 채널을 휙휙 돌리다 휴대폰을 봤고, 나 역시 티브이를 보다 휴대폰을 봤다. 그러다 밖에서 달래가 울면 나가서 잠시 간식을 주고 함께 놀았다. 나는 하늘을 보며 “오늘 날씨 너무 좋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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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간 아무렇게나 시간을 보내며, 쉬는 것에도 무언가의 행동을 넣으려 했다. 그랬기에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려 했고, 휴대폰을 보기 보단 차라리 옥상에 올라 고양이와 노는 걸 택했다. 하지만 그럴 때도 마음속 어딘가가 불편했다. 바깥을 돌아다니기보단 무언가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일요일을 보냈다. 아홉 시간을 자고, 두 시간의 낮잠도 잤다. 먹고 싶은 걸 먹고, 군것질도 했으며 휴대폰도 맘껏 보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무언가를 했던 날들. 하지 않으면 마음이 쫓겨 불안했던 날들. 오랜만에 나는 그런 마음을 내려놓았고,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쉬는 날, 쉬는 마음, 쉬는 몸. 결국 편안해지자고 하는 일인데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날들이 떠오르며, 언젠가 올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 지금처럼 맘 편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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