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행복 실천기
도시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자연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키웠던 방울토마토가 생각나거나 외할머니 댁에서 캤던 쑥, 쑥으로 떡을 해 먹었던 기억과 매실을 따기 위해 자른 대나무를 휘두르던 아빠의 모습. 아파트 아닌 주택에 사는 만큼 나무와 꽃을 보기 쉽지만, 가끔씩은 숲이 주는 푸름과 녹색을 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수목원을 찾았다.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엄마는 수목원에 도착하자마자 기쁜 표정을 지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수목원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엄마와 나는 나무로 그늘 진 길을 걸으며 입구를 지나 온실과 꽃이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각양각색의 꽃이 피어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화단엔 수국과 풀꽃만이 피어 있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온실은 모두 막힌 상태였다. “온실 안에 선인장도 있고 다 있는데. 아쉽다.” 엄마는 ‘출입 금지’ 팻말과 테이프로 막힌 온실을 살피며 아쉬워했다. “밖에서라도 보면 안 되나?” 엄마와 나는 온실에서 멀찍이 떨어져 온실을 들여다봤다. 온실 속엔 내 키보다 큰 나무와 어른 몸통만한 선인장이 놓여 있었다. 멀찍이서 온실을 구경한 뒤, 엄마와 나는 화단을 구경했다. 수국을 좋아하는 엄마는 어린아이처럼 수국을 향해 쪼르르 걸어갔다. 엄마는 내게 “사진 좀 많이 찍어줘.” 하며 자신의 휴대폰도 꺼냈다. “요 동그라미 누르면 된다고 했나?” 엄마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나를 불렀다. 그럼 나는 사진 찍는 법을 설명해줬고 엄마는 “맨날 들어도 맨날 까먹는다.” 했다. 사진을 다 찍은 후 길을 따라 걸었다. 햇살이 꽤 뜨거웠음에도 불구하고 나무가 만든 그늘이 커다래 시원하게 걸을 수 있었다. 엄마는 나무 아래 빨갛게 핀 산딸기를 가리켰다. “우리 어릴 땐 저런 거 다 먹었어.” 엄마는 걸음걸음마다 꽃과 나무를 가리키며 예쁘다고 했다. 그러다 익숙한 잎이 보이면 내게 설명해주었고, 간직하고 싶은 게 있으면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걸으며 엄마는 “마스크를 벗어야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는데.” 했다.
수목원을 따라 둘러진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길의 끝이 보였다. 길의 끝엔 작은 연못과 정자, 수많은 나비가 있었다. 엄마와 나는 수목원의 끝까지 걸어본 적이 없기에, “이런 곳이 있었어?” 했다. 엄마는 바닥 낮게 날아다니는 나비들이 발에 채일 새라 조심조심 걸었다. 나 역시 날개를 파닥거리며 열심히 나는 나비를 발로 차거나 밟지 않기 위해 걸음을 조심했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오는 길, 매실나무 아래서 목욕하는 새들을 만났다. 멀리서 봤을 땐 참새인가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등에 난 털이 푸른빛을 띠었다. 엄마는 챙겨 온 물을 꺼내 새들이 목욕할 수 있도록 물을 부어주었다. 새들은 엄마의 마음을 알았는지 혹은 사람들을 자주 본 탓에 경계심이 사라진 탓인지,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았다. 엄마와 나는 새들의 목욕이 끝날 때까지 그곳을 지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햇볕은 여전히 뜨거웠다. 바람은 시원했고 사람들은 조금씩 많아졌으며 나무가 만드는 그늘은 여전히 커다랬다. 엄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수목원 입구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그때 면허 딸 걸. 너라도 빨리 면허 따라.” 했다. 나는 “차가 있어야 면허를 따지.” 하며 툴툴댔지만, 면허를 딴 후 엄마와 함께 드라이브 하는 상상을 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탓에 숲의 공기를 맘껏 들이마실 수는 없었지만, 숲이 만든 그늘만은 온 몸으로 만끽했기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코로나가 끝난 어느 날, 엄마와 함께 마스크 없이 수목원을 찾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