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형 인간의 고민

1일 1행복 실천기

by 목연





아침이 되면 사람들은 일어난다.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몸과 머리를 휘청거리며, 이불을 걷고 바닥에 발을 디딘다. 눈을 뜨자마자 샤워를 하거나 물을 찾고, 때론 함께 사는 존재의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대다수의 아침은 정신없고 몽롱하다. 양치를 하다 미처 끄지 못한 알람이 울리면 느린 걸음으로 다시 침실로 향해야 하고, 십 분 마다 울리는 알람을 단 하나도 듣지 못한 날엔 준비할 새도 없이 택시를 타야 한다. 창문을 열면 해는 고요하게 뜨고, 그 해 아래를 걷는 사람들은 분주하다.


휴학생이자 취업 준비생인 나의 아침은 비교적 바쁘고, 여유롭다. 나의 기상 시간은 여섯 시 십 분이다. 자의에 의한 기상은 아니고, 아침 일찍 실습을 나가는 언니가 내 방에 놓인 화장품을 가지러 오기 때문이다(또 이때쯤 달래와 톨이가 현관 앞에 앉아 문을 열라고 울어댄다). 방문이 열림과 동시에 언니와 달래, 톨이가 각자의 속도로 걸어온다. 톨이는 내가 누운 침대를 향해 뛰어오르고, 달래는 바닥에 놓인 스크래쳐로 향한다. 그 사이 언니는 바닥에 앉아 퍼프로 얼굴을 톡톡, 두드린다. 벅벅 스크래쳐 긁는 소리와 야옹야옹 우는 톨이의 목소리, 언니가 움직일 때마다 달그락거리는 화장품 통. 세 가지 소리를 동시에 듣고 있으면 알람이 따로 필요 없다. 나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양치를 한다. 그 후엔 세수를 하고 스킨과 로션을 바른다. 저녁에 운동을 나갈 때 빼곤 외출할 일이 없기에 샤워나 화장은 잘 하지 않는다. 내가 세수를 하는 사이 언니는 화장을 끝내고, 엄마는 간단히 아침을 차린다. 이른 아침엔 입맛이 잘 돌지 않기에 누룽지를 끓여 먹거나 토마토를 먹거나 혹은 요플레를 먹는다. 아침을 먹고 상을 정리하는 동안 아가들은 침대 위에서 잘 준비를 한다. 달래는 그루밍을 하고 톨이는 그루밍 없이 바로 눈을 감는다. 그럼 나와 언니는 톨이와 달래 옆에 누워 “진짜 귀엽다.” “너무 예쁘다.”와 같은 말을 한다. 휴대폰을 꺼내 달래를 찍는 동안, 언니는 잠깐 눈을 붙이고 톨이는 눈을 감고 골골 소리를 낸다. 그러다 일곱 시 사십 분이 되면 언니는 겉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 나간다. “잘 다녀와.” 하는 인사와 동시에 문이 닫히고, 나는 아가들 곁에 누워 다시 잠이 든다. 다시 잠이 들 때면 십 분에 한 번씩 깼다. 깰 때마다 ‘이제 일어나야지.’ 했지만 다시 잠이 들었고, 아홉 시가 되면 몸을 일으켰다.


아가들이 잘 수 있게 이불을 정리한 후 언니 방으로 향한다. 언니 방은 내 방과 달리 와이파이가 잘 떠 노트북을 사용하기 좋다. 나는 내 짐으로 가득 찬 언니의 책상을 조금 치우고 의자에 앉는다. 의자에 앉아 해야 할 일을 바로 하면 좋겠지만, 그건 로또만큼이나 먼 일이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한 번 본 후 대체로 멍하니 있는다. 잠에서 깼지만 완전히 깬 것은 아니기에, 잠에서 깨려 노력하는 것이다. 내가 잠에서 깨려 노력할 때 아가들은 깊은 잠에 들고, 엄마는 반찬을 하거나 거실 청소를 한다. 그럼 나는 생각한다. 게으른 년이 부지런한 척 하려니까 너무 힘들다고. 그렇게 한참 멍하니 있다 열 시가 되면 노트북을 켠다. 열 시 쯤이 되면 정신이 돌아오는데,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때문이다. 열 시부터 점심을 먹기 전까지 나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 공부를 하고 열두 시 쯤 점심을 먹은 후 다시 공부를 한다. 그러다 세 시가 되면 ‘오늘은 뭘 쓰지.’ 생각하고, 다섯 시 반 쯤 언니가 오면 저녁을 먹는다. 저녁은 먹은 후엔 조금 쉬고 일곱 시부터 운동을 한다.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깬 오전 아홉 시부터 열 시까지 가장 많이 생각하는데(대체로 잡생각이다), 근래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는가.’이다. 최근 MBTI 유형 검사가 유행한 것처럼, 예전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유행이었다(정확히는 그렇게 나누는 것이 유행했다).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아침형 인간이세요, 저녁형 인간이세요?” 물을 때, 나와 언니 역시 서로를 향해 물었다. “우린 뭐지?” 답은 생각보다 쉬웠다. 우리는 아침형 인간이 못 되었다. 어릴 때부터 지각 한 번 하지 않고 학교를 다닌 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침이 쉬운 건 아니었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해 알람을 여러 개 맞추었고, 그 전 날 일찍 잠에 들려 노력했다. 시험 기간을 제외하곤 커피를 마시지 않았고 일요일 아침에도 월요일 아침을 위해 너무 늦게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었던 건, 꽤나 많은 노력의 결과였다. 그렇게 일어난 아침이 되면 양치와 세수를 했고, 교복 또는 옷을 입은 후 내가 가야 할 곳으로 갔다. 지금과 달리 그때의 내가 다시 잠들지 않을 수 있는 건, 가야 할 어딘가와 해야 할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알고 있었다. 아침보단 저녁을 좋아하고, 같은 일을 해도 저녁에 하는 게 훨씬 더 잘 된다는 것을 말이다. 모두가 출근 혹은 등교한 아침에 홀로 방에 앉아 이러한 생각을 하면, 인간의 시간이 궁금해졌다. 비둘기는 아침이면 보이고 저녁이면 안 보이던데. 인간은 아침에도 보이고 저녁에도 보이네. 인간은 뭐야. 이러한 잡스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열심히 돌고 돌고 또 돌아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럼 나는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대충 결론을 내린다. “나는 늦은 아침형 인간이다.”


고백하건대, 위의 질문은 내 게으름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는가.”는 곧 “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될 수 없는가.”를 담고 있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중 아침형 인간이 더 부지런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른 아침 일어나 다시 잠이 들 때면, 깨어난 후에도 다시 멍하니 있을 때면 스스로가 게으르게 느껴졌다. 게으름을 자각하는 순간은 썩 기쁘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내 게으름을 숨기려 했던 게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21..jpg 단잠에 빠진 톨


늦은 아침형 인간은 내일도 다시 잠이 들 것이다. 모두가 열심히 사는 아침에 십 분마다 잠에서 깨며, 이젠 일어나야지, 이젠 진짜 일어나야지 하면서. 그러다 아홉 시가 되면 잠시 놨던 양심을 꼭 붙잡고 일어나 언니 방으로 향할 것이다. 그런 뒤 다시 한 시간 동안 멍하니 앉아 ‘왜 잤지.’ 후회하며 진짜 잠에서 깰 것이다.

이전 09화여행하며 보고 배운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