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힘

1일 1행복 실천기

by 목연





어떤 날의 나는 하루를 버티고, 어떤 날의 나는 하루를 잘 보낸다. 하루를 꼬박 버틴 날은 잠이 들어야 할 시간에도 머리가 복잡했고, 잘 보낸 하루 끝엔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었다. 버팀과 보냄의 반복, 그것으로 일주일이 채워졌고 한 달이 채워졌다. 하루는 그렇게 매번 달랐고 또 비슷했다.


내겐 두 살 터울의 언니가 있다. 언니와 나는 같은 부모를 가졌음에도 많은 것이 달랐는데, 외모부터가 그렇다. 언니는 아빠를 닮아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졌고, 나는 엄마를 닮아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가졌다. 얼굴형은 반대로 닮았는데, 언니는 엄마를 닮아 갸름하고 나는 아빠를 닮아 턱이 둥글다. 성격적인 면에서도 우리는 다르다. 어릴 적, 까칠한 때수건이었던 나와 달리 언니는 좋은 게 좋다는 주의였다. 그랬기에 우리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면 먼저 손 내미는 쪽은 늘 언니였다. 까칠한 때수건이었던 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덕에 부드러운 때수건을 거쳐 샤워타월이 되었고, 수건처럼 부드럽던 언니는 대학에 입학해 조금씩 거친 수건이 되어갔다. 언니는 몇 년간 방황했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매순간 멈췄고, 그러한 상황과 그 속에 놓인 자신을 외면했다. 어느 새 나는 언니의 눈치를 보았고 언니 역시 변해가는 스스로를 느꼈다. 어느 날 언니는 내게 “나 성격이 변한 것 같아. 짜증이 너무 나고 다 싫어.” 라고 말했다. 나는 언니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뭘 해도 마음에 들지 않고 뭘 해도 짜증나고, 뭘 해도 싫은 상황. 짜증을 내고 짜증이 풀리지 않고 화를 내면 더 화가 나는 그런 상황을 말이다. 가깝게 지내긴 했어도 서로의 속마음까지 털어놓진 않았기에, 언니와 나는 서툴지만 깊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 사이에 몇 번 그런 대화가 오가자, 힘든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서로를 찾았다. 언니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내게 털어놓았고 그럼 나는 언니의 말을 들으며 함께 욕해주었다. 나 역시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언니에게 가장 먼저 이야기했고, 그럼 언니는 공감하며 그 사람을 욕해주었다. 한차례 폭풍 같던 수다가 끝나면 우리는 “근데 나도 잘한 건 없어서.” 라고 말하며 웃었다.


요즘 나와 언니는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준비 단계에 있다. 언니는 오래 전부터 하고 싶던 일을 하기 위해 공부 중이며, 나 역시 그렇다.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걸으면서도 우리는 자주 불안해했는데, 그럴 때 우리는 서로를 격려해주었다. 언젠가 언니에게 이렇게 말한 적 있다. “우리가 불안한 건 지금 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 아닐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에 있는 만큼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언니 역시 매일 실습을 나가면서도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상념에 잠겼고 그러다보면 울적해졌다. 예전이었다면 그 울적함을 안고 오래도록 슬퍼했겠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래도!”를 외쳤다. “그래도 우리 지금 이것저것 하고 있잖아. 옛날처럼 침대랑 한 몸으로 안 살잖아. 그것만 해도 어디야.” 조금 유치하고 별 것 아니지만 우리에겐 꽤 큰 발전이었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책상 앞에 앉는 일. 매일 아침 일어나 실습을 나가고 오후엔 운동을 하는 삶. 아주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마냥 소박한 일도 아니었다.


버틴 하루 끝에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 하루 끝이 가벼워졌다. 여전히 남은 응어리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얻었고, 잡념 없이 잠들 수 있었다. 반면 마음에 맺힌 말을 담고 있으면 하루를 지나 내일까지 무거워졌다. 힘듦은 안고 있을 때보다 입 밖으로 뱉어낼 때 비로소 가벼워졌다.



13..jpg 언니와 함께 갔던 카페, 우린 모두 낯선 이들


사람을 믿는 날보다 사람에게 상처 받는 날이 더 많지만, 언니와 맘껏 이야기를 한 날이면 사람을 더 믿고 싶어졌다. ‘가족끼리 왜 이래’를 외치는 세상에서, 또 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마음 통하는 언니가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언니 외에도 엄마와 나의 연인, 작고 소중한 고양이들도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아주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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