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행복 실천기
사람들이 잠든 새벽, 바빠지는 발걸음이 있다. 길쭉한 몸과 자그마한 얼굴, 볼 양 옆으로 곧게 난 수염과 찹쌀떡처럼 작고 귀여운 네 발. 조그만 발은 골목과 도로를 오가다 어느 집 마당으로 향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집 옥상으로 향하기도 한다. 온 몸이 털로 덮인 채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으로 무장한 이 생명체는 대개 새벽에 활동하고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잔다. 그렇기에 환한 낮엔 귀여운 네 발을 보기 어렵다. 하지만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면, 고양이라 불리는 사랑스러운 생명체를 쉽게 볼 수 있다. 고양이가 지나가는 곳마다 남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털이다.
매일 아침, 달래와 톨이가 들어오면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돌돌이로 애들 털 한 번 밀어라.” 엄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가들은 침대로 뛰어오르고, 엄마는 거실 한 곳에 놓인 돌돌이(테이프 클리너)를 건네며 “빨리!” 한다.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밥을 먹고 가라고 할 만큼 고양이를 좋아하고 아끼는 엄마지만, 털 앞에서만큼은 단호하다. 일단 언니에게 비염이 있기에 그랬고, 아빠 모르게 달래와 톨이를 집에 들인 것이기에 더 그랬다. 나는 엄마의 말 속에 아가들을 향한 미움이 아닌 애정이 담겨 있다는 걸 알기에 돌돌이로 침대를 여러 번 문지른다. 언니가 재채기를 할 때 엄마는 언니의 외출복에 묻은 고양이털을 뗀다. 그 사이 달래와 톨이는 엄마의 속도 모른 채 침대 위에서 이리저리 뒹군다. 하루에 고양이가 뿜어대는 털의 양은 만만치 않다(아마도 검은 봉지 하나는 거뜬히 채우지 않을까 싶다). 털은 고양이가 단지 숨을 쉴 때에도 빠졌고, 밥을 먹을 때에도 빠졌으며 잠결에 몸을 뒤척일 때도 빠졌다. 가끔 방 안을 뛰어다닐 때면 털을 더 빠졌고, 뒷발로 간지러운 곳을 긁을 때면 하얀 속 털이 공기 중에 떠올랐다. 한 마디로 털은, 고양이가 뭘 하든 빠지고 또 빠졌다. 엄마와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돌돌이로 침대를 문질렀지만, 털은 밥을 먹다가도 나왔고 세탁한 옷에서도 나왔다.
요즘처럼 더울 때엔 털이 더 많이 빠지는데, 그럴 때엔 빗을 든다. 돌돌이가 이미 빠진 털을 제거하는 역할이라면, 빗은 죽은 털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나는 매일 아침, 침대를 향해 뛰어오는 톨이를 한참 쓰다듬고는 천천히 빗을 든다. 빗질 하는 걸 좋아하는 톨이지만 가끔 빗을 향해 발톱을 세우거나 이빨을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만지는 손길에 톨이가 발라당 누워 배를 보이면, 얼굴 – 턱 – 목 – 등 – 배 – 다리 – 꼬리 순으로 천천히 빗질한다. 그럼 노랗고도 하얀 털이 빗 사이에 소복소복 쌓인다. 소복이 쌓인 털은 버리지 않고 따로 모으는데, 그것을 모아 털 공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얼굴을 지나 배까지 오면 절반은 성공이다. 톨이의 경우 다리와 꼬리 만지는 걸 싫어하기에, 그쪽을 빗질할 때면 손에 힘을 뺀다. 그럼 톨이는 알면서도 모른 척, 눈을 감고 손길을 느낀다. 톨이에 비해 달래는 빗질이 쉬운 편이다. 가끔 빗을 공격하는 톨이와 달리 달래는 빗을 공격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면 빗질 자체를 거부하기에, 빗질을 하기 전에 달래의 기분을 살펴야 하는 주의사항이 있다. 기분이 좋은 날이면 달래는 골골대며 옆으로 눕는다. 그럼 나는 얼굴부터 등 중반까지 주욱, 빗을 끌어내린다. 옆으로 누운 달래를 툭툭 치면 눈을 뜨는데, 그때 앞다리와 뒷다리를 잡고 반대로 눕힌다. 그런 뒤 다시 빗질을 반복한다. 빗질은 대개 십 분에서 십오 분 사이에 이뤄진다. 계속해서 나오는 털이 신기해 빗질을 멈추지 않으면, 아가들이 벌떡 일어나버리기 때문이다. 소복이 쌓인 털은 내 몫이 되는데, 이것을 모아 손바닥으로 뭉치면 둥글둥글하던 것이 점점 동글동글해진다. 약간의 뭉침이 느껴질 때쯤 손바닥에 힘을 주면 힘없던 털은 어느새 단단한 털 공이 된다. 열심히 만든 털 공은 아가들의 것이 되기도 하고 내 것이 되기도 한다. 털 공을 좋아하는 톨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공을 이리저리 굴리며 논다. 반면 달래는 냄새를 몇 번 맡을 뿐,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달래의 털 공은 내 것이 되고, 톨이의 털 공은 대체로 내 것이 된다(예쁘게 만든 건 내 거, 예쁘게 못 만든 날엔 톨이 거).
오늘도 나는 열심히 빗질해 모은 털로 공을 만든다. 소복이 쌓인 털을 손바닥 안에서 굴리다보면 그것이 꽤 소중하게 느껴진다. 고양이의 털은 매일, 매순간 빠지지만 고양이의 시간은 짧다. 언젠가 아가들은 떠날 것이고 아가들이 있던 자리는 빈자리로 남을 것이다. 호기심으로 만든 공이 아가들의 어제와 오늘, 추억이 될 수 있기에 오늘도 열심히 빗질을 하고, 털 공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