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곧 그 사람을 들여다보는 일

1일 1행복 실천기

by 목연





매년 가까운 이의 생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들떴다. 올해는 어떤 걸 선물로 주지, 편지엔 어떤 내용을 적지. 그 사람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지, 먹고 싶다고 말한 건 뭐였지. 생일이 되면 자연스레 상대방이 떠올랐고 그에게 줄 선물을 고민했다. 작년에 줬던 선물과 겹치지 않으면서 정성이 깃든, 포장을 뜯었을 때 그가 좋아하고 기뻐할 만한 선물을 말이다.


올해 내 생일을 맞아 언니는 정성이 담긴 선물을 건넸다. 내 이름이 적힌 레터링 케이크와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무선 마우스, 몇 달을 써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많은 양의 도장. 벽에 걸어도 되고 다이어리에 붙여도 되는, 다양한 크기의 스티커와 포스터. 언니가 건넨 선물은 쇼핑백 입구가 닫히지 않을 만큼 많았다. “뭘 이렇게 많이 샀어? 나 그냥 도장 하나면 되는데.” 깜짝 놀라는 나를 보며 언니는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도장이 있었다며, 그 중에 어떻게 하나만 사냐고 말했다. 나는 쇼핑백에서 도장과 스탬프를 꺼내 빈 종이에 하나씩 찍었다. 고양이 도장부터 꽃이 그려진 도장, 숫자만 모아 놓은 도장, 날씨가 그려진 도장까지. 다이어리 꾸미기에 빠진 내게 딱 맞는 선물이었다. 언니는 도장 옆에 놓인 마우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우스는 네가 예전부터 산다고 말했던 게 기억나서 샀어.” 언니의 선물엔 내가 스치듯 뱉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배여 있었다. 생일을 앞두고 갖고 싶은 게 있냐는 언니의 물음에 “그냥 웃는 얼굴 그려진 스탬프 하나 사줘.” 라고 말했을 뿐인데 다양한 종류의 스탬프를 샀고, 언젠가 흘리듯 말한 “마우스 사야 하는데.” 라는 말을 언니는 기억했다. 생일을 축하하는 언니의 마음과 고민은 선물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었다. 언니에게 선물을 받고 축하를 받을 무렵, 동기와 후배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동기는 기프티콘과 함께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고 후배 역시 생일을 축하해줬다. 연인은 자정이 되자마자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그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했고 언니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내 생일이 지나감과 동시에 언니의 생일을 고민했다. 무엇을 받아야 언니가 행복하고 기쁠지 생각했다. 가장 먼저 언니와의 일상을 되짚었다. 흘리듯 말한 것 중 갖고 싶은 건 없었을까, 먹고 싶다고 말한 건 없었나. 언니는 한때 향수에 빠졌었다. 거의 매달 새로운 향수를 샀고 계절이 바뀌면 그에 맞는 향수를 샀다. 어떤 때엔 심리학 및 자기계발서에 빠져 그와 관련된 책을 사 모았고, 어떤 때엔 아기자기한 필기구와 노트를 구입해 일기를 썼다. 언니의 관심사는 자주 바뀌었지만 최근엔 무언가에 빠진 적 없는 듯했다. 혼자 휴대폰을 뒤적이며 고민하다 언니에게 “갖고 싶은 거 없어?” 하고 물으면 언니는 고개를 저으며 “그다지?” 했다. 나는 그런 언니에게 다시 한 번 갖고 싶은 게 없냐고 물었고 그럼 언니는 “나 생크림 케이크 먹고 싶어. 진짜 갓 만든 생크림 케이크.” 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언니와 함께 보내고, 같이 밥을 먹고, 고민을 털어놓으면서도 생일이 가까워지면 지난 하루하루를 톺아야 했다. 기억을 더듬고 어제와 그저께를 떠올려야만 언니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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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 받은 선물과 케이크


언니의 생일까지 2주가 남았다. 언니는 여전히 갖고 싶은 게 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매일 언니와의 어제를 떠올린다. 그러다 보면 언니가 했던 말이 떠오르고 스쳐지나가듯 한 말이 떠올랐다. 마음을 전하기 위해선 그 사람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가깝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먹고 자는 사이더라도 언니의 전부를 나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언니를 떠올리고 돌아보면, 어느새 언니에게 꼭 맞는 선물이 떠오를 거라 믿는다.




나의 생일은 지난 달이었으나 언니의 생일 선물을 고민하며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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