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없는 작은 새
누군가의 삶은 나의 삶과 어느 정도 닮아 있을까.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하루와 잘 그려지지 않는 미래와
생생해서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과거 사이에서,
우리는 각각 어떤 행동을 취하고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하루를 보내고 생각을 한다.
그 속에서 때론 사랑을 느끼기도 하고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떠한 공통점을 가지며 또 어떤 차이점으로 나누고 있을까.
삶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비슷한 모습으로 실재한다.
줄거리
영화 <<아비정전>>은 '아비(장국영)'의 일대기를 그려내는 영화이자 삶의 허무함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친부모에게 버려진 뒤 입양아로 자란 '아비'는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방황한다. 그는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않고,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한다. 여자들을 향한 '아비'의 사랑은 일방적이자 저돌적이며,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아비'로부터 사랑을 느낀 '수리진(장만옥)'과 '루루(유가령)'는 그를 사랑했던 시간만큼이나(혹은 더 오래) '아비'로 인해 아파한다.
생각 : 사랑의 다양한 모습
영화 속 '아비'는 자신이 친부모로부터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자신을 길러 준 어머니와 갈등을 빚는다. 그는 어머니가 자신을 떠나지 않길 바라면서도 미워하고, 어머니 역시 '아비'가 자신을 떠나지 않길 바라면서도 '아비'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마음속이 공허로 가득 찬 '아비'는 많은 여자들을 만나지만 그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아비'에게는 친어머니로부터 버려졌다는 사실과 그에 따른 상처가 있다. 이러한 상처는 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사랑하는 순간에도 예외 되지 않는다. 스스로를 '발 없는 새'라고 칭하는 '아비'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신을 낳은 어머니로부터의 사랑이자 그와의 만남이다.
사랑에 냉소적인 '아비'와 달리 '수리진'과 '루루'의 사랑은 비교적 익숙한 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고 싶어 하는 마음,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마음, 더 많은 이야기와 진심을 나누고 싶은 마음, 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은 마음 등. '아비'를 찾기 위해 필리핀까지 떠난 '루루'의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기지만, 필리핀으로 향하는 '루루'의 선택은 자신에게 있어서만큼은 최선의 것이 된다. '루루' 이전에 아비가 만난 '수리진'은 '아비'와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이 다름을 느끼고 일찌감치 그를 포기한다. 하지만 '수리진'의 포기는 감정적인 것이었기에 오래도록 '아비'를 사랑하며 아파한다. '수리진'에게 있어 사랑이 남기고 간 상처는 눈물로써 치유되고 회복된다. 그렇기에 '아비'가 필리핀으로 떠나던 날 자신을 찾아온 '루루'에게 '수리진'은 말한다. 이제는 당신이 울 차례라고 말이다.
정리하며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가장 먼저 부모를 만나고, 필연적으로든 우연으로든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세상을 경험한다. 이 속에서 인간은 수많은 감정을 느끼고 사랑 역시 인간이 겪게 될 수많은 감정들 중 하나다. 출생의 사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아비'는 냉소적인 사랑을 선택하고 스스로를 '발이 없는 새'라 연민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연민은 그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그의 삶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아비'는 제 마음이 원하는 방향을 택했고 '루루'와 '수리진' 역시 마음이 가는 방향을 택했다. 누가 뭐라 해도 갈 수밖에 없는 길, 가야만 하는 길을 말이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닮아 있고 어느 정도 다르며, 또 어느 정도 같은 지점을 공유한다.
아비와 루루, 수리진의 삶은 각자의 것이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허무함과 쓸쓸함, 공허는 조금씩 닮아 있다.
삶이 주는 헛헛함, 사랑을 하며 느끼는 쓸쓸함.
아비의 일대기를 그려낸 영화 <<아비정전>>은 아비의 삶을 그려냄과 동시에
사람들이 가진 쓸쓸함와 외로움을 함께 담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발이 없는 새'가 될 수 있고, 각자의 선택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