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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연 Feb 02. 2020

오늘의 생각 : 수도꼭지

방울과 방울이 모일 때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꼭 잠들기 전 떨어진다. 똑 똑 소리를 내며, 잊고 있던 귀신의 잔상과 함께.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비 오는 날 카페나 거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 방울의 비가 모여 하나의 빗줄기가 되면 그 소리가 그렇게나 시원하다. 하지만 그 비가 다시 방울이 되면, 그 소리가 그렇게나 요란하게 들린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꼭 잠들기 전에 떨어지고, 그 물방울이 모인 비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달콤한 잠을 전해준다. 빗소리를 들으며 잠든 새벽과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깨는 아침. 물에서 시작해 물로 끝나는 이상한 하루.


나와 당신이 모여 하나의 사랑을 이루듯, 사랑을 이뤘던 우리가 나와 당신으로 돌아갈 때 한 방울의 물을 남기듯.


한 방울과 물줄기의 차이.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의 차이. 

나와 당신의 차이. 깊은 잠과 선잠의 차이.


내게 잠을 선사했던 물이 나의 단잠을 깨울 때, 그건 마치 사랑 같기도 하다고 문득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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