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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연 Feb 12. 2020

비 오는 날의 고양이

나름의 방식으로





길 생활에 익숙한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퍽 난감한 순간이 있다. 그건 사료가 떨어졌을 때도, 쥐를 잡아올 때도 아닌 비가 올 때이다. 집에서 나고 자란 고양이에게 비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길 생활에 익숙해진 고양이에게 비는 썩 반갑지 않은 존재이다. 오늘 역시 예상대로 비가 왔다. 새벽부터 내린 비는 바닥을 적셨고 아이들을 어딘가로 숨게 만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간식을 챙겨 옥상으로 가니 둥이와 쩨째, 은비, 아가들이 창고에 모여 있었다. 햇살이 좋은 날이면 어느 곳보다 따뜻한 옥상(창고)이지만 구름이 해를 가리거나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옥상(창고) 역시 썰렁했다. 걱정되는 마음에 아이들을 하나 씩 살펴보니 다행히 몸이 그리 차갑지는 않았다. 달래와 또랑이는 마당 한편에 놓인 집(스티로폼과 이사 박스로 만든 길고양이 집)에 있었는지, 어느새 내 뒤에 와있었다. 




비 오는 날엔 엄마 옆에 딱 붙어 있으라고 엄마가 말했어요!



장난감을 휘두르면 어디에 있든 가장 먼저 쫓아오는 밤꿀이는 오늘만큼은 엄마 옆에 꼭 붙어 있다. 그러면서 엄마를 따라 매서운 눈으로 주변을 정찰한다.



엄마 어디 보냐옹



밤꿀이가 엄마와 함께 주변을 정찰할 때, 밤톨이는 오늘도 장난감 삼매경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속되는, 밤톨이의 장난감 사랑.



왜 안 잡히는 거냐옹!



아가들이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모 삼촌들 역시 나름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둥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주변을 관찰하고 은비는 젖은 땅 위에 살포시 앉아 화분 사이를 뛰어다니는 밤톨이를 주시하고 있다.



주변 정찰 중인 둥이 / 어느새 밖으로 나간 은비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바뀔 때마다 적응해야 하는 우리지만

그럴 때마다 꼭 두려워 할 필요는 없는 우리니까


오늘도 고양이는 비를 피하면서 비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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