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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연 Feb 27. 2020

사다리를 사랑하는 고양이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회색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어제와 달리 오늘은 맑은 하늘이 나를 반겼다. 자정 무렵 갑작스레 비가 내린 탓에 오늘도 그저께처럼 축축한 하루가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맑게 갠 하늘을 보니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달리 뉴스에선 여전히 코로나19에 관한 기사가 흘러나왔다. 언제나 그렇듯 확진자 수는 늘었고 마스크는 부족하다는 게 기사의 대부분이었다. 다행히 정부 지원으로 대구 시민들은 오늘부터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게 되었지만(또 전국적으로 마스크 수량이 점점 풀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소식을 늦게 접한 이들의 경우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것도 같았다(특히 저소득층 가정이나 연세가 많은 분들이 그런 것 같았다). 나 역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약국과 마트를 모두 돌아다녔지만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우체국 역시 사람이 많이 몰린 탓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집사가 참치 대신 마스크를 구하는 정신이 없을 때, 듬직하면서도 애교 많은 둥이는 사다리에서 휴식을 취하는 정신이 없다.



고양이가 사다리를 즐기는 방법



고양이가 사다리를 즐기는 방법은 단 하나. 

제 몸을 맘껏 사다리에 기대어 부비적거리는 것이다. 

먼지 한 톨에도 예민하게 굴지 않고 제 몸 더러워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며, 

둥이는 오늘도 사다리에 몸을 이리 비비고 저리 비빈다.



한껏 밀려난 볼살



딱히 둘 곳이 없어 창고 위에 올려놓은 사다리인데, 둥이는 그게 그렇게나 좋은 모양이다. 마스크를 구하는 데 힘이 빠지다가도 한없이 늘어진 둥이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둥하!



무엇 하나 하기 힘든 요즘, 그래도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있어서 웃고 또 웃는다. 비록 마스크 구하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 그것에도 이제 희망이 보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나지막이 말해보는 하루다. 




웃음보다 한숨을 자주 짓게 되는 요즘, 둥이를 보며 잠시나마 미소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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