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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연 Mar 01. 2020

고양이의 하루

달래 공주의 그루밍 타임





다섯 형제 넷째이자 가장 고양이스러운 달래의 별명은 공주 또는 바보. 달래의 별명이 공주인 데는 달래가 예쁘기 때문이고(물론 행동이 공주 같을 때도 있다) 바보인 데는 행동이 바보 같기 때문이다. 때로는 공주, 때로는 바보인 달래의 하루는 바쁘다. 새가 날아가면 수염을 활짝 펼치며 채터링을 해야 하고 한 가득 부어 놓은 밥을 발견하면 자다가도 일어나 먹어야 한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달래는 형제들과 어울리기보단 홀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그렇기에 "달래야" 하고 부르면 담벼락 어딘가에서 쏙, 고개를 내민다.


햇볕을 좋아하는 달래는 자주 옥상을 찾는다. 오늘처럼 햇살이 따뜻한 날이면, 달래는 옥상 어딘가에 누워 몸을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한다. 몸에 먼지가 묻든 흙이 묻든,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고 말이다. 원체 도도한 탓에 때로는 집사의 손길도 거부하지만 간혹 제 기분이 좋을 때면 집사를 따라다니며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그러다 달래는 아무 곳에나 누워 그루밍을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공주 같기도 하고 바보 같기도 하다.



달래의 하루는 벌러덩으로 시작한다



고양이에게 있어 그루밍은 일상과도 같은 것. 바닥에 누워 몸을 뒹굴거리던 달래는 자세를 잡더니 이상한 포즈로 그루밍을 한다. 중심을 잃지 않으려 잔뜩 힘을 주고 있는 앞발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한 번 누워볼까
그루밍을 해볼까



사람인 내 기준에선 그루밍이 그렇게나 중요할까 싶지만, 열심히 털을 정리하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이러한 나의 의문이 절로 사라지곤 한다. 


나에겐 의문 투성이인 그루밍이, 달래를 비롯한 고양이에겐 아주 중요한 무엇임을

그렇기에 그것은 곧 일상과도 같은 것임을, 문득 생각하게 된다.


그렇기에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도?



달래 공주 / 달래 바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래 사진들. 하나는 '달래 공주'라 이름 지었고 하나는 '달래 바보'라 이름 지은 사진들. 누구보다 예쁘고 도도하고 그루밍도 잘하는 달래지만, 가끔씩 너무 바보 같은 모습을 보여서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달래다. 




고양이에게 있어 그루밍은 일상

일상은 언제나 반복되는 것, 지나칠 수 없는 것

그렇기에 일상은 소중하고 그루밍도 소중하고

고양이는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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