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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연 Mar 06. 2020

다음은 담벼락이에요

쑥쑥 자라는 아가들





지난해 11월 6일 태어난 쩨째의 아가들은 오늘로 생후 4개월이 되었다.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계절은 겨울을 지나 봄이 되었고 마른 흙만이 가득하던 옥상의 화분에도 새싹이 돋기 시작했다. 다섯 형제 역시 성묘에 더욱 가까워졌고 쩨째의 아가들 역시 눈에 띄게 자랐다.


마당과 옥상이 세상의 전부이던 아가들에게 최근 새로운 놀이터가 생겼다. 그건 바로 집과 담벼락 사이에 위치한 에어컨 실외기이다. 불과 전까지만 해도 높은 곳은커녕 점프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아가들이었는데, 어느새 훌쩍 자라 실외기쯤은 가뿐히 오를 있게 것이다. 오는 날을 대비해 비스듬히 세워둔 나무판자 역시 아가들에겐 새로운 장난감이 되었다. 



형제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꼬마 고등어, 밤톨이를 밀어내다




꼬마 고등어보다 먼저 나무판자에 오른 밤톨이지만 아쉽게도 그 자리를 오래 차지하진 못했다. 

밤톨이가 나무판자에 오르는 순간을 유심히 지켜보던 꼬마 고등어는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듯 당당하게 나무판자를 올라 밤톨이를 밀어낸다.



아가들이 자랐다는 것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아가들이 자라고 있음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순간이다.




다음은 담벼락이에요



에어컨 실외기와 나무판자를 가뿐히 접수한 아가들은 이제 담벼락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마당과 옥상, 에어컨 실외기 다음은 담벼락이라는 듯.

지금은 높지만 언젠가는 넘을 수 있는 벽이라는 듯.


아직은 벽을 넘지 못한 아가들이지만 내일이 지나고 모레가 지나고 또 한 달이 지나면,

벽을 훌쩍 넘어 나를 바라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당을 뛰놀던 고양이가 옥상을 뛰놀고

옥상을 뛰놀던 고양이가 에어컨 실외기 위로 점프를 한다.

실외기 위에서 햇볕을 쬐던 고양이가 다시 점프를 하고

사람 키보다 훨씬 높은 벽을 뛰어넘는다.


올해 봄은 고양이가 자라는 봄이다.

고양이가 자라는 봄은 그 어느 봄보다 밝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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