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연 Mar 09. 2020

우리의 1주년

다섯 형제의 두 번째 생일





봄의 기운보단 흐린 구름이 더욱 짙은 오늘은 다섯 형제가 태어난 지 되는 날이자 다섯 형제의 두 번생일. 언니와 나는 아가들의 생일을 앞둔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을 참지 못했고 결국 케이크를 만들어 축하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고양이 생일에 사람이 왜 이다지도 기뻐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쩐지 생일을 챙기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마음이 나와 언니를 설레게 하는 것 같았다.


참치캔을 엎어 그 위에 바삭바삭한 간식을 토핑하자는 계획은 참치캔이 무너짐과 동시에 무산되었다. 우리는 형태가 잘 잡히지 않는 참치캔을 보며 고양이 얼굴을 본따 케이크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며칠을 고민한 계획보다 순간의 즉흥적인 계획은 꽤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고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케이크를 만들었다. 


베스킨라빈스 숟가락을 이용해 참치캔을 요리조리 다듬은 츄르로 고양이의 눈, 코, 입을 만들고 찢은 닭가슴살과 바삭한 간식으로 토핑 하니 그럴듯한 모습의 케이크가 완성되었다. 나와 언니는 신나는 마음으로 참치캔 케이크와 돗자리를 챙겨 옥상으로 향했다.



직접 만든 참치캔 케이크와 그것을 잘 먹는 아가들



돗자리를 펼치기도 전에 아가들은 간식 냄새를 맡고 우리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런 아가들의 모습을 보며 당장이라도 케이크를 주고 싶었지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지 않았기에, 우리는 잠시 아가들에게서 케이크를 멀리 두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나고 바닥에 케이크를 내려놓자 아가들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박고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평소 입이 짧은 쩨째도, 식탐 많은 둥이와 또랑이도, 다른 형제들에게 양보하느라 늘 뒤늦게 먹는 은비도, 누구보다 밥을 사랑하는 달래도 모두 골고루, 참치캔 케이크를 먹었다.





케이크를 나눠 먹는 아가들을 보며,

참치캔 케이크도 생일 축하 노래도 인간의 욕심이지만 사랑이기도 하다는 것을

아가들이 아주 조금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달래와 둥이의 귀염뽀짝 아가 시절



아가들의 생일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마무리 하는 하루.

언제나 그렇듯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늘 무탈하기를, 늘 건강하기를.



생일은 나이를 먹을 때마다 한 사람을 어린아이로 되돌려 놓는다.

-가기 전에 쓰는 글들(난다) / 허수경


나의 생일이 아님에도 참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설레는 것은 

내가 그만큼 다섯 형제들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음은 담벼락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