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고양이의 호기심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낮, 방에만 콕 박혀 있는 집사와 달리 다섯 형제는 오늘도 옥상을 뛰어다닌다. 옥상 한 구석에 놓인 여러 개의 장독대는 다섯 형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그곳에서 다섯 형제는 서로의 뒤를 쫓으며 놀기도 하고 때론 그 위에 앉아 봄볕을 즐기기도 한다. 그다음으로 다섯 형제가 좋아하는 장소는 창고와 창고 지붕이다. 짐을 넣어 놓기 위해 만든 창고이지만 고양이가 드나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창고는, 더 이상 창고가 아닌 다섯 형제의 집이 되었다. 장독대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숨바꼭질하던 다섯 형제는 힘이 드는 듯 창고 지붕에 앉아 숨을 고른다.
분명 쉬기 위해 오른 지붕인데 둥이와 달래는 무엇이 또 그리 궁금한 걸까.
고양이의 호기심은 쉬는 틈에도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둥이와 달래의 시선 끝에 걸린 건 다름 아닌 또랑이다.
지붕 끝에 앉은 또랑이는 사다리 사이에 걸쳐 놓은 장난감을 툭툭 치며 그것을 빼낸다.
장독대 사이를 비집으며 숨바꼭질한 탓에 지칠 텐데도 여전히 힘이 남아있다는 듯,
장난감을 내 앞에 툭 물어다 던지는 또랑이다.
호기심과 흥미를 잃은 요즘, 다섯 형제 덕분에 한 번 더 웃을 수 있게 된 하루.
소리가 나는 곳을 가만히 바라보는 둥이가 몹시 귀여워서 웃었고
그런 둥이를 따라 아래를 바라보는 달래가 예뻐서 또 한 번 웃었다.
고양이에게 고마운 하루가 이렇게 또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