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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연 Mar 14. 2020

거기서 뭐해?

참을 수 없는 고양이의 호기심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낮, 방에만 콕 박혀 있는 집사와 달리 다섯 형제는 오늘도 옥상을 뛰어다닌다. 옥상 구석에 놓인 여러 개의 장독대는 다섯 형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그곳에서 다섯 형제는 서로의 뒤를 쫓으며 놀기도 하고 때론 위에 앉아 봄볕을 즐기기도 한다. 그다음으로 다섯 형제가 좋아하는 장소는 창고와 창고 지붕이다. 짐을 넣어 놓기 위해 만든 창고이지만 고양이가 드나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창고는, 더 이상 창고가 아닌 다섯 형제의 집이 되었다. 장독대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숨바꼭질하던 다섯 형제는 힘이 드는 듯 창고 지붕에 앉아 숨을 고른다.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분명 쉬기 위해 오른 지붕인데 둥이와 달래는 무엇이 또 그리 궁금한 걸까.

고양이의 호기심은 쉬는 틈에도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장난감이 좋은 또랑이


둥이와 달래의 시선 끝에 걸린 건 다름 아닌 또랑이다. 

지붕 끝에 앉은 또랑이는 사다리 사이에 걸쳐 놓은 장난감을 툭툭 치며 그것을 빼낸다.

장독대 사이를 비집으며 숨바꼭질한 탓에 지칠 텐데도 여전히 힘이 남아있다는 듯, 

장난감을 내 앞에 툭 물어다 던지는 또랑이다.



호기심과 흥미를 잃은 요즘, 다섯 형제 덕분에 한 번 더 웃을 수 있게 된 하루.

소리가 나는 곳을 가만히 바라보는 둥이가 몹시 귀여워서 웃었고

그런 둥이를 따라 아래를 바라보는 달래가 예뻐서 또 한 번 웃었다.


고양이에게 고마운 하루가 이렇게 또 늘어간다.


심심하고도 따분한 일상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고양이의 호기심

날아가는 파리를 잡게 하고 꽃에 앉은 벌을 다시 날게 하는 그 힘

조그만 발로 무언가를 톡톡 건드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쌓여가던 지루함이 사라지는 기분

그렇기에 고양이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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