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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연 Mar 27. 2020

언제나, 고양이와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들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러한 정보가 쏟아지는 요즘, TV에선 좋지 않은 소식들이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한 N번 방, 박사 방 사건, 또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한 사건들까지. 진작 세상 밖으로 나왔어야 할 사건들이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나무엔 꽃이 폈다. 집에만 있던 사람들은 활짝 핀 꽃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고 한편에선 그런 행동을 걱정하기도 했다. 누군가 꽃에 집중할 때 또 다른 누군가는 타인의 삶을 아주 우습게 여겼고 자신들의 죄가 세상에 드러난 지금에도 부끄러움 없이 손가락을 놀렸다. 대체 내가 사는 세상은 어떤 곳인가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날들이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외출을 자제하는 요즘, 나는 아가들 사진 정리를 하는 데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섯 형제의 사진부터 쁘니의 사진과 상배, 깅깅이의 사진까지. 우리 가족을 스쳐간 고양이의 사진을 보며 위로를 받는 중이다. 



널브러진 달래, 쩨째 / 창밖을 구경 중인 쁘니와 아기 쩨째



지금은 밖에서 생활하지만 약 5개월 무렵까지만 해도 다섯 형제는 집에서 생활했고

그렇기에 아가들의 어린 시절 사진 속 배경은 절반 이상이 집이고 내 방이다. 


쁘니를 따라 외출하기 전 바깥세상에 호기심이 많던 쩨째는, 늘 내 방 창틀에 앉아 바깥을 구경하곤 했다.

(텔레비전을 엎어놓은 건 쩨째가 다치면서부터. 아가들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다 혹시 텔레비전이 쓰러져 다치진 않을까 걱정이 되어 텔레비전 볼 때를 제외하곤 엎어두었었다)






인형보다 더 예쁘면서 인형인 척하는 쩨째와 무드등이 신기한 달래, 

육묘 후 지쳐 잠든 쁘니와 그런 엄마 곁에서 잠을 청하는 어린 또랑이


돌이켜보면 참 사랑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다. 

고양이 덕분에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


각종 사건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회의감을 느끼는 날들이지만 

그런 순간에도 고양이가 있어서 웃을 수 있는 하루다.



얼굴이 공개된 지금에도, 죄가 드러난 지금에도, 죄책감이라곤 하나도 느끼지 않는 존재들이

법이 있고 피해자가 있음에도 자꾸만 걱정이 느는 이상한 날들이

그들의 형량이 낮진 않을까, 공범들의 신상 정보가 드러나지 않으면 어떡해야 하나 걱정하는 시간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하는 시간

그것 덕분에 또 한 번 웃게 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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