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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연 Jun 01. 2020

6월, 어느덧 여름

첫 번째, 두 번째 여름





6월이 됐다. 적어도 이틀에 한 편, 글을 쓰자던 내 다짐은 학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무너졌고 약 네 달 동안 글을 쓰지 않다가 오늘에서야 글을 쓴다. 


과제와 인터넷 강의를 핑계로 글쓰기를 게을리하는 동안 겨울을 지나 봄이 되었고 어느새 여름까지 다다랐다. 여름의 시작점에 다다른 지금, 아가들은 여전히 쑥쑥 크고 있고 집사는 파리와 전쟁을 치르기 바쁘다. 집보다는 바깥 생활이 익숙한 아이들인 만큼, 마당 한 곳에 쉴 공간과 밥을 두는데 여름이 되니 파리가 하루에도 열댓 마리씩 꼬이기 일쑤다. 처음엔 금방 사라지겠거니 하며 둔 파리인데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자 현관문을 열 수 없을 만큼 파리가 많아졌고 덕분에 나는 매일 파리채를 들게 되었다. 게다가 아가들이 볼일을 본 후 모래로 용변을 덮지 않는 탓에 파리는 더욱 많아졌고 집사의 근심 역시 커지게 되었다. 



홀쭉이와 또랑이


얼마 전 중성화 수술을 한 홀쭉이(쩨째의 딸, 생후 7개월이 되었다)는 배가 홀쭉해진 탓에 '홀쭉이'가 되었다. 쩨째의 또 다른 딸인 통통이는 그 작은 몸으로 임신을 하여 통통이가 되었다. 예전에만 해도 TNR 사업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신청 후 금방 포획틀을 가져다주었는데, 4월에 전화를 했음에도 이미 신청 인원이 가득 차 6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통통이는 임신을 했고 홀쭉이까지 임신을 하게 둘 수는 없었기에 나와 엄마, 언니는 홀쭉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 중성화 수술을 했다. 큰 아가들, 톨이와 달리 사람 곁에 오되 여전히 사람을 경계하는 홀쭉이는 병원에 다녀왔다는 그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한 수술인데 우리가 홀쭉이를 힘들게 한 것만 같아 온갖 나쁜 생각이 들던 어느 날, 홀쭉이는 마당 한 곳에 둔 박스에서 쉬고 있었고 다행히 밥도 잘 먹어주었다. 물론 여전히 사람은 경계한다.


보다 더 넓은 세상을 원하는 또랑이는 요즘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예전엔 "또랑아~" 하고 부르면 곧장 달려왔는데, 요즘은 이틀에 한 번 찾아와 밥만 먹고 다시 길을 떠난다. 어디서 뭐 하고 왔냐는 내 말에 '꼬롱' 하고 우는 또랑이에게 새 친구라도 생긴 모양이다.



영원한 소울 메이트, 둥&톨



영혼의 단짝인 둥이와 톨이는 오늘도 늘어지게 잠을 잔다. 둥이가 없으면 동네가 떠나가라 우는 톨이는 언제나 둥이 뒤를 졸졸 따르고 둥이는 그런 톨이를 제 새끼라도 되는 마냥 살뜰하게 챙긴다. 그런 둘을 보고 있으면 나와 엄마는 그저 웃기 바쁘다. 세 형제 중 가장 겁이 많은 톨이는 덩치만 크고 순한 둥이 삼촌이 그렇게 좋은가 보다.





여름의 시작점에 다다른 지금,

은비와 또랑, 쩨째, 달래, 둥이에겐 두 번째 여름이

홀쭉이와 통통이, 톨이에겐 첫 번째 여름이

마냥 덥기만 한 계절로 기억되진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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