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흰 나의 행복, 평생 갚아야 할 빚
고양이. 이름조차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 나에게 고양이는 행복이고 사랑이며 삶의 이유다. 힘이 들 때마다 들여다보게 되고 모든 것을 놓고 싶을 때면 어디선가 쪼르르 달려와 내게 머리를 부비는 생명체들. 한없이 보드랍고 부드러운 털은 언제나 나를 무장해제 시킨다.
어느 새벽, 밥 먹는 아가들을 보며 너흰 나의 행복이자 내가 평생 갚아야 할 빚, 내 평생에 대한 업보가 아닐까 생각한 적 있다. 언제나 고맙고 사랑하지만 늘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한 존재. 아빠를 설득하지 못하는 나를 마냥 따르고 좋아해줘서 고맙지만 그렇기에 미안하다.
아르바이트 덕에 통장에 쌓이는 돈을 보며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했다. 그리 많은 돈은 아니지만 적은 돈도 아니었기에 그 돈을 마냥 사치품에 쓸 수는 없었다. 필수적으로 나가는 교통비와 점심 값, 약간의 지출을 빼도 꽤 많은 돈이 남았다. 처음엔 그 돈을 모아 방을 얻을 보증금을 모을 생각이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나는 최근 들어 서울이라는 곳에 가고 싶어졌다. 예전엔 대구에서 생활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고 싶은 일이 수도권 쪽에 있어 서울에 가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아가들과 함께 할 공간을 얻기 위해선 대구를 떠나야만 했다. 물론 대구에서 일하며 방을 구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가족과 분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인스타그램을 하던 중 고양이 치료비를 모금하는 글을 보았다. 돈이 없던 시절엔 돈이 없었기에 기부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아이를 도울 만큼 돈이 있었다. 옷 한 벌 샀다고 생각하고 계좌로 돈을 보냈다. 얼마 전엔 발가락이 잘린 아기 고양이를 치료해주었다. 예전이었으면 엄마 눈치를 보며 망설였을 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당장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께서 발이 잘리지 않게 잘 치료해주었고 치료비도 많이 받지 않으셨다. 참 고마운 의사 선생님이자 병원이었다.
아가들과 함께하며 돈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게 되었다. 아가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선 사랑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지금은 방 하나 구하기도 힘든 돈을 가지고 있지만 아가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예정이다. 적어도 아가들이 아플 때 아가들을 안고 병원에 뛰어 갈 정도는 되어야 하니까.